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회장님들의 경영철학이 궁금해

회장님, 공자님한테 경제 한 수 배워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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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룡(ufoi)등록 2007.06.08 21:22

중국에 있는 공자상 ⓒ KBS


유교에 대해 더욱 궁금해진 필자는 지난 방송들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모두 보게 되었고 그 중 제2편 <의(義), 빠르고 좁은 길> 에서 공자의 경제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신선한 충격마져 받았다. 공자라고 하면 허례허식이나 찢어지게 가난해도 물질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글공부만 하는 선비의 모습을 떠올렸던 필자는 공자가 경제에 관심이 많았으며 오늘날 재정경제부 장관의 관직까지 지냈다는 내용을 듣고 그동안 유교에 대해 무지했던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공자는 이익을 얻는 것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지만 '그 이익이 의로운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한다'고 제자들에게 가르쳤다고 한다. 공자의 제자이자 상인이었던 '자공'은 이러한 공자의 가르침을 받들어 이익을 뒤로하고 의로움을 앞세운 결과 사람들로 부터 큰 신용을 얻게 되었고 사업이 날로 번창하여 중국 최초의 재벌이 되었다고 한다.

자공 뿐만 아니라 청조시대 장사의 신으로 불리며 중국 역사상 최초의 홍정상인된 '호설암' 역시 공자의 가르침을 충실히 실천한 인물로 지금도 중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상인이라고 한다. 그리고 현재 대만과 중국은 물론 베트남과 일본의 성공한 기업들 중에는 이러한 공자의 가르침을 따르는 곳이 많다고 한다.

이쯤되자 필자는 우리나라의 기업중에도 이러한 인도주의적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되는지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어떠한 마인드와 철학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지 무척 궁금해졌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해 그들의 경영철학을 알아보기로 했다.


삼성, 기업의 목적은 이윤 창출

가장 먼저 방문 한 곳은 최근 애버랜드 편법 증여 문제로 2심 법원에서도 유죄판결을 받은 삼성그룹이었다. 삼성소개 카테고리로 들어가자 삼성그룹의 경영철학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다.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여 인류사회에 공헌한다.' 라는 문구 뒤로 다음과 같은 부연설명이 이어졌다.

'기업의 일차적 목적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며, 건실한 경영을 통한 이윤창출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면서 사회에 공헌하기 위한 전제조건입니다.' 라는 고등학교 사회시간에 배웠던 익숙한 내용이 쓰여있었고 그 다음 페이지에 삼성의 기업정신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다섯 가지의 핵심가치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소개 되어 있었다.  인재제일, 최고지향, 변화선도, 정도경영, 상생추구.

다섯 개의 핵심가치를 쭉 살펴보니 이중 네번째 까지는 기업의 이윤 창출을 위한 가치였으며 마지막 '상생추구' 만이 타인 혹은 사회를 위한 것이었다. 그것은 앞서 설명한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인류사회에 공헌한다' 라는 문구와도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것이었다. 이익을 우선하고 의로움은 그 다음인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영철학과 가치관은 삼성의 지난 행적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에버랜드 관련 편법 증여 사건일 것이다. 이익보다 의로움을 먼저 생각했다면 삼성은 이러한 문제로 곤란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현대, 꿈 희망 도전.. 풍요로운 내일 창조

삼성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현대그룹의 홈페이지. 현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경영철학은 단순하고 간단 명료했다.

"꿈, 희망, 도전, 창조적 예지, 풍요로운 내일 창조" 이 역시 의로움 보다는 이익이 앞서 있는 메시지라는 느낌이 들었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찾다가 현대그룹의 CEO인 현정은 회장의 홈페이지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곳엔 현정은 회장의 경영철학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소개되어 있었는데 '기업은 국가와 민족의 것' 이라는 문구가 제일 먼저 눈에 띠었고 '기업의 이윤에 앞서 국가의 발전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현대의 참모습이라고 생각한다'는 글귀도 눈에 들어왔다.

