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빙등축제

차가운 얼음과 따뜻한 응시가 맞닿는 곳

검토 완료

이영희(dunce202)등록 2007.06.01 08:42

그림과 같이 아름다운 하얼빈의 밤 ⓒ 이영희



하얼빈 빙등축제는 한국 돈으로 2만원 정도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중국인들에게는 꽤나 부담이 큰 돈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수 많은 내국인들까지 이 곳을 찾는 것은 그 만큼 얼음조각들의 아름다움이 빛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양말을 네 개나 껴 신었다면 과연 믿을까? 하지만, 이건 모두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사실이다. 양말 네 개를 신었지만 그 속으로 파고드는 추위 앞에 정말이지 두 손 두 발 다 들 정도였다.

하얼빈 빙등 축제를 관람하는 사람들의 70% 이상이 채 2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관람을 서둘러 끝내고 나온다고 한다. 그 만큼 이 곳의 매서운 추위는 사람들의 끊임 없이 괴롭힌다. 하지만, 평생 이런 칼 추위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언제 또 있으랴!

새해가 되면 중국 사람들은 모두 폭죽을 터트리며 한 해의 행운을 비는 풍습이 있다 ⓒ 이영희



중국은 연 초가 되면 이 곳 저 곳에서 폭죽 터지는 소리를 흔히 접할 수 있다. 외국인들은 이에 많이 놀래기도 하지만, 중국인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열심히 뻥뻥! 폭죽을 터뜨린다. 중앙대로는 하얼빈 최대의 번화가로 러시아 통치 시대의 건물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 다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길 전체가 돌과 돌을 이어서 만들어졌으며 약 5km 정도 되는 길이로 이뤄져 있다.

하얼빈에서는 자난 겨울 매우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바로 50년 만에 가장 따뜻한 겨울로 평균기온이 10도 이상 상승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빙등축제도 조기에 막을 내려야 했다. 이렇듯 세계 곳곳에서는 기상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얼음 속에는 다양한 색의 전구들이 들어가서 그 빛을 더 해 주고 있다 ⓒ 이영희



마음 한 편이 불편하고 불안함이 가시지 않는 것은 아마도 우리들이 저지른 오들이 떠올라서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비록 끝을 좀 심각하게 맺기는 했지만, 하얼빈 빙등축제는 꼭 한 번은 가봐야 할 세계적 축제라 생각한다. 물론 두 번, 세 번 가라면 영하 30도가 넘는 추위에 꽤나 망설이게 될 것 같지만 말이다. 또한 하얼빈이라는 도시에도 큰 매력을 느꼈다. 동서양의 문화가 혼재하고 역사의 적들이 곳곳에 살아 숨쉬는 땅, 우울한 과거의 촉수를 아직 간직하고 있어서인지는 라도 냉혹한 추위에 무척이나 익숙해 보였다. 하얀 세상을 보고 싶다면 꼭 하얼빈으로 떠나 보길 강추한다. 지금부터 계획을 세워보자. 뜨거워 지는 날씨에 마음까지 시원해 질 것이다. 차가움과 따뜻함이 뭉근히 어우러진 그 땅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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