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석유를 주목하라

새로운 방식의 남북경제협력의 잠재력

검토 완료

최한욱(silchun615)등록 2007.04.03 13:33
한국의 국민들은 한반도를 이야기할 때 지하자원이 없는 척박한 땅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박정희 정권이 수출 중심의 국가경제 체제를 주입하기 위해 자원이 없다고 주장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한국인에게 한반도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라는 인식이 강하여 각종 자원은 당연히 해외에서 들여와야 하는 줄로 알고 있다. 지난 2006년 5월 8일에만 하더라도 산업자원부는 그동안 석유의 존재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던 군산 앞바다의 탐사시추공을 막는 폐공조치를 하면서 군산지역의 석유탐사작업은 최종 중단되고 말았다.

서해유전

그러나 자원이 없는 척박한 한반도라는 논리는 분단된 한반도를 지배하려는 제국주의 세력이 지어낸 말일 뿐이다. 한반도는 자원이 없는 땅이 아니라 오히려 지하자원이 무궁무진한 지역이다. 단적인 예로 한반도에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한반도에도 대규모 유전이 있다. 그것은 휴전선 너머 북한의 남포 앞바다 서한만 일대에 매장되어 있는 대형유전이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997년 북한이 50억-400억 배럴의 원유가 있다고 발표한 남포 서쪽 서한만 일대는 그간의 자료를 종합해 볼 때 매장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의 유전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정주영 회장의 방북 때 북한유전 소식은 전파를 타고 전국에 보도된 바 있다. 당시 정주영 회장은 방북에서 돌아오자마자 “평양이 기름에 떠 있다”는 발언으로 놀라움을 주었다.

1998년 신동아에는 북한에 매장된 석유에 관한 기사가 보도되었는데 그에 따르면 서한만 지역을 모두 5개 구역으로 나뉘는데, 채굴 가능한 원유로 1구역이 6500만 톤, 2구역은 5000만 톤, 가운데에 위치한 3구역은 3000만 톤, 4구역은 규모가 작고, 마지막 5구역이 1000만 톤이 매장되어 있다는 한 재미동포 대학교수의 분석을 옮겨놓았다. 이 교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서한만 일대 매장된 원유를 원유의 일반적 단위인 배럴로 환산하면 모두 합쳐서 약 12억 배럴이 된다. 통상적으로 1억 배럴 규모이면 보통 수준이고 10억 배럴 규모이면 대형유전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에 매장된 원유가 약 50억 배럴이라고 할 때 서한만 일대에 매장된 12억 배럴은 그 측정이 사실일 경우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 분명하다.

신동아의 기사에 의하면 이 교수는 1994년과 95년에 걸쳐 황주, 재령, 두만강 연안, 서한만 등 북한의 여러 지역에 탐사를 실시하였으며 자신이 개발한 특수한 측정법으로 95% 신뢰성을 가지고 중국 유전개발에 참여하였다고 한다. 게다가 그 교수는 두만강 유역에도 약 20억 배럴 규모의 원유가 매장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북한의 서한만 유전은 1985년 북한이 시추공을 뚫어 하루 450배럴의 원유를 시범 생산하여 원유의 존재 사실은 확인된 바 있다. 다만 바다 속 대륙붕에 위치하고 있는 관계로 탐사와 굴착에 상당한 물질적 노력이 소요되어 아직까지 바다 밑에서 잠자고 있는 유전인 셈이다.

그러한 관계로 북한의 서해유전은 이미 한국석유공사의 관심을 끌고 있다. 2004년 5월, 유공은 북한 서해유전 개발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발표하였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남북 경제협력 차원에서 서해 및 발해만 북한 유전 개발과 관련된 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중이라 밝힌 바 있다. 서한만 일대 유전은 노르웨이 GGS사가 조광권을 갖고 있었지만 자금부족으로 탐사가 지연돼 오다 2004년 봄에 계약이 만료됐다. 이에 앞서 석유공사는 2005년 4월 15, 16일 베이징에서 미 의회 산하연구소인 우드로윌슨센터와 중국국제문제연구소(CIIS)의 주관아래 열린 북한, 중국 석유관련 기관간의 학술회의에도 참석, 서해 해저유전 매장 가능성을 논의한 바 있다.

또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005년 12월 24일 로두철 북한 부총리와 쩡페이옌 중국 부총리가 해상유전 공동개발협정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협정은 양측의 부총리가 서명주체라는 점에서 실제로 원유 매장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국(EIA)은 북한의 원유 매장 가능성에 대해 중국의 보하이만과 지리적으로 확장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서한만에도 탄화수소가 부존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2004년 9월 영국 아미넥스(Aminex)사와 모든 영토를 탐사, 개발할 수 있다는 협정을 맺은 바 있다. 북한은 아미넥스사에 20년간 채굴개발권을 부여하였다고 하는데 아미넥스사의 브라이언 홀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서 채굴 가능한 원유매장량이 40억~50억배럴이라고 주장하면서 사업성공을 매우 낙관한다고 말했다. 이상의 사실로 미루어 보건데 북한의 서해 대륙붕에 대규모 유전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며 그 개발 가능성이 점점 현실화되는 상황이라 판단할 수 있다.

