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 벗은 임금님을 만나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책' =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옷'

검토 완료

강임수(kis941113)등록 2007.04.24 14:02

<괴테의 숫자가 마법에 걸렸어요.> 표지입니다. ⓒ 산하

몇 글자 안 되는 글자로 꾸며진 난해한 그림책, 내겐 너무나 어려운 책이다. 이 그림책에 대한 소개 글과 서평을 보면서 내가 알 수 없는 영역에 들어선 것 같은 낯선 답답함이 느껴졌다.

이 책은 괴테가 쓴 <파우스트>를 보고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로 유명한 그림동화 작가 에를부르흐가 상상력을 발휘해서 만든 책이다.

"괴테는 이 책에 실은 ‘마법의 구구법’으로 시(詩)의 어떠한 논리로도 풀어낼 수 없는 비이성적인 면을 발전, 향상시키려했다. 1827년 괴테는 그의 친구 에커만에게 보내는 글귀에 여기 ‘파우스트’에 소개되는 구구법이야말로 “사상이 더 이상 진전되지 않고 결코 명확할 수 없는 표현들이 뱅뱅 원을 그리듯 돌 뿐이다.”라고 했다. 따라서 빅토아 랑거에 의하면 그 어떤 숫자의 배경을 설명하려고 애쓰거나 혹은 상징적 해석 등을 하지 말라고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은 괴테의 시 창작의 의도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책’으로 국제 상을 수상했으며, 독일에서는 이 책이 나왔을 때 여러 신문과 잡지들에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솔직히 이 책과 소개 글을 읽으면서 갑자기 벌거숭이 임금님이 생각났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책’으로 국제 상을 받은 책이라는데 아무런 감흥을 받을 수 없었기에 벌거숭이 임금을 구경나온 아이가 된 심정이다.

하지만 난 아이처럼 순진하지 못하다. 나 자신이 의심스럽다. 나의 얕은 지식과 공유할 수 없는 문화적 차이일 거라 추측하고 입을 다물고 만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의 반응은 어떨까, 아마 내가 보지 못한 뭔가를 발견하고 해설할지도 모르다. 조금 큰아이라면 ‘무슨 책이 이래’ 할지도 모르겠다.

괴테의 ‘파우스트’ 다시 읽고 본다면 뭔가 힌트를 얻지 않을까, 나도 이 책에 대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이래저래 이 책은 나를 공경에 몰아넣었다. 아이처럼 솔직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볼 수 없는 것을 보았다고 할 수도 없는 난처함에 빠지고 말았다. 결국, 벌거벗은 임금님을 구경하러 나온 어른인 셈이다. 자신을 의심하면서 벌거벗은 임금의 멋진 옷을 발견하려 애쓰는 어른 말이다.

어쩌면 괴테나 에를 부르흐가 노린게 이런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나의 무지한 감상은 여기서 접고, 이 특별하고도 아름다운 책에 대한 감상을 다른 독자에게 넘겼으면 한다. 독자가 아이들이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정말로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는 사라지게 해요 ⓒ 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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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무상을 보여주는 그림책

이 책은 다른 어린이 책들과는 또 다른 면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을 볼프 에를부르흐의 삽화가 섞여 훨씬 더 진지하면서도 신비한 면이 있다. 이 책은 알레고리 형태로 마법적인 데가 있다. 새로운 볼프 에를부를흐의 책은 어린이들만이 아니라 오히려 어른들이 함께 같이 보아도 좋은 책이다. 그건 이 책이 인생무상과도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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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파우스트>를 어린이와 어른들 모두에게 선물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마법의 구구셈>은 1800년 경에 새로운 문명의 발전과 검은 마법의 세계에서 어린이와 세께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요술하는 마법사들의 표현이 잘 그려져 있습니다. 매우 매혹적인 조화로 한편으로는 논리정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요술 그림들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약간 무섭게, 한편으로는 기분 좋게, 다른 한편으로는 어딘가 모르게 한이 맺힌 듯합니다. 어딘가 계산적이면서도 비합리적인 그런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그화 함께 에를부르흐는 문화역사적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는 괴테의 < 파우스트>를 어린이와 어른들 모두에게 선물한 것입니다. / 다짜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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