의로움을 앞세우고 이익을 뒤로하는 글들이 반가우면서도 한편 아쉬운 것은 현정은 회장의 경영철학과 현대 홈페이지의 경영철학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현대하면 아무래도 자동차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노사분규, 파업 그리고 얼마전 정몽구 회장의 구속 사태로 바람 잦을 날 없는 현대 자동차의 경영철학이 은근히 궁금해진 필자는 현대자동차의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보았다.

경영이념 카테고리로 들어가니 '창의적 도전정신' 이라는 화두 아래로 5대 글로벌 전략과 3대 경영방침이 이어졌다. 모두 기업의 이익과 관련된 설명들 뿐이었다. CEO의 인삿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대자동차 홈페이지를 둘러보고 나니 얼마전 보복 폭행 사건으로 회장이 구속된 한화그룹의 경영철학이 무척 궁금해졌다.


한화  ....?

한화 홈페이지를 방문한 필자는 아쉽게도 한화의 홈페이지에서 경영철학 혹은 경영이념 카테고리를 발견할 수 없었다. 경영방침 카테고리에서 '정직과 신용, 의리를 경영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 는 문구를 발견하였지만 그 내용이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 활동 중 나타나는 행동방식의 하나인지 아니면 이익에 우선하는 신념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미지 개선을 위해 수백억원을 투자했다는 한화가 홈페이지에는 경영철학 카테고리조차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 무척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필자는 CEO의 생각에서 철학적 배경을 찾아보기로 했다.

CEO를 소개하는 카테고리로 들어가니 인자하게 웃고 있는 김승연 회장의 사진이 눈에 띠었다. 인삿말을 쭉 읽다보니 말미에 쓰여있는 글귀가 필자의 눈길을 잡았다. "기업은 단순히 이윤을 창출하는 존재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고객의 행복을 구현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사회적 존재입니다."

우리 기업 모두가 본받아야할 글귀였다. 하지만 고객의 행복을 구현해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기업의 총수가 고객들(술집종업원들)을 폭행 했다는 생각이 들자 필자도 모르게 씁쓸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유한, 좋은 상품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게 도움주자

공자의 가르침을 말 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는 기업이 우리나라엔 없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자 문득 유한양행이 떠올랐다. 곧바로 유한양행의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기업소개 카테고리의 기업이념으로 들어가 보았다.

창립자 유일한 박사의 창업이념인 동시에 현재 유한양행의 기업이념인 '가장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게 도움을 주자' 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와 박혔다. 오랫동안 못만났던 친구를 비로소 만난 듯 반갑기 그지없었다.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주주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배당하겠다는 식의 다른 기업들의 경영철학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경영철학이었다. 유한양행이 국민으로부터 깨끗하고 좋은 기업으로 기억되고 지금까지 무탈하게 기업을 경영해온 원동력 뒤에는 국가와 동포를 먼저 생각하는 기업이념이 있었음을 확인하는 순간 있었다.

위에서 살펴본 그룹 규모의 대기업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건실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는 몇몇 기업의 홈페이지도 방문하여 보았다. 그 기업들 역시 이익보다는 의로움을 먼저 생각하는 좋은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그룹규모의 대기업 일수록 성장 위주적인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는 곳이 많았다. 그리고 안타깝게 그 모습은 자신의 이익 앞에 눈 멀고 경쟁에선 항상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는 이 땅의 사람들과 너무도 닮아있었다.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의가 아니면 행하지 말라

필자는 잠시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35년 간의 일제 치하 그리고 거듭되는 혼란과 전란, 군사 독재 그 속에서 먹고 사는 일이 더 급했던 우리들은 선조들의 아름다운 정신을 물질과 바꾸었던 것은 아닐까?

다시 유교의 시대로 돌아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날로 비대해져 가는 물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에 균형을 맞춰어줄 철학적 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은 간과 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일에 우리의 기업들이 앞장 서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바른 방법을 통한 이윤 창출' 더 나아가 고객과 사회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보편적인 기업의 목적이 되는 날을 상상해 본다. 정직과 신의 같은 덕목들이 다가올 미래 사회에서는 기업의 가장 큰 경쟁력 중 하나가 될 것임을 필자는 확신한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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