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검증공방, 아직도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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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환(cuttlynx)등록 2007.03.20 15:06
한나라당에 최근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하나는 대선 주자, 특히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검증공방이 도를 넘어 진행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대북정책을 전면 재편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두 가지 모두 향후 대선으로 가는 정국에서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한나라당 대선 후보 선출에 폭탄으로 떠오른 후보 검증공방에 대해서 자세히 분석해보고자 한다.

검증공방,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었는가

한나라당 경선준비위원회(위원장 김수한)가 가칭 ‘2007 국민검증위원회’를 구성키로 결정하면서 한나라당 대선 예비 후보간 치열했던 검증공방이 한층 수그러들고 있다. 그러나 폭발이 잠시 연기됐을 뿐 여전히 큰 파괴력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검증공방,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한나라당 내 대선 예비 후보들에 대한 검증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과거 이회창 후보가 높은 지지율 속에서도 두 번이나 대선에서 낙선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후보로 선정되기 전 미리 치밀한 검증을 해야 할 필요를 다들 공감하고 있었다. 사실 후보 검증은 이른바 한나라당 빅3로 부르는 세 명의 예비 후보들이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최근 논란이 된 검증공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박 전 대표 캠프의 법률 특보인 정인봉 변호사가 2월 8일 이 전 시장의 문제점을 담은 이른바 X파일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하면서부터다. 바로 다음날 박 전 대표는 정씨의 발언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혔으나 결국 정씨는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시장의 문제점에 대한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있다”는 폭탄선언을 하였다. 이 때 정씨는 지도부에서 내용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해서 말 못한다며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 전 시장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었고 이 전 시장측 주호영 비서실장은 “욕하면서 배운다더니 전형적인 김대업 수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 변호사의 주장이 흑색선전이나 네거티브로 밝혀지면 박 전 대표도 공동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박 전 대표 책임론을 거론했다. 결국 다음날인 13일 한나라당은 긴급최고위원회를 개최하여 정씨를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고 15일에는 경선준비위에서 정씨의 이른바 X파일을 건네받고 몇 시간의 검토 끝에 새로운 내용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박 전 대표측 인사조차 ‘황당하다’고 할 정도로 정씨의 의혹 제기는 하나의 어이없는 돌발사건으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검증공방 1탄의 여파가 채 끝나기도 전인 16일 96년 당시 이명박 의원의 비서관이었던 김유찬씨가 이 전 시장의 위증 교사 의혹을 제기하면서 검증공방 2탄이 시작되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김씨는 “이전시장측이 공판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하도록 교사하면서 대가로 1억2000여만 원을 줬다”며 심지어 “98년 이 전 시장을 찾아갔을 때 그로부터 간접적으로 살해협박을 당했다”고 밝혔다. 검증공방 2탄은 1탄에 비해 위력이 훨씬 컸다. 위증교사, 증거인멸, 공갈협박 등 무시무시한 죄목이 이 전 시장을 압박했다. 하지만 만약 이게 거짓으로 밝혀지면 박 전 대표에게 더 큰 부메랑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두 예비 후보 사이를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만드는 파괴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이 전 시장측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씨측 인물인 정두언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김유찬씨가 이명박 리포트를 내겠다고 하는데 어쩌면 10년 전과 똑같은지 모르겠다. 한마디로 구태고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정치공작”이라면서 “지난 5일 정 변호사를 포함한 15명이 (이명박 약점 퍼뜨리기) 대책회의를 한 뒤 정 변호사와 김씨가 잇따라 기자회견을 하고 박사모는 총동원령을 내렸다”, “당이 배후나 정치공작 여부를 가릴 것으로 보며, 안되면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진수희 의원도 “박사모가 어제 총동원령을 내린 것을 보고 과거 유신시대에 긴급조치를 선포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역시 조직적 팀플레이구나, 정치공작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 전 시장측은 김씨의 주장에 대한 가타부타 하기보다는 박 전 대표의 배후설을 주로 강조했다.

