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마음문을 열 때이다.

'파란 눈 금발의 크리스틴은 한국 사람?'에 덧붙임

검토 완료

구은희(drkoo)등록 2007.05.14 18:38
필자가 지난 5월 11일에 작성한 '파란 눈 금발 크리스틴은 한국인?' 기사에 대해서 한 네티즌이 설문을 작성하여 한 검색 사이트에서 실시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는데, 그 설문을 통해서 느낀 바를 적어보도록 하겠다.

설문 내용은 '언어가 민족을 결정하는 요소일까?'였고, 찬성과 반대로 나눠서 찬성은 '그렇다. 언어는 민족혼의 울림이다. 그래서 국어가 중요한거다'와 반대 의견인 '아니다. 언어는 단지 수단이다. 민족은 피로서 결정된다'로 보기가 주어졌다. 사실, 필자가 처음 기사를 작성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견해의 설문이고 소수의 참여자 (25명)로 인해서 신뢰도를 갖는 설문은 못 되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뜻깊었다.

[아직은 혈통이다]

예상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전체적으로는 '민족은 피로서 결정된다'라는 쪽에 많은 의견들이 모아졌다. 사실, '민족'이라는 단어의 구성만 보아도 당연히 민족은 혈통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설문조사를 작성하고 또 그 설문에 응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전에는 당연히 여기던 사실이 이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로 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가 더 보수적]

또한 그 설문 조사에서는 여성 대 남성의 의견 차이도 있었는데, 비록 적은 숫자이긴 하지만 , 여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남자들보다 덜 민감한 것처럼 보여졌고, 혈통 못지않게 언어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더 많은 것으로 보여졌다. 다시 말해서 남자들이 민족을 결정하는데에 있어서는 핏줄이나 혈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자신의 대를 잇는 것인 만큼 혈통이 민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다만, 다른 나라 여성들과 결혼한 한국 남자들도 이렇게 생각할지 궁금해졌다.


[어릴수록 혈통 중시?]

연령별 비교에서는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결과를 보였다. 필자는 젊은 연령 층일수록 찬성하는 의견이 많고,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반대하는 의견이 많으리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결과는 연령층이 높을수록 이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었고, 연령층이 어릴수록 혈통과 핏줄이 민족을 결정하는데에 있어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연령층이 높을수록, 혈통과 핏줄도 중요하지만 그에 덧붙여 언어도 중요한 몫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었다.

보수적이라고 생각했던 연령층들의 분들이 오히려 다른 민족에 대한 포용도가 높은 것으로 보여졌고, 영어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고 외국에 언어연수를 가고 싶어하는 젊은 층들이 오히려 다른 민족에 대해서는 조금은 배타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져 앞으로 한국사회가 안고 가야할 이주민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댓글에 나타난 생각들]
이 설문에 대한 댓글들을 살펴보면, 아직까지도 다른 나라 사람들을 한국인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와 함께 일하고 함께 결혼도 하고 그렇게 가정을 꾸미고 아이를 낳으면서도 그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이까지도 한국인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태도를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다른 민족이나 혼혈아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성공한 2세, 3세 혹은 혼혈아들이나 외모가 준수하게 생긴 혼혈 탤런트들에 대해서는 한국 사람으로 생각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혈통을 따른다면 어느쪽 부모의 혈통을 따를 것인가?]
아직까지는 한국인들은 혈통에 따라서 민족을 구분짓는 것에 익숙해 있다. 그렇다면, 어느쪽 혈통을 따를 것인가? 보통 한국 문화에서는 아버지의 혈통을 따르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이것은 다른 동양의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래서 한국 남편과 결혼해서 코시안을 낳은 베트남 여성 같은 경우에는 그 아이를 당연히 한국 사람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키우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나라인 베트남에서도 그 아이는 분명히 한국 아이라고 생각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외국인 학교에 보낼 형편도 안 되지만, 진정한 한국인으로 교육하기 위해서 한국의 보통 학교에서 공부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에서는 그 아이를 한국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학교에서도 따돌림을 당하고, 자신을 다르게 아니 틀리게 보는 그런 친구들의 모습에서 무엇을 느낄 것인가? 그러한 아이들이 조승희가 겪었던 아픔보다 더 큰 아픔을 겪어야 함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민족이 아닌 국민, 시민의 개념으로]

위의 설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아직까지 우리 한국 사람들은 이미 다른 민족들과 결혼을 하고 함께 생활을 하면서도 그들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지 못 하다. 그렇다면 이제 혈통 중심의 민족의 개념을 버리고 국민, 시민의 개념으로 그들을 대해야 할 것이다.

이민족들이 모여 사는 미국에서는 '한국계 미국인', '중국계 미국인' 등과 같이 모두 '미국인'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다만 '미국인'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를 통해서든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여야 한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연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든지, 시민권 시험을 통해서 미국에 대한 충성 맹세를 하고 시민권을 받든지간에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디에 가서든지 당당히 '나는 미국 사람이오'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그래서 농담 삼아 시민권을 원하지 않고 영주권자로 살고 있는 필자는 시민권을 획득한 미국 사람인 남편과 사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한국도 이제 마음문을 열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노동력이 부족하고, 농촌 총각들의 결혼을 위해서 다른 이민족 사람들을 받아들였다면, 그들에게 의무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권리도 주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그들도 똑같은 인권을 가진 소중한 대한민국의 국민 또는 시민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또한, 그들의 자녀들에게 국방의 의무를 요구할 것인가? 그렇다면 당연히 그들도 한국인으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작성하였던 본 원고와는 다른 방향으로 설문조사가 이루어졌지만, 이 설문조사를 통해서 다시 한 번 정체성의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고, 이러한 문제들을 이제는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 되었다는 생각을 해 보면서, 파란 눈 금발의 크리스틴도 자신이 원한다면 한국인 엄마를 둔 한국인이 될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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