민생치안은 뒷전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

엄마~ 나 좀 살려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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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애(kja410)등록 2007.06.18 09:52

요즘 정국이 어수선한 틈을 타고 신종사기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법도 다양하고 매우 대담해졌다. 15일 정오를 좀 넘긴 시각 이웃에 사는 딸애친구 엄마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공포에 질린 듯 말도 제대로 잇지를 못하고 “어떻게 하면 좋아~ 우리아들 불쌍해서 어떻게 하면 좋아~” 라며 넋 나간 사람처럼 울부짖었다. 순간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에 무슨 일이냐고 다그쳐 물었더니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큰아들이 납치를 당했는데 지금 당장 돈을 입금시키지 않으면 살해하겠다는 전화가 왔다며 알려주는 계좌번호로 500만원 만 입금시켜 달라고 했다.

세상에 내 이웃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온몸이 떨리고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어렵게 돈을 마련하여 은행으로 가려는데 누군가 잡기라도 하듯....... 범인이 돈을 받더라도 어쩌면 살려주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뇌리를 스쳤다.

그렇다면 우선 112로 신고를 하고 학교에도 연락을 취해 학생의 행방을 알아보기로 하고 전화를 걸었더니 학교 측에선 오전까지 강의를 들었는데 지금은 점심시간이라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했다. 핸드폰은 신호만 갈 뿐..........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계속 재 발신을 눌렀다. 몇 번을 걸었을까 여보세요~ 하는 소리가 들려 아무개 맞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했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애 엄마는 살려 달라고 울부짖는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 제 정신이 아닌데 아무 일도 모른 채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니 순간 요즘 유행하는 전화사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애 엄마로부터 돈을 부쳤냐는 전화가 왔기에 사기라고 했더니 내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일방적으로 빨리 입금시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안되겠다 싶어 학생 집으로 달려가는데 경찰이 도착했다. 나의 상황설명을 듣던 경찰이 요즘 이런 사기사건이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사회 저명인사 누구도 6,000만원을 사기 당했고 또 다른 지역에서도 불과 몇 시간 전에 이와 같은 전화를 받고 아이의 엄마가 병원에 실려 갔다고 했다.

아들이 납치됐다는 부인의 전화에 일을 하다 말고 황급히 달려 온 아이 아버지도 아들의 무사함을 확인하고는 안도감에 눈시울을 붉혔다. 집안에선 사기 극임이 밝혀진 것도 모르고 범인은 “왜 아직 돈을 안 보냈느냐 허튼 수작을 할 경우 애가 온전치 못할 줄 알라”며 협박전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보낼 테니 제발 우리아들 목숨만 살려 달라며 애원하는 부인의 전화를 빼앗아 범인들에게 호통을 치자 놈들은 그 때서야 전화를 끊었다.

곧 쓰러질 듯 사색이 된 아이 엄마도 사기 극임을 알고 서서히 제 정신이 드는지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전화가 걸려와 ㅇㅇㅇ학생 집이냐고 하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아들을 바꿔 줄 테니 기다리라고 했단다. 잠시 후 전화선을 타고 “엄마~ 나 좀 살려 줘~”라며 공포에 질려 울부짖는 아들의 목소리가 들리기에 무슨 일인지 자세히 좀 말하라고 애타게 아들의 이름을 부르는데 “아들을 살리고 싶으면 당장 돈을 보내라 그렇지 않으면 손가락을 자른다는 둥 배를 갈라 장기를 꺼내 팔겠다는 둥” 차마 전할 수 없는 말들을 하더란다. 순간 오로지 아이를 살려야겠다는 다급함에 그들이 요구하는 돈을 보내려고 이웃에 도움을 청했다고 했다.

자식의 목숨을 담보로 한 이런 전화를 받고 이성적으로 대처할 부모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런데 이번사건의 특징은 돈을 목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 예전엔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최근엔 불특정다수가 범행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사기 극임을 안 경찰은 별일 아니라는 듯 전혀 수사의지를 보이지 않은 채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하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이웃의 도움으로 다행히 물질적인 피해는 면했지만 가족들의 정신적인 충격은 심각했다. 그 날 이후 아이엄마는 전화벨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하고 범인의 악랄한 목소리가 귓전을 맴돌아 잠을 이룰 수가 없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아들과 잠시만 연락이 안 돼도 초조하고 불안하여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 다고 했다.

이렇듯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물질적인 피해가 없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찰의 미온적인 태도가 또 다른 범죄를 키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민들의 생활 깊숙이 파고든 사기범죄 언제 우리가정이 그들의 범행대상이 될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는데 민생치안은 뒷전인 정치판 눈만 뜨면 들려오는 서로 헐뜯는 시끄러운 소리에 귀를 막고 싶을 지경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떠드는 건지 참으로 개탄할 노릇이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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