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0명의 학생들이 모여사는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 기숙사 '인' 관. 여기 학생들을 위한 '빛나는 조연'이 있다. ⓒ 김귀현
“잘잤어? 어디 몸 아픈 덴 없고? 아프면 꼭 얘기해야 혀~”
“더 먹어야지~ 그것 먹고 공부 열심히 할 수 있겠어?”
@BRI@
대학 기숙사의 아침 풍경, 졸린 눈을 부비며 아침식사를 하러가는 학생들에게 경비 아저씨가 따스한 한마디 말을 건낸다. 학생들은 아침이라 입맛이 없는 지 밥도 반찬도 조금씩 먹는다. 그러자 식당 아주머니가 ‘그것 먹고 공부 잘 하겠냐’며 더 먹으라 한다. 그 모습이 꼭 어머니 같다.
몸이 아플 때, 어머니가 차려주시는 맛있는 밥을 먹고 싶을 때, 객지 생활하는 대학생들은 더욱 고향과 부모님이 그리워진다. 이렇게 집을 떠나 객지에서 생활하는 대학생들의 어머니, 아버지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기숙사의 ‘경비 아버지’와, ‘식당 어머니’들이다.
당신이 잠든 사이, 기숙사의 아침은 시작 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더 자고 싶은 욕구와 사투를 벌이고 있을 시간인 아침 7시.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 기숙사(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이하 성대 기숙사)의 경비아저씨와 식당아주머니의 일과는 이때부터 시작이다.
기숙사 경비로 4년째 근무를 하고 있는 최혁주(61)씨는 7시까지 기숙사에 출근한다. 근무 교대를 하며 지난 밤 있었던 일을 전달 받는다. 아침 일찍 공부하러 나가는 학생들과 기분 좋은 아침인사를 나누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그러는 동안 기숙사 식당은 아침준비로 분주하다. 식당에서 근무하는 이금순(53)씨는 7시까지 식당에 도착해 아침에 낼 반찬 준비를 한다.
보통 직장의 출근 시간은 9시. 기숙사는 여기서 2시간 정도 더 빠르다. 학생들이 잠에서 깨기 전에 모든 것을 준비 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식들 보다 한 두 시간 먼저 잠에서 깨어 자식의 등굣길을 준비하는 우리네 부모님과 꼭 같은 모습이다.
24시간 맞교대 근무 힘들지만, 학생들 보면 힘이 불끈!
▲ 활짝 웃는 성대 기숙사 경비원 최혁주씨. 학생들을 보면 힘이 난다고 한다. ⓒ 김귀현
“24시간 근무? 말이야 쉽지, 정말 힘들어. 몸도 참 힘들지만, 지루한 것도 참 참기 힘들지. 하지만 학생들이 ‘피곤하시겠어요’, ‘감사합니다’ 이런 말 한마디만 해주면 힘이 솟는다니깐”
경비 업무는 계속 되어야 한다. 일분일초라도 공석이 생기면 안 되는 것이 경비 업무이다. 그래서 2인 1조로 맞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아침 7시에 출근하여 그 다음날 아침 7시에 퇴근하는 강행군인 것이다. 물론 휴일이나 연휴도 없다. 근무가 없는 날이 바로 쉬는 날인 것이다.
“명절 때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최씨는 “일을 시작한 4년 전부터 명절 때 쉬어 본 적이 없다”며 “한 명의 학생이라도 기숙사에 남아 있다면, 우리도 남아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고 말했다.
그럼 명절 때는 몇 명의 학생들이 남아 있을까? 최씨는 “보통 50명 정도의 학생이 남아 있는다. 대부분 표를 구하지 못하거나, 공부하느라 남는 학생들이다”라며 “이런 학생들을 보면 안쓰러워 집에서 김밥이나 과일을 싸와 같이 먹곤 한다”고 전했다.
현재 최씨가 근무하는 성대 기숙사 ‘인’관의 사생은 약 1000여명. 상당히 많은 숫자다. 그렇다면 최씨는 이 모든 학생들을 알고 있을까? “한 달이면 충분하다. 한 달만 계속 보고 있으면, 이름은 잘 모르더라도 저 학생이 우리 학생인지 멀리서 봐도 딱 알수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어떻게 1000명을 다 외우냐”며 놀라자, “내 자식이라 생각하면 못 외울 것이 뭐 있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두 손 꼭 잡으며 “고맙습니다” 했던 학부형, 가장 기억에 남아
▲ 기숙사 정문에서 근무를 서는 최혁주씨. ⓒ 김귀현
24시간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기에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많을 것이다. 과연 무슨 에피소드가 있었을까?
“어느 날 한 밤중에 한 학생이 배가 너무 아프다고 경비실로 찾아왔어. 심각하다 싶어, 근처 병원의 구급차 불러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급성 맹장염이라는 거야. 그래서 수술 할 때 까지 밤새 병실을 지키고 있었지. 뒤늦게 알고 온 그 학생의 부모가 나를 보더니 두 손을 꼭 잡고 ‘정말 고맙다’며 눈물을 글썽이는데, 이땐 나도 정말 마음이 ‘짠’ 해지더라고.”
그렇다면 최씨가 생각하는 가장 ‘예뻐 보이는 학생’과 ‘꼴불견인 학생’은 누굴까? 최씨는 예쁜 학생으로 ‘인사 잘하는 학생’을 꼽았다.
