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남자의 너무 다른 밤

여자 개인의 책임이 돼버린 사회에 대한 우울함

검토 완료

강성희(magdalena)등록 2007.01.20 15:47
장면 #1 해넘어가는 잔상: 남자

동네 공원을 지나치다
탁탁 튀어오르는 공 소리에 눈길이 쏠렸다.
@BRI@열대여섯살쯤 보이는 소년 하나가 아무도 없는 공원의 농구대를 맴돌며 열심히 공놀이를 하고 있다. 저렇게 한참을 공과 같이 놀다가 지칠 때면, 그는 누구라도 앉아 쉴 수 있는 벤치에 앉아 숨고르기를 할 것이다. 블록 깔린 바닥에 눕는다한들 어떠리? 그러고는 어두컴컴한 하늘에서 빛나고 있는 별을 쳐다보기도 하겠지. 그날 따라 밤 바람은 왜 그렇게 시원했는지, 격한 운동 후의 땀을 식히기엔 2%도 부족하지 않았더랬다.

장면 #2 해넘어가는 잔상 : 여자

여럿이 떼지어 다니면 안전할까? 웬걸, 많은 사람이 오고가는 도심가에서 여학생들은 해질 무렵 “얼마면 되냐”는 원조교제 ‘제의’에 시달릴지도. 한 여자고등학교에서는 ‘원조교제’의 제의를 받아본 학생들이 80%에 육박하기도 했다 한다. ‘거절하면 그만’이라는 발상은 폭력을 방기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화끈하게 잘 해줄게, 얼마면 되냐?” 는 질문을 그저 ‘제안’으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를 노골적으로 성매매의 대상으로 만들고, 누구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몸으로 성적 대상화 하는 것은 폭력이다. 그러한 폭력이 글로벌한 도시의 밤문화에서 늘상 이루어지는 일이라니 기가 막힌 세상이다.

늦은 밤 혼자 운동하는 소년이 만들어내는 낭만적인 풍경에 흐뭇해 하는 것도 잠시.
그 주인공이 소녀라면? 늦은 밤을 만끽하는 청춘의 스토리는 공포와 불안으로 돌변한다. 늦은 시간에 여자 혼자서 그것도 어리디 어린 여학생이 겁도 없이 저러다 무슨 일 당하면 어쩌려고 싸돌아 다니는 것 보니 가출한 여자애인가?

의심과 걱정과 불안과 혐의에 가득 찬 시선이 꽂힐 것이고 그 소녀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공포 시나리오는 계속될 것이다. 당사자도 마찬가지다. 희미한 발자국 소리에도 심장은 두근반 서근반으로 뛸 테고 사람의 그림자가 길어 졌다 짧아 지는 것을 불안하게 곁눈질 할 테지 땀에 절은 셔츠에 가슴이 드러나지 않을까 노심초사도 할 것이다. 이렇게 불안하니 뭐하러 그 밤에 땀 흘리겠는가?

안전한 밤을 만드는 것이 결국은 여자 개인의 책임이 돼버린 사회에 대한 우울함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문득 늦은 밤 공원의 그 소년은 자기가 누리는 자유의 소중함을 알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오롯이 혼자라는 절대 고독의 쾌락과, 조그마한 자극에도 화들짝 놀라게 되는 준비된 공포감.

서글프게도 여자와 남자의 밤은 그렇게 다르다는 것을 말인가?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