2탄에서는 박 전 대표측도 적극 뛰어들었다. 이들은 검증 논란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데 대해 “물타기는 그만하라”고 방어벽을 치면서 후보검증은 필요한 것이라고 맞받아 쳤다. 김재원 박 전 대표 캠프 기획단장은 “김유찬씨는 우리와 무관한데도 자꾸 우리와 결부시켜 사실관계를 호도하려는 것이 아닌가 한다”면서 “중요한 것은 사실관계와 실체적 진실 규명 및 국민의 평가이지 자꾸 사실을 호도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박씨측 인물인 유승민 의원도 “이 전 시장이 의혹에 대답할 수 없어 이를 은폐하려고 자꾸 박 전 대표를 끌어들이는 데 이는 물타기”라며 “당시 이 사건과 관련된 핵심 증인 중 양인석 변호사가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역임했다는 것 자체가 바로 검증을 해야 한다는 뚜렷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결국 2월 27일 김유찬씨는 이 전 시장 측의 정두언, 박형준 의원, 이 전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종로지구당 사무국장이었던 권영옥씨 등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장을 냈다. 위증교사 부분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의 실효성도 없고 물증을 구하기도 어려워 확인이 쉽지 않기 때문에 간접적인 방법으로 이씨측을 압박해 들어간 것이다. 이제 검증공방은 법적인 다툼으로 확대되었다.

한편 일정정도 가라앉았는 듯 보이던 검증공방이 3월 초 손학규 전 경기지사측의 ‘후보검증 청문회’ 주장으로 다시 불붙었다. 3월 4일 손 전 지사 캠프의 박종희 비서실장이 “경선준비위에서 경선 시기와 방법, 후보 조기등록, 검증 청문회 실시 등을 패키지로 합의해야 한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대결심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5일 손씨측 대리인 정문헌 의원은 “후보의 정책과 도덕성, 통치철학, 역사의식 등 대통령으로서 갖춰야할 자질을 미리 검증할 필요가 있다.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검증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검증 청문회 주장에는 박 전 대표, 원희룡 의원, 고진화 의원이 모두 동조했다. 박씨측 인물인 최경환 의원은 “후보 검증은 우리가 처음부터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이다. 가족 사항을 포함해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을 공개 청문회로 검증해야 한다”고 적극 반겼다. 원 의원과 고 의원 쪽도 “정책은 물론 도덕성, 재산형성 과정, 가족 관계까지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 전 시장측은 청문회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이명박 때리기’로 진행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경선준비위의 이씨측 대리인 박형준 의원은 “국가경영 능력과 정책 검증을 위한 청문회가 돼야 하는데, 도덕성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네거티브’로 흐를 수 있다. 청문회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정치공세의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2일 한나라당 경선준비위는 김씨의 폭로에 대한 검증 결과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어 이명박 전 시장의 도덕성에 문제가 없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김씨는 보도자료를 통해 “자기식구 감싸기식의 면죄부성 검증결과 발표로 한나라당이 정말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을 무서워하고 정권교체를 할 전략과 의지가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로써 후보검증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최근 후보경선 방식과 일정을 둘러싸고 쟁점이 형성되는 가운데 후보검증 논란은 조금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시한폭탄의 시계가 잠시 멈췄을 뿐, 폭탄 자체가 해체된 건 아니다.

검증공방의 핵폭풍은 이제 시작이다

사실 검증공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원래 선거를 앞두면 후보들 사이에 상대를 공격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약간 다르다. 일단, 이번 선거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급진전하는 지금,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향후 한국 뿐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이미 두 번이나 대선에서 실패하여 10년이나 야당으로 지내온 마당에 이번 대선마저 패배한다면 만년 야당의 이미지를 벗기 힘들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분위기는 한나라당 집권이 상당히 유력한 상황이다. 지지율이 마의 50%를 넘어갔으니 한나라당에서 누가 나와도 당선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따라서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누구든 일단 후보가 되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하여 피터지는 경쟁이 초래되었다.