서해유전의 파급력

서해유전의 매장량은 최소 12억배럴에서 최대 400억배럴로 추산된다. 이는 한국의 원유수입량이 1년에 8억 5000만 배럴임을 통해 볼 때 최대 50년치의 석유를 한반도에서 얻을 수 있게 된다. 한국의 석유소비량은 세계 7위 규모이며 석유의 수입량은 세계 4위에 해당되는 막대한 양이다. 게다가 한국은 소비하는 석유의 75% 가량을 지구반대편의 중동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만일 한국이 눈앞에 있는 서해유전의 개발에 참여하여 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다양한 원유공급로를 확보하게 되어 국제석유시장의 가격 등락에 경제가 휘청거리지 않아도 된다. 더불어 수송로가 짧아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으므로 전체 석유가격의 하락을 기대할 수도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북한산 석유가 한국의 주유소를 채우면서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이 일제히 하락할 날이 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해유전의 진정한 파급력은 북한의 경제발전에 있다. 지금껏 북한은 미국의 경제제재에 막혀 특히나 에너지 자원을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없었다. 북핵위기의 해결을 위한 6자회담장에서도 에너지 협력에 관한 문제가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사실을 보더라도 북한은 현재 에너지 자원과 그 핵심인 석유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사업에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필요한 자원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국의 영토 내에서 채취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북한은 올해 그들의 신년공동사설에서 경제발전의 먼 앞날을 내다보면서 지질탐사사업을 앞세우고 에너지 및 자원개발 사업을 전망성있게 해나가며 나라의 자원을 극력 아끼고 보호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나아가 채취, 기계, 화학, 건재, 림업부문들에서 생산을 활성화하기 위한 투쟁을 착실하게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지난 20세기 말 북한경제가 맞닥뜨린 두 가지 커다란 과제가 바로 식량과 에너지 문제였다. 북한은 자국에 풍부하게 생산되는 석탄에 기반한 에너지 소비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석유자원의 이용 역시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서해에서 유전이 개발되어 북한이 이를 사용하게 된다면 북한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던 에너지 문제가 최종 해결될 수 있음을 말한다. 결국 서해유전은 북한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의 토대가 된다. 살펴보면 남북한 경제 모두에 획기적인 발전 전망을 열어주는 사업이 바로 서해유전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경제협력 단계의 상승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남북한이 아직 통일단계에 들어선 통일국가가 아니라 국제연합에 동시 가입되어 있는 과도기적 상태란 사실이다. 결국 북한지역에 매장된 석유는 통일이 되지 않는 다음에야 한국이 가격을 지불하고 사오는 전통적인 교역의 방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서해유전은 일반적인 상품교역과는 차이가 존재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해저의 무진장한 유전도 시추공을 뜷고 생산조건을 완비해야 비로소 상품으로의 가치를 갖는 것이다. 하지만 서해유전은 아직 개발이 완료되어 생산에 들어간 유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자원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미완의 상품이다. 여기에는 일반적인 상품교역에서 발생하는 등가교환의 개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새로운 방식의 교역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예를 들면 유전의 개발, 이용권을 한국이 확보하는 대신 한국정부는 그만큼의 대가에 해당하는 경공업 원료를 북한에 판매한다던지 식량을 협력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문제점은 경공업 원자재의 경우 그 가격 산출이 매우 구체적인 반면에 아직 개발되지 않은 유전의 경우 그 가격을 화폐로 환산하기 매우 애매하다는 점이다. 개발되는 유전의 규모에 따라 이용권은 달라질 수 있으며 유전의 형태에 따라서도 생산비용에 따라 향후 잠재된 유전의 가치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민간기업이 유전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경우 그 개발비용은 화폐로 지급된다. 그러나 남북한이 화폐 대신 경공업 원료라든가 식량으로 대체한다면 남북경제협력은 한단계 더 크게 발전하게 된다.

그것은 화폐를 이용한 등가교환이 아니라 소위 물물교환이 될 경우 거래의 주체가 정부급에 해당하는 공사가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현대정유가 서해유전의 개발과 이용사업에 참여할 수는 있지만 북한에 지불할 수 있는 것은 현금일 뿐 플라스틱, 고무 등의 경공업 원자재를 보내줄 능력은 없다. 이러한 방식의 협력은 오로지 한국정부만이 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의 경제협력은 남북한 모두의 경제발전에 선순환을 낳을 것이다. 남북경제협력 사업에서 정부가 적절히 개입하여 통제하는 방식을 띠지만 이 경우 경제협력의 효율성을 최대로 높여갈 수 있으며 국내에 갈수록 사양화되어가는 중소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 신발, 비누, 화학 등 각종 경공업 산업은 국내 중소기업들에 기초하여 형성되어 있는 시장이지만 최근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의 추격으로 국내에서 그 존립기반을 잃어가고 있는 사정이다. 북한의 서해유전에 대한 대가로 경공업 원료들을 북한으로 보내준다면 국내의 중소기업들은 북한이라는 안정적인 판매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저렴한 유전을 확보하는 이익이 국내정유회사가 아니라 한국의 중소기업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다른 예로는 서해유전 개발의 보상으로 대북송전을 추진할 수도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개발이 되어야 국가경제의 토대가 윤택해질 수 있다.

북한에 존재하는 광활한 석유자원은 분명 우리 민족에게 커다란 보물이다. 하지만 남북한은 소중한 석유자원을 가급적이면 현명하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이미 신년공동사설에서 나라의 자원을 극력 아끼고 보호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라의 자원은 단지 캐내고 파내서 없애버리는 방식이 아니라 민족경제의 토대를 닦는데 이용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북한의 서해유전과 경공업 원료의 협력방식은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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