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변신은 무죄?

한나라당 대북정책 변화에 대한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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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환(cuttlynx)등록 2007.03.15 17:50
한나라당이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맞춰 기존의 반북 이미지를 벗으려고 한다.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안내장에서 “어제(12일) 의원총회에서 급변하는 남북관계 상황에 당이 효과적이고 적절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당에서도 대북 통일, 지원 정책 및 관계 정립 방안 등을 여러 각도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하였다. 또 김충환 원내 공보부대표도 브리핑에서 “한나라당은 대북정책에 있어 북핵 폐기 같은 원칙을 지키되, 민족화해 평화정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대북정책 방향을 조정하는 노력을 해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당내 대북통인 정형근 의원도 MBC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도 (평화협정 체결에)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이다”면서 “북미 수교 문제도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북한이 개혁 개방으로 나오는 기회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최근 정형근 최고위원과 송영선 제2정조위원장을 중심으로 대북정책을 수정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였다.
한나라당의 변신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하다. 열린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가 지난 7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말고는 다 바꾼다고 하는데 그러면 남북전쟁까지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말한 데서도 알 수 있듯 한나라당 하면 북한에 가장 적대적인 정당으로 알려져 있다. 나아가 작년 북한 핵시험 후에도 송영선 의원의 “북한상선에 발표사격 허용하라”는 주장이나 “원산상륙” 발언, 강창희 최고위원의 “전쟁불사” 발언, 공선진 의원의 “국지전 감수” 발언, 유기준 의원의 “충돌이 있더라도 PSI 참여가 원칙”이라는 발언들에서도 드러나듯 한나라당은 대북적대정책을 위해서라면 전쟁도 고려하는 정당이다. 이런 정당이 대북정책을 근본부터 다시 짠다니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한나라당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하다. 6자회담이 타결되고 북한과 미국이 양자회담을 했으며 이해찬 전 총리가 북한을 방문했다. 이대로 가면 남북정상회담은 물론이고 평화협정 체결, 북미간 정상회담까지 할 수 있으며 이는 곧 남북 통일과 북미 수교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정세에서 살아남자면 한나라당도 변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한나라당이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성공적으로 마련한다면 반북대결을 내세우는 정당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어느 모로 보더라도 좋은 일이다.
@BRI@문제는 과연 한나라당의 변신이 진심인가 하는 점이다. 14일자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관계자가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는데도 기존 태도를 고수할 경우 국제적 흐름과 한반도 화해 무드를 거부하는 수구적인 이미지만 남아 대선에서 큰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다. 즉, 이번 한나라당 변신은 대선용이라는 얘긴데 과연 대선 후에도 신한국당, 민주자유당, 민주정의당, 민주공화당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뿌리 깊은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이 고개를 들지 않을까 의심스럽다. 사실 기존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은 그들의 근본인 반공반북사상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서 이를 폐기하기 전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졌다고 할 수 없다. 만약 한나라당이 대선 승리를 위해 잠시 국민들을 속이려는 게 아니라면 자신들의 변화가 진심임을 입증해야 한다. 즉, 한나라당의 기존 대북정책이 잘못이었음을 인정하고, 6.15 남북공동선언에 대한 입장도 밝히며, 남북관계를 가로막고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찬성하고, 반북노선을 버리지 못하는 다른 수구세력과 결별을 선언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도 한나라당의 변신을 믿어줄 것이다.
또 한가지 우려되는 점은 과연 한나라당의 변신이 자발적인가 하는 점이다. 사실 이해찬 전 총리가 방북할 때만 해도 한 목소리로 ‘특사자격’과 ‘정상회담추진’ 등을 시비 걸던 한나라당이 며칠 사이에 일사분란하게 대북정책 변화를 이야기한다는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연일 북한에 강성 발언을 하던 한나라당 유력 후보들도 지금은 정반대의 말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나라당 유력 후보들이 미국과 사전 접촉한 사실이 눈에 띈다. 6자회담 전인 2월 4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이명박, 박근혜와 비밀회동을 하여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설명들었다. 또, 2월 5일에는 버시바우 미대사가 박근혜를 비공개로 만났고, 2월 21일에는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이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등 이른바 빅3를 개별로 잇따라 만났다. 한편 박근혜는 2월 11일부터 9일간 미국에 머물면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잭 클라우티 미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등 미국 정부의 핵심 인사들을 만났다. 이렇게 한나라당 유력 대선 후보들이 미국 측 고위인사들을 만나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을 충분히 들었을 것이며 그렇다면 지금 북미관계 변화도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으리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지금 진행되는 한나라당의 변화가 미국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볼 수 있다. 한나라당의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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