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만 있고 팩트는 없는 정치판

언론은 판단근거를 소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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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호(khk1208)등록 2007.05.07 17:03
당신은 노무현 대통령을 본 적이 있는가. 아마 죽을 때까지 볼 수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만약에 당신이 ‘눈으로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는 말을 신봉한다면 TV에 나온 노무현 대통령은 허구다. 대통령 뿐 아니라 연예인 학자 모두 실상이 아닌 이미지일 뿐이다.
이렇게 직접 보지 않고 판단하는 것이 거개의 우리다. 실재에 대한 눈으로의 검증도, 판단근거도 없이 우리는 소문과 몇 마디의 말로, 때로는 치우치고 편향된 언론의 보도로 그 사람을 파악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판단기준은 허구에 기초한 것이다.



정치판이 소문과 허구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 대선주자로 꼽히던 두 사람은 이미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선언하고 자기 위치로 돌아갔다. 그 중의 한 사람은 지금 정치판에서 사는 사람에게서 ‘지저분한 곳에 발을 들여놓지 말라’는 말을 들었던 사람이다. 자신들이 사는 곳을 지저분한 곳이라고 말하는 그 당당함에 놀란 것일까. 어쨌든 소문만 무성한 지지율과 신문기사들 속에 잠시 머물다 허구의 세계에서 실생활로 돌아간 것은 분명하다.


사분오열하는 열린우리당은 어떤가. 아메바처럼 분열하고 있으나 정작 독자생존의 틀은 갖추지 못 하고 있다. 지지율이 바닥에서 머물고, 실정으로 거부감이 잔존한 열린우리당의 간판으로 무엇을 해보는 것은 어렵다. 열린우리당이란 브랜드를 바꾼다고 해서, 새로운 정당 이미지(PI: Party Identity)로 개조한다고 해서 지지율이 올라가거나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래서 여당은 더 소문과 허구에 목을 매달고 막판에 바람이 불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어떤 인물을 내세울 것인지 소문을 내고, 그 소문의 지지율을 저울질하고, 교환하고 대체하는 과정을 통해 대권을 잡을 생각을 한다.


한나라당은 어떤가. 집안 싸움으로 날새는 줄을 모른다. 두 주자가 집안싸움에 몰두하는 것은 승자가 모두 차지한다는(Winner takes all) 생각 때문이다. 한나라당 후보가 곧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오만이다. 이번 재보선에서 나타난 것처럼 떡 줄 사람의 마음은 바뀔 수 있는 것인데도, 일단 한나라당의 후보가 되기만 하면 <떼논 당상>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안으로는 싸움질하고, 밖으로는 검증이 되지 않은 공약을 내걸고 있다. 한나라당 두 대권주자에 대한 지지율이라는 것도 사실은 적은 표본수에 의한 설문조사일 뿐이다. 모든 사람의 의중을 대표한다고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 정치인들이 하고 있는 것은 ‘몰이’와 ‘소문’의 정치다. 실체는 없고 이미지만 있으며, 소문만 있고 팩트는 없다. ‘하더라…’하는 이야기만 있고, ‘한다’라거나 ‘아니다’라는 말이 없는 것이다. 정작 눈여겨볼 공약도, 현실적으로 와닿는 정책대안도 없이 소문의 소문에 의한 정치를 하려고 한다.


이런 와중에 언론 역시 소문을 받아 적는 데만 급급하고 있다. 정작 국민들이 알아야 할 팩트나, 누가 이 나라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인물인지 분석도 판단의 근거도 알아내어 보도하지 못 하고 있다. 소문이 현실화되고, 정작 대권주자가 확정되면 그때 가서 까발리겠다는 것인가.


대선이 임박해서 누군가 두세 명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할 때 그때 가서의 검증은 느리다.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싫든 좋든 뽑아야 하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은 후보가 많고 적음이, 후보간의 싸움질이 아니다. 실체가 없이 떠돌기만 하는 소문들 속에서 과연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의 깊이를 만들어 줄 무엇이 없는 것이 고민이다. 실패하고 싶지 않은, 제대로 뽑고 싶은 생각이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언론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무엇을 국민에게 알려주어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주었으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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