“아침․저녁으로 꼭 인사 잘하는 하는 학생과 안 하는 학생이 있다”며 “내가 무슨 일을 도와 줄때 ‘감사합니다’하고 공손히 인사를 잘 하면, 정말 내 자식보다 더 예뻐 보일 때도 있다, 이런 학생들은 꼭 취업도 잘 되더라”고 말했다.
‘꼴불견인 학생’으로는 ‘예의없는 학생’을 꼽았다. “경비라는 선입견을 갖고 무시를 하는 학생들이 종종있다”며 “이런 학생들은 나를 비롯한 식당 아주머니에게도 인사도 잘 안 하고, 뭘 부탁할 때도 명령식으로 한다. 이건 예의문제다”라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최씨는 학생들에게 이 말을 전했다.
“요즘 대학생들은 공부를 많이 안 하는 것 같아. 술도 많이 먹고, 학생신분에 어긋나는 행동 하는 모습을 보면 내 마음이 아플 정도야.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공부 열심히 해서 기숙사를 거쳐 가는 모든 학생들이 훌륭하게 성공했으면 좋겠어. 이게 내가 학생들에게 바라는 거여.”
안티마저 감동 시키는 식당 아주머니라고?
▲ 성대 기숙사 식당의 이금순씨. ⓒ 김귀현
기숙사 식당과 다른 교내 식당의 차이점은? 바로 기숙사 식당은 ‘연중무휴’라는 것이다. 교내 식당은 주말에 쉬는 경우가 많은데, 기숙사 식당은 쉼 없이 양질의 세끼를 항상 학생들에게 제공해준다.
이렇게 무한 공급이 가능한 이유? 주말도, 휴일도 개의치 않고 기숙사에 출근해 밥을 차려주시는 ‘어머니’ 같은 식당 아주머니가 있기 때문이다. 식당의 최고참(?)이라는 이금순(53)씨는 “휴일도 나와서 일하고 하는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항상 젊은 학생들을 보니, 힘도 나고 젊게 사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매일 보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최대한 친절하게 잘해주려고 한다. 친해진 학생들은 이미 ‘어머니’ ‘이모’ 하며 마치 자식같이 잘 따른다”며 “나와 편지를 주고받는 학생들도 있고, 졸업 후 취업해서 과일 사들고 찾아오는 학생도 많다”고 말했다.
▲ 식사준비를 하고 있는 식당 아주머니들. ⓒ 김귀현
이씨가 배식을 해주며 학생들에게 자주 해주는 말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 말은 다음과 같다. ▲ ‘잘 먹어라.’ ▲ ‘맛있게 먹어라.’ ▲ ‘어제는 왜 안 먹으러 왔니?’ ▲ ‘먹고 싶으면 더 달라고 해라.’ 여기서 마지막 말에 의심을 품게 되었다. 정해진 반찬량이 있는데, 어떻게 더 줄 수가 있단 말인가.
이에 대해 이씨는 “더 주는 것이 문제가 있을 순 있다. 돈가스의 경우 일인당 한 장씩인데 한 장 더 달라는 학생이 꼭 있다. 이 땐 더 주게 되면 마지막에는 반찬이 분명 모자란다. 이럴 때는 다른 반찬으로 얼른 대체한다”면서 “자식 같은 학생들이 더 먹겠다는 데, 어떻게 안 줄 수가 있겠는가”라며 포근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씨는 충격적인 사실을 하나 전했다. 식당 아주머니들에게도 바로 ‘안티’가 있다는 것.
“안티까지는 아니고 이상하게 식당에만 오면 반찬이 맛이 없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식판도 한손으로 들고, 인사도 안 하는 학생이 몇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우리도 불쾌했지만, 이런 학생일수록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더 살갑게 대했죠. 그러자 금방 고쳐지더라고요. 이젠 항상 웃는 얼굴로 서로 인사하고 그래요”
이 에피소드를 듣자 ‘안티도 감동시켜 팬으로 만들겠다’는 한 연예인의 말이 떠올랐다. 안티를 감동시킨 친절함의 주인공인 식당아주머니들은 이구동성으로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식당에 오는 모든 학생들에게 다 잘해주고 싶은데,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다 보니 다 잘해주지 못해, 그게 참 아쉬워요. 우리가 집에서 엄마가 차려주는 밥만큼은 아니지만 엄마의 마음으로 열심히 맛있는 밥 해줄테니, 꼭 이것만은 부탁드려요. 절대 식사는 거르지 말아요!”
▲ "절대 식사 거르지 마세요" 식당아주머니의 마음은 어머니와 같다. ⓒ 김귀현
학생들의 ‘기숙사 부모님’에 대한 사랑도 각별하다. 기숙가 사생인 장인성(화공과 3학년)씨는 “우리 대학생들은 쉬는 날이 많지만, 이 분들은 쉬는 날도 없이 일하신다. 이 분들이 고생을 하시기 때문에, 우리가 편한 환경에서 공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동국(유전공학과 3학년)씨는 “우리가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 까지 경비아저씨와 식당아주머니께서 다 챙겨주신다”면서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써주시는 모습은 마치 부모님과 같다”고 전했다.
어머니의 따스한 밥이 그리운, 아버지의 넓은 마음이 그리운 학생들에게 이들은 어머니가 되어주고 아버지가 되어준다.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으로 기숙사 1000명 학생의 부모가 되어주는 이 들, 이 시대의 빛나는 조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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