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는 남의 탓 하지 말라

조기숙 교수의 글을 보고

검토 완료

곽윤호(khk1208)등록 2007.03.10 16:48
3월5일자 한겨레신문에 실린 조기숙 교수의 “양극화 해법 구할 때 왜 외면했나”라는 기사를 보고 느낀 점이 많아 적는다. 이 기사에 대한 답은 당연히 손호철 교수가 해야겠지만, 논쟁의 중심에서 멀어질 수 없는 한 국민으로서 <싸움을 거들고> 싶어지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보수 신문들과 처절하리만치 싸워왔던 조기숙 교수의 역량을 잊지 못 한다. 그런 조기숙 교수가 진보세력에 섭섭함을 드러낸 이 기사는 아무리 보아도 논리가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다.

@BRI@첫째 우리나라 국민들이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말의 근거는 어디서 나온 것인가. 조교수의 말처럼 <진보정당이 못 나서가 아니라 분단과 한국전에서 좌파의 뿌리마저 뽑히도록 보수화된 때문>인가.

조교수의 말이 맞다면 노무현 정부는 탄생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정치적인 쇼와 우연에 의해 탄생된 것이 아니다. 오랜 민주화의 투쟁과 수구•보수 세력의 장기집권에 대한 회의와 경제적인 파탄 그리고 진보로의 개혁에 대한 갈망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국민적 염원과 갈망이 참여정부와 진보가 아닌데도 진보라고 생각한 열린우리당으로부터 적절한 응답을 받지 못 해 국민들이 등을 돌리고 노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했으며, 대통령의 통치 행위가 제약을 받았고, 정책을 자유롭게 펴나가지 못하는 소수당으로 전락한 단계에까지 이른 것이다.

둘째 <양극화가 가장 심하지 않은 북한과 쿠바에서의 서민의 삶은 양극화가 심한 미국 서민의 삶보다 나은지 묻고 싶다>는 조교수의 말은 폐쇄적인 나라를 예로 든 극단적이고 보편성이 떨어지는 질문이다. 그 누구도 양극화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심화된 양극화를 문제 삼을 뿐이다.

일본의 잡지 문예춘추 3월호를 보면 소위 <격차사회>라고 난리법석을 부리는 데도 일본과 프랑스의 빈부격차는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한다. 2000년 기준 미국의 상위 0.1%가 나라전체의 소득 8%를 점하고 있는데 반해, 일본과 프랑스는 2% 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얼마인지 모르겠으나 일본과 프랑스보다 훨씬 심할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식 모델로 점점 빈부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문제 삼을 뿐이다.

IMF를 거치며 절대빈곤율이 높아졌다 감소했다는 것만으로 참여정부가 독재정부보다 서민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지 않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IMF라는 특수상황을 빼고 별로 개선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대적인 빈곤과 빈부 격차감은 더해진 상태다.
일례로 부동산을 잡겠다고 칼을 빼들고 난도질을 해도 아파트값은 내리지 않고, 토지공사를 앞세워 정부가 땅장사 하고 건설업체들이 폭리를 취하고, 마지막으로 투기꾼들이 마무리해서 미친 부동산으로 만든 것은 정책의 실패가 아닌가.

김대중 정부가 IMF로 땅끝에 내몰린 경제를 내수를 통해 살리려고 신용카드를 남발하고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도록 한 <업>을 참여정부가 떠맡아 그걸 해결하느라 죽을 힘을 쓰는 바람에 힘을 소진했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해법을 개방화에 둔다는 것은 명백한 오류다. 아직 경쟁력이 없는 국가에서 개방화를 통해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으며, 자본과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으로 비정규직의 양산은 더욱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진보지식인이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 무엇을 했냐는 물음은 피해의식이다. 진보지식인들이 언제부터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등을 돌렸나. 노무현 정부가 수구•보수 세력과 대차게 싸우며 모자라는 힘을 진보세력에게 보태달라고 했다면, 손을 놓고 있었겠는가. 부러질지라도 휘어지지 않는 뒷심을 보여줬더라면 누구라도 힘을 보탰을 것이다.

조교수의 자기고백처럼 좌파로 채색되는 것이 두려웠다면, 그런 두려움이야말로 국민들의 열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좌우 이념 논쟁 사이에서 국민들이 헷갈렸다면 민주노동당 같은 정당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진보적 개혁을 갈망한 지지자들이 왜 등을 돌리게 되었는지 아직도 파악을 하지 못 하고 있다.

바보들은 매일 남의 탓만 한다는 말이 있다. 정책의 실패, 뒷심의 부족, 다 벌려놓고도 막판에는 타협하는 습성 그런 것들이 결국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결과를 만들어 냈으며, 수구•보수 세력과 그 추종 언론들에게 늘 잔매를 맞다 골병이 들어버리게 된 것이다. 참여정부가 진정한 진보라면 지금부터라도 진보세력의 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손을 내밀어 구원을 청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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