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안은 강재섭·이명박·이재오의 야합 꼼수"

강재섭 대표 중재안에 반발하는 '평당원' 당사 농성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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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규(comune)등록 2007.05.11 18:29
"강재섭은 나와서 무릎 꿇어!"
"노무현만 빨갱인 줄 알았는데, 이명박하고 이재오도 빨갱이잖아!"


한나라당 당사 앞은 이와 같은 원색적인 구호와 비난이 가득했다. 한나라당 현관 유리문 하나는 '한나라당 당원'이라고 밝힌 사람들에 의해 산산조각 부서졌다. 그리고 박재완 대표 비서실장은 쫓기듯 뒷문을 통해 도망치듯 당사를 떠났다.

햇살이 좋았던 11일. 대선 후보 경선 규칙으로 분란을 겪고 있는 한나라당 당사에서 벌어진 세 가지 풍경을 적어본다.

#1. 한나라당사에 울려퍼진 색깔 비난 "이 전 시장은 빨갱이!"

강재섭 대표가 마련한 대선 후보 경선 규칙 중재안에 반발하는 사람들 100여 명이 11일 오전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사로 몰려 왔다. 이들은 "혁신안 원안고수"라고 붉게 적힌 머리띠를 둘렀다.

한나라당 평당원이라 밝힌 이들은 당사 현관 앞 계단에서 "강 대표가 마련한 중재안은 무효"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당원 1표, 여론 2표는 국민 기만 사기 정치"라며 "강 대표의 중재안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어떤 이는 "강재섭·이명박·이재오 3자 야합 꼼수 정치, 중재안 철회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피켓의 문구와 참가자들의 구호는 원색적인 비난으로 가득했지만, 이때까지 시위는 평화로웠다.

그러나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부터 "강재섭은 나와서 무릎 꿇어라"라는 외침이 시위 참가자들에게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어 곧바로 "이 전 시장은 한나라당의 원칙을 깰 거면 노무현의 품으로 가라" "이 전 시장이나 이재오 의원은 순 빨갱이!"라는 욕설이 등장했다.

#2. 산산조각 부서진 한나라당 현관

비난의 화살이 이 전 시장과 이재오 최고위원에게 쏠리자 몇몇 시위 참가자들은 "당사 안으러 들어가자!"고 외쳤다. 오전 11시 30분께 이들은 당사 진입을 시도했다. 이 때 당사 현관 안에는 무장을 하지 않은 경찰 20여 명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경찰은 재빨리 현관문을 닫으며 유리로 된 현관문을 봉쇄했다. 시위대는 "XX놈들아 비켜!" "강재섭 나오라 그래!"라며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들은 "다친다, 뒤로 물러서라"고 외쳤지만 흥분한 시위대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 과장에서 유리문 하나가 완전히 부서졌고, 유리 파편에 맞아 시위대 1명과 경찰 3명이 얼굴 등에 부상을 입었다.

이런 상황은 경찰병력 300여 명이 추가로 한나라당 당사에 배치되면서 종료됐다. 그러나 시위대는 해산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한민국 어버이연합' 소속 회원 50여 명이 버스를 타고 합세해 시위대는 150여 명으로 불어났다.

대부분 70, 80세인 이들이 합세하면서 한나라당을 향한 비방은 더욱 거칠어졌다. 서울 동대문에서 온 이모(72) 할아버지는 "강재섭 대표와 이재오 의원은 이쪽으로 나와 자결하라"고 외쳤다. 이에 참가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3. 당직자와 대표 비서실장은 '고립' - 시위대는 '삼각김밥'

이 때 당사 안에는 당직자 70여 명이 있었다. 점심 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가려던 이들은 시위대에 막혀 발을 동동 굴렸다. 어떤 직원들은 당사 지하 지하에 마련된 기자실 문을 통해 밖으로의 '탈출'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자실 출입문은 이미 누군가 큰 자물쇠로 잠가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당사 밖의 시위대는 자리를 깔고 앉아 삼각김밥과 생수로 점심을 때우며 계속 "강재섭 불러오라!"며 해산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당사 입구 오른쪽 벽에는 누군가 스프레이 페인트로 "사망 축"이라고 크게 적어 놓기도 했다.

시위대가 장기전 돌입 태세를 보이자 박재완 당대표 비서실장이 나타나 "마땅히 강 대표가 어르신들께 사과하고 말씀을 드려야겠지만 강 대표는 지금 지방으로 이동중이고 며칠동안 칩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에 시위대는 "물러가라!" "거짓말하지 마라!"는 외침과 삿대질로 박 비서실장을 몰아세웠다.

결국 박 비서실장도 직원들처럼 지하 기자실로 돌아왔다. 박 시서실장은 경찰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탈출'에 성공했다.

오후 4시 30분 현재 대부분의 시위대는 해산했다. 그러나 50여 명은 "강 대표의 중재안이 무효가 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겠다"며 천막 농성을 준비하고 있다.

울산에서 왔다는 정기보씨는 "울분을 이기지 못해 어젯밤에 올라왔다"며 "중재안이 철회되는 순간까지 단 1명이라도 시위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의 한나라당 당원이라고 밝힌 남동호씨는 "작년 당 대표 경선에서 강 대표를 적극 지지했던 사람으로서 실망이 크다"며 "당 후보는 당원이 뽑고, 대통령은 국민이 뽑아야지 왜 자꾸 당원들의 권리를 축소하냐"고 강 대표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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