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 주가 3000시대의 허상

거시경제지표가 아니라 민생경제에 눈을 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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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욱(silchun615)등록 2007.04.17 13:09
요즘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의 경제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한반도대운하를 파겠다고 하더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서해페리를 주장하였다. 이명박 전 시장이 ‘대한민국747비젼’이란 것을 들고 나오니 이제 박근혜 대표는 주가 3000 시대를 열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지금까지 한나라당의 경제주장들은 죄다 현실에 근거하지 못하여 실현가능성이 없는 허구의 정책들이다. 박근혜 대표의 주가 3000 시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박근혜 대표의 주가 3000 전망은 설사 실현된다 하더라도 국민생활 개선과 전혀 관계없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에 박근혜 대표의 발언은 국민선동에 그칠 수도 있다. 그럴싸한 말을 해놓고 자기 말의 곳곳에 논리의 함정을 파는 수법은 한나라당이 극렬하게 공격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수법을 완전 빼닮았다.

최근 한국의 주식시장이 예사롭지 않은 호황을 보이고 있다. 뒤에서도 언급되겠지만 여기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타결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4월 9일 한국종합주가지수(코스피 지수)는 1500을 돌파하였으며 4월 11일에는 최고가를 경신하였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니 박근혜 대표는 증권에 관련한 발언을 해줘야 할 필요를 느꼈나보다. 그는 4월 11일 여의도 증권업협회에서 열린 증권사 지점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 주식시장은 아직도 발전의 여지가 크며, 5년 내에 주가지수 3000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의 주가지수가 1500인데 5년 내에 3000이라면 무려 2배 이상 뛰어오르는 것이다. 주가지수의 100% 인상, 자칫 잘못하면 한국의 경제수준이 2배가 된다고 판단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에는 논리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먼저 주가지수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주가지수란 특정시점에 대한 주식시장의 자금규모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비율이다. 한국의 주식시장은 1980년 1월 4일의 주식시장 규모를 100으로 잡고 그에 대한 자본비율을 주가지수로 결정하고 있다. 현재의 주가가 1500이니 이 말은 지금의 주식시장 규모가 1980년의 15배 정도로 성장하였다는 말이 된다.
종합주가지수는 주식시장에 등록된 모든 회사의 주가시세를 합산한 개념이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주가시세를 기준으로 반영되므로 회사규모가 크고 성장조건이 좋은 대기업은 막대한 주식자금을 보유한 반면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다시 말해 주가지수에는 규모가 큰 대기업의 성장여부가 휠씬 크게 반영된다.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100여개의 중소기업이 줄도산을 하더라도 삼성그룹의 이익이 100여개 중소기업을 능가하면 종합주가지수는 오르게 된다. 그러한 이유로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중소기업, 내수시장은 철퇴를 맞고 있지만 국내 대기업들의 고속성장에 힘입어 종합주가지수는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농업과 서비스산업의 대규모 피해가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종합주가지수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것은 FTA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산업은 중소산업인데 반해 이득을 보는 산업은 굴지의 대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종합주가지수는 대기업들의 상황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종합주가지수에 대기업의 여건이 크게 반영되는 이외에도 주식시장은 외부로부터의 자본유입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IMF 이후 한국주식시장은 해외자본세력에 개방되어 미국독점자본을 비롯한 해외자본들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현재 한국주식시장에 유입된 주식자금은 코스닥 시장까지 합쳐서 약 800조원의 시장이라고 한다. 한국 주식시장에 유입된 자금의 절반 이상이 외국계 투자자본이라는 것이 금융계의 시각인데 이 경우 외국계열 자본이 약 400조원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시기적으로 살펴보더라도 1999년 12월의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약 400조원이었는데 2007년 현재 그 2배에 달하는 800조원으로 불어났다. 결국 주식시장에서 불어난 대부분의 자금은 내수경제의 발전에 의해 국내투자자들이 증가하였다기 보다는 주식거래를 통한 차익을 보고 들어온 외국자본들의 투자에 의해 증가한 것이다.

외국자본들이 주식시장으로 들어오기만 해도 주가지수는 상승하게 된다. 물론 유입된 외국자본들은 해당기업의 경영활동을 원활히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유입된 외국자본이 온전히 한국의 경제를 위해 기능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확실할 수 없다. 외국자본비율의 증가로 회사의 경영권이 통째로 외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사실 삼성반도체나 현대자동차, 포항제철, 한국통신 등 국내 유망기업의 주식은 대부분 해외자본세력이 장악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대기업의 등락을 결정하는 것도 해외자본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국내산업의 자생적인 성장이 전혀 없더라도 외부자본의 유입만 있으면 주가지수는 커다란 영향을 받게 된다.

이상을 통해 볼 때 박근혜 전 대표가 5년 내 주가 3000 시대를 열겠다고 했는데 이것은 만일 한나라당이 집권한다면 한나라당은 향후 5년 동안 대기업과 외국자본 중심의 경제노선을 관철시켜 서민경제와 민생경제가 어떻게 나락으로 떨어지는지 관계치 않고 오로지 해외자본과 대기업의 성장발전을 위해 매진하겠다는 주장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것은 국가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박근혜 전 대표가 한국경제의 핵심문제를 잘못 짚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오늘날 한국경제의 핵심문제는 사회양극화문제이다. 기록적인 성장을 보이는 대기업에 반해 내수시장은 고갈될 상황에 처한 관계로 대기업들은 해외설비투자로 눈을 돌리게 되고 결국 국내의 경제능력이 고갈되어 국민경제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줄기차게 주장하듯이 한국경제의 거시경제 지표는 OECD 국가들 가운데서도 준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그렇게도 한국경제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무엇보다도 사회양극화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해외자본과 대기업에 기댄 경제성장 논리는 다시금 광범위한 서민들의 피땀을 가지고 대기업 성장을 이뤄보겠다는 주장과 동일하다. 지금의 한국사회에서 주가가 아무리 오르더라도 돈을 모으는 세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요 소규모 개미투자자들은 자금을 잃을 수밖에 없다.

대권주자로 나서겠다고 행보를 펼친 지 1년이 넘어가는 지금 시점까지 박근혜 전 대표는 한국경제의 핵심문제조차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와 같은 거시경제지표는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가계경제상황을 옳게 반영할 수 없다. 종합주가지수는 해외투기자본이나 전경련, 경총에서나 주목해서 볼 따름이다. 오늘날 한국경제의 화두는 사회양극화이다. 주가지수가 큰 발전 없이 1500에 교착되더라도 가계경제가 살아나면 서민들은 그것을 기뻐한다. 노무현 정부가 자기 지지율을 다 까먹고 한나라당에 지지율을 통째로 내준 것도 거시경제의 성장지표가 낮아서 일어난 문제가 아니라 노무현 정부가 거시경제지표만 중시하며 서민경제를 무시하고 외면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의 자격미달의 경제논리는 이렇듯 한나라당에서도 똑같이 존재한다는 것이 우리 국민의 슬픔이다. 노무현 정부의 관료들이 민생현장을 외면하고 책과 이론에만 파묻혀 서민들과 멀어졌다면 박근혜 전 대표는 원래태생부터가 초호화 권력층이어서 서민들과 멀어졌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박근혜 대표와 한나라당은 기만적인 주식시장 놀음일랑 중단하고 이제라도 실질적인 서민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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