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거침없이 하이킥’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현실적인 캐릭터와 사건들로 우리들의 삶을 거침없이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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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ericpoison)등록 2007.02.20 09:59
흔히 드라마는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코 드라마는 우리의 삶과 같지 않다. 가정부가 딸린 집에서 여가를 즐기며 자식· 손자들과 우아한 삶을 사는 인물들은 우리의 동경의 대상일 뿐, 결코 우리의 모습이 아니다. 한옥 식의 집에서 대가족이 모여 사는 모습 또한 우리들의 모습은 아니다. 시어머니와 충돌 한 번 없는 며느리, 너무나도 다정한 부부사이, 부모님 말씀에 고분고분한 자식들, 이렇게 가정이 단란하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드라마에도 예외는 있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 극단적이라는 것이다. 철없는 인물은 한 없이 철이 없기만 하고 악한 인물은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악하기만 하다. 여기에 불륜과 시한부 인생까지. 드라마는 우리의 삶과 다른 요소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드디어 드라마 계에서도 우리의 삶을 똑같이 재현하고자 하는 시도가 생겨났다. 신선한 충격을 몰고 온 ‘거침없이 하이킥’(이하 하이킥)이 그 주인공이다.
맨 처음 하이킥을 본 사람은 결코 끈끈하지 않은 가족의 모습에 당황할 것이다. 9시만 되면 누가 TV를 보고 있든 말든 아랑곳 하지 않고 뉴스 채널로 확 돌려버리는 아버지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큰 아들과, 입이 뚜우 나와 방으로 들어가는 손자들. 어머니에게 잘 못된 점은 조목조목 반박하는 며느리와, 이런 며느리를 싹퉁바가지라며 친구들에게 험담을 하는 어머니. 여기에 한 성질 하는 둘째 아들까지.
@BRI@
하이킥의 상황 설정은 시청자를 더욱 당황스럽게 만든다. 나이가 40이 넘은 큰 아들은 아직도 어머니에게 의존하고, 어머니는 나이 들어서까지 아들의 뒤치다꺼리를 하기에 바쁘다. 아들이 병원 간호사와 영화를 본 게 행여 며느리의 귀에 들어갈까 간호사를 찾아가 입막음을 하기도 하고, 아들이 며느리에게 눌려 기를 못 펴는 거 같아 무당을 찾아가 굿을 하기도 한다. 한편 서른을 앞둔 체육 선생인 둘째 아들은 학교에선 엄하지만 엄마에게 있어서는 영락없는 애가 된다. 엄마가 옆에 없으면 밥을 못 먹는다며 기어이 엄마를 끌고 부엌으로 가는 그를 보며 우리들 모습과 참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필자 또한 나이가 더 들고 직장을 가져도 엄마에겐 영원히 응석을 부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대다수의 우리들은 드라마 속의 의젓하고 철든 자식들을 보며, 나이가 들면 나도 저렇게 해야 하는 건가 난 왜 철이 들지 않는 걸까 고민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이킥의 아들들을 보며 이런 자식들도 있구나, 어쩌면 다들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안심했을 거라 생각한다. 이렇게 하이킥의 당황스런 상황 설정은 곧, 우리와 비슷한 모습에 자연스러움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이킥의 또 한 가지 매력은 바로 신선함이다. 여태껏 모든 프로그램을 통틀어서 야한 동영상을 밝히는 아버지, 변기에 대변을 본 후 물이 내려가지 않아 당황하는 똑부러진 캐릭터를 본 적이 있는가. 이런 상상을 뛰어넘는 소재가 하이킥에는 등장한다. 그리고 이는 결코 억지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에 우리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왜 음란물은 사춘기 청소년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가. 때론 우리들의 아버지도 야한동영상을 보고 싶을 것이며, 매사에 실수 한 번 하지 않는 똑똑한 며느리도 때로는 실수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신선한 소재로 우리들의 삶을 사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에, 하이킥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밖에도 하이킥의 매력은 넘쳐흐른다. 사소한 말싸움으로 이혼을 결정한 후에도 자주 만나며 계속해서 상대방의 일에 간섭하는 민용과 신지를 보며, 결혼과 이혼을 쉽게 생각하고 자신의 결정에 책임지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문제점도 짚어볼 수 있다. 또, 민호의 작은 키가 부끄러워 키높이 구두를 신게 한 후 그제야 자신의 친구들에게 민호를 소개하는 유미와 비참해하는 민호를 보며 외모지상주의의 문제점도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민호를 보며 외모로 인해 차별을 받는 이들의 비참함을 이해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우리들이 가해자였음을 반성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껏 구구절절 많은 이야기를 썼다. 하지만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하나, 바로 하이킥에는 우리의 진정한 삶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소재에서 엽기적인 소재까지 그 모든 소재는 오롯이 우리의 삶을 재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 그래서 우리는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며 기죽을 필요도, 거기에 맞춰나갈 필요도 없게 된다. 우리와 같은 모습을 보며 찡긋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그런 여유를 준다는 것이 바로 하이킥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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