그러나 상황은 한나라당에게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다. 사실 지난 두 번의 대선도 한나라당이 유리한 상황에서 치렀지만 모두 근소한 차이로 패배하였다. 그것도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라는 도덕성 문제가 큰 타격이 되었다. 지금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매우 좋지만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급진전하고 예상치 못했던 후보의 도덕성 문제가 터진다면 또 다시 패배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는 잔칫집 분위기인 한나라당 내부보다는 객관적으로 상황을 주시할 수 있는 한나라당 외부에서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미국은 한국 대선에 관심이 많고 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또 최근의 대선은 한미관계에 대한 입장도 후보 당락에 큰 영향을 주는 추세다. 따라서 미국은 이번 대선도 깊이 주목하면서 한나라당의 대선 예비 후보들을 자체 검증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6년 12월 19일자에는 이와 관련된 보도가 실렸다. 보도에는 ‘미 행정부 및 의회 인사들은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의 대선주자들과 적극 접촉, 친분을 쌓고 정치적, 외교적 견해를 파악하기에 분주하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대사가 정치권을 찾아 ‘한국대선의 쟁점이 무엇이냐’고 공개적으로 묻고 있으며 ‘주한미대사관측은 대선 주자들과 개별적, 비공식적 접촉을 갖고 각 주자들의 성향과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또 1기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미 행정부 관리들은 한국에서 부시 대통령과 어느 정도 가까운 견해를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되길 바라고 있다’고 하면서 후보 검증 기준을 제시하였다.

한나라당 예비 후보들의 미국 인사 접촉도 잦았다. 지난 2월 4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이명박과 비밀회동을 하였고, 2월 5일에는 버시바우 미대사가 박근혜를 비공개로 만났다. 또 2월 21일에는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이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등 이른바 빅3를 개별로 잇따라 만났으며 22일에는 토비 모펫 전 미국 하원의원이 손학규를 만났다.

미국의 후보검증작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람은 한나라당의 유력 후보 가운데 하나인 박근혜로 2월 11일부터 9일간 미국에 머물면서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의 JFK 주니어 포럼 강연,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 클럽 초청 특강 등을 하였고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잭 클라우티 미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등 미국 정부의 핵심 인사들을 만났다.

여기서 미국은 예비 후보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일단, 북미관계와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설명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이회창이 당한 실수를 다시 하지 않기 위한 방법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 바로 사전 검증이다. 사전 검증 절차는 대선에서 공격당하기 쉬운 후보를 걸러내고 경쟁력있는 후보를 선택하는 일종의 예선이다.

지금 한나라당 내부에서 진행되는 후보검증 공방은 대선이라는 본선에 대한 예선의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주로 이 전 시장에 대한 공격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는 무슨 뜻일까? 두 가지로 예측할 수 있다. 미국이 이 전 시장을 대통령 적임자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대선 출마를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거나, 적임자라고 판단하여 면역력을 키워주려는 의도다.

사실 이 전 시장은 과거 건설업에 종사한 기업인이었고 국회의원과 시장을 역임하면서 수많은 비리에 휩쓸리기 좋은 이력을 가지고 있다. 흔히 건설업을 복마전이라고 한다. 그만큼 비리가 많다는 뜻이다. 거기다 국회의원 또한 많은 비리를 저지르는 것으로 유명하며, 서울 시장을 하면서도 청계천 개발 당시 비리 문제가 불거진 것처럼 이 전 시장은 상대방이 공격하기 쉬운 자리에 있어왔다. 그래서 한때 열린우리당측에서 이 전 시장이 대선에 나오면 오히려 이기기 쉽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대세론을 가지고 대선에 출마했다가 이회창과 같은 경로를 밟으며 낙선할 가능성을 충분히 점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과 한나라당은 돌발변수를 많이 가진 이명박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아니면 사전검증을 통해 충분히 공격하여 면역력을 키워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소강상태에 접어든 검증공방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리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 전 시장을 공격할 꺼리가 지금 나온 정도밖에 없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경선 일정이 결정되었다. 경선 과정에서 끝없는 공격이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그 정도로 공격받을 일이 많은 후보가 과연 대통령이 되는 것이 옳은지 한번쯤 반문해보아야 한다. 만약 위증교사, 살해위협, 증거인멸 등이 사실이라면 법적인 처벌에 앞서 대통령 후보로 나설 자격부터 주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쏟아질 각종 부패비리 의혹들도 낱낱이 밝혀내 사실관계가 드러난다면 후보 자격에 대하여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거꾸로 이 전 후보에 대한 공격 내용이 사실무근이라면 검증공방을 펼친 박 전 대표측에 대한 문제제기를 피할 수 없다. 당리당략 차원을 넘어 당 내부에서조차 자기파의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음은 당연한 일이다.

한나라당의 검증공방. 그저 지켜볼 것이 아니라 적극 대응하는 것이 올바른 대통령을 선택하는 첫 단추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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