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민주사회' 위해서 '토론문화'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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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석(welcomeb)등록 2007.05.29 10:09
민주사회로 발전해 나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사회구성원들의 성숙한 ‘토론문화’이다. 나와 상대방의 의견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같음을 지향하는 토론문화가 없는 사회는 진정한 민주사회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토론문화의 중요성이 인식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올바른 토론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가부장적 문화와 군사독재 경험, 그리고 좀처럼 바뀌지 않는 우리의 교육제도 등이 복합적으로 기인할 것이다.

점차 바뀌어 나가고는 있으나 아직도 우리나라의 교육은 단순 암기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심지어 민주사회의 밑바탕이 되는 과목이라 할 수 있는 ‘정치’ 시간조차도 교사의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만 존재할 뿐이다. 가끔은 토론의 기회가 제공되기도 하지만 그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는 학생은 극히 드물다. 학생들이 토론문화에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정해진 진도를 나가는 것만으로도 수업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토론이란 게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백날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토론이 시작되었다는 걸 외운다고 달라지는 게 있겠는가?

민주시민으로서의 기초를 닦아야 할 중․고등학교의 상황이 이럴진대 똑같은 학생들이 입학한 대학교라고 달라질 건 없다. 학생들이 빽빽이 들어찬 강의실에는 ‘권위’있는 교수님의 ‘말씀’만이 존재할 뿐, 선진국의 명문대학에서 볼 수 있었던 토론을 통한 수학(受學)은 찾아볼 수 없다. 가끔 ‘용감한’ 학생들이 자신의 주장을 개진하곤 하지만, 그럴 때면 어김없이 주변 학생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한다. 때로는 토론을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하려는 열정적인 교수님들도 여럿 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소수의 학생들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소수를 위한 강의’로 전락해버린다. 이것이 작금의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다.

그렇다면 과연 성숙한 ‘토론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가. 우선은 가정에서부터 가부장적 문화를 버리고 토론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또한 학생들이 초․중․고등학교 때부터 토론문화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교육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부터 토론문화에 익숙해져야 하고, 학급당 학생 수도 낮춰져야 한다. 나아가 토론의 방법을 가르치는 교양과목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밖에도 공영방송의 토론프로그램 시간을 앞당겨 토론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토론 프로그램인 MBC ‘100분토론’의 방송시간이 자본논리에 의해 저녁 12시 이후로 늦춰졌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굳이 정치학자들의 어려운 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민주사회에서 토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전후(戰後) 서구에 의해 갑작스럽게 ‘민주주의’라는 잘 포장된 선물을 받은 우리나라는 이미 절차적으로는 민주사회를 완성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민주사회는 아직도 저 멀리 존재할 뿐이다. 국민의 대표라 ‘자칭’하는 국회의원들부터가 토론보다는 의장석 점거를 선호하는데, 어찌 감히 민주사회라 할 수 있겠는가? 결국 진정한 민주사회로 나아가는 문은 사회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토론문화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때만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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