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그들의 경영철학이 궁금해

회장님, 공자님한테 경제 한수 배워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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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룡(ufoi)등록 2007.06.07 09:07

공자상 ⓒ KBS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내내 유교와 공자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던 선입견들이 하나 둘 깨어지기 시작했고 그 중에서 제2편 <의(義), 빠르고 좁은 길>은 공자의 경제관에 대한 이야기로 신선한 충격마져 던져주었다.

'이익을 추구하되 그 이익이 의로운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한다'는 공자의 가르침으로 중국의 성공한 상인들과 아시아의 비약적인 발전등을 보여줌으로써 시공을 초월한 공자의 가르침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확인하고 현재 서구식 자본주의로 인한 병폐를 유교적 가치관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대안도 제시하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어떤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을까? 방송을 보는 내내 필자의 마음 속에 이런 궁금증이 일었고 프로그램이 끝나자 마자 인터넷으로 우리나라 대기업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았다.


삼성, 이윤이 우선 사람은 뒷전

가장 먼저 방문 한 곳은 최근 애버랜드 편법 증여 문제로 2심 법원에서도 유죄판결을 받은 삼성그룹이었다.

삼성소개 카테고리로 들어가자 삼성그룹의 경영철학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다.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여 인류사회에 공헌한다.' 라는 문구 뒤로 다음과 같은 부연설명이 이어진다.

'기업의 일차적 목적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며, 건실한 경영을 통한 이윤창출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면서 사회에 공헌하기 위한 전제조건입니다.' 라는 고등학교 사회시간에 배웠던 익숙한 내용이 이어지고 그 다음 페이지에 삼성의 기업정신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라고 하는 다섯 가지의 신념이 인재제일, 최고지향, 변화선도, 정도경영, 상생추구의 순서로 쓰여있다.

삼성의 홈페이지를 보고 나니 삼성의 지난 행적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삼성의 경영철학을 잘 살펴보면 의로움이나 사람, 사회에 대한 가치관은
늘 뒤전으로 밀려나 있다. 삼성에겐 기업의 이익이 가장 첫번째 인 것이다.

인재제일이라는 핵심가치가 맨 앞에 있긴 하지만 삼성의 경영철학에서 볼때 인재는 단지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 시켜줄 도구일 뿐이다. 이익을 추구하기에 앞서 그 이익이 의로운 것인가를 먼저 생각했다면 삼성은 편법 증여와 같은 문제로 곤란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현대차, 사람은 없고 기업만 있어

삼성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현대그룹의 홈페이지. 현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경영철학은 비교적 단순했다.

"꿈, 희망, 도전, 창조적 예지, 풍요로운 내일 창조" 쉬운 내용으로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없을 듯 했다. 그러나 이 내용 역시 인간보다는 기업중심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찾다가 현대그룹의 CEO인 현정은 회장의 홈페이지에 들어가게 되었다. 홈페지엔 현정은 회장의 경영철학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기업은 국가와 민족의 것' 이라는 문구가 제일 먼저 눈에 띠었고 '기업의 이윤에 앞서 국가의 발전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현대의 참모습이라고 생각한다'는 글귀도 눈에 들어왔다.

반가우면서도 한 편 아쉬운 것은 현정은 회장의 경영철학과 현대 홈페이지의 경영철학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현대하면 아무래도 자동차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노사분규, 파업 그리고 얼마전 정몽구 회장의 구속 사태로 바람 잦을 날 없는 현대 자동차의 경영철학이 은근히 궁금해졌다.

'창의적 도전정신' 모기업인 현대그룹과 거의 비슷하다. 그 아래로 5대 글로벌 전략과 3대 경영방침이 이어진다. 모두 기업의 이익과 관련된 것으로 고객이나 인간을 배려하는 글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CEO의 인사말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 홈페이지를 둘러보고 나니 얼마전 보복 폭행 사건으로 회장이 구속된 한화그룹의 경영철학이 무척 궁금해졌다.


경영철학 없는 한화

한화 홈페이지를 방문한 필자는 다른 기업들의 홈페이지와는 다른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한화의 홈페이지에는 경영철학 혹은 경영이념이라고 소개 되어있는 카테고리 자체를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다만 경영방침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정직과 신용, 의리를 경영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 라는 문구는 발견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내용이 이익을 위한 기업 활동 중 나타나는 행동방식의 하나인지 아니면 이익에 우선하는 신념을 말하는 것인지도 분명치 않았다.

이미지 개선 작업을 위해 수백억원을 들였다는 한화가 홈페이지에는 경영철학조차 없다는 것이 무척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평범한 사람들도 소위 개똥철학 하나쯤은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막대한 자금과 거대한 조직으로 구성된 기업이 확고한 철학적 기반이 없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필자는 CEO의 생각에서 철학적 배경을 찾아보기로 했다. CEO를 소개하는 카테고리로 들어가니 김승연 회장의 사진이 인자하게 웃고 있다. 인삿말을 쭉 읽다보니 말미에 쓰여있는 글귀가 필자의 눈길을 끈다. "기업은 단순히 이윤을 창출하는 존재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고객의 행복을 구현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사회적 존재입니다."

고객의 행복을 구현해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기업의 총수가 고객들(술집종업원들)을 폭행 했다는 생각이 들자 필자도 모르게 씁쓸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유한, 좋은 상품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게 도움주자

이쯤해서 필자는 우리나라에서 깨끗한 기업의 대명사로 인식되어 있는 유한양행의 경영철학이 궁금해졌다. 기업소개 카테고리의 기업이념으로 들어가니 창립자 유일한 박사의 창업이념인 동시에 현재 유한양행의 기업이념인 '가장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게 도움을 주자' 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와 박힌다. 반갑기 그지없다.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주주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배당하겠다는 식의 다른 기업들의 경영철학과는 확연히 대조되었다.

유한양행이 국민으로부터 깨끗하고 좋은 기업으로 기억되고 지금까지 무탈하게 기업을 경영해온 원동력은 국가와 동포를 먼저 생각하는 이러한 경영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위에서 살펴본 그룹 규모의 대기업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건실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는 몇몇 기업의 홈페이지도 방문하여 보았다. 그 기업들 역시 인간을 먼저 생각하는 좋은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그룹규모의 대기업 경영철학은 대부분 성장 위주적이었으며 규모에 걸맞지 않게 초라해보이기까지했다. 그리고 안타깝게 그 모습은 자신의 이익 앞에 눈 멀고 경쟁에선 항상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는 이 땅의 사람들과 너무도 닮아있었다.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의가 아니면 행하지 말라

필자는 잠시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유교의 나라였던 조선이 무너지고 한 세대가 넘는 기간 동안 일제의 통치를 받으면서 예와 의를 숭상하던 정신은 희미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거듭되는 혼란과 전란, 군사 독재 치하에서 먹고 사는 일이 더 급했던 우리들은 그나마 희미하게 간직하고 있던 정신마저 황폐해졌을 것이다.

다시 유교의 시대로 돌아갈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날로 비대해져 가는 물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에 균형을 맞춰어줄 철학적 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은 간과 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대적, 사회적 요청에 따라 기업의 목적도 바뀌어야한다. 단순히 이윤 창출이 목적이 아닌 '올바른 방법을 통한 이윤 창출' 더 나아가 기업이 아닌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기업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그러한 기업 정신은 이 사회의 구성원들에게도 내가 아닌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또한 다가올 미래 사회에서는 정직과 신의라는 경쟁력을 갖춘 올바른 기업이 아니면 살아 남지 못할 것이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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