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사슴 닮은 <소록도>

도토리묵이 놓인 걸죽하게 대접하는 소록도<아기사슴의 땅>

검토 완료

강성희(magdalena)등록 2007.01.14 08:59
아기사슴 닮은 <소록도> <노천명>은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라 했던가 간장이 녹아나는 서글픔을 안은 소록도 곳으로 가기 위해 보성 차밭을 들른다음 계속해서 속력을 가해 고흥을 향해 달렸다. 고흥에서 녹동으로 가는 도로는 요즈음 한창 도로공사중이라 먼길을 더 돌아가야만 했다. 세 시간을 달려 도착한 녹동항 주차장에는 생각보다 많은 차량들이 늘어서 있었다.

소록도는 배를 타고 5분거리에 있었다. 녹동항에서 바로 앞에 펼쳐진 아담한 섬, 그게 바로 소록도란다.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과 비슷하다고 하여 소록도라고 불리운단다. 소록도를 밟기 전까지만해도, 소록도는 내게 많이 낯선 곳이었다.
차를 검문소에 세워두고 살속 깊숙이 파고드는 싸늘한 바람을 맞았다. 걸음은 자꾸만 무거웠다.그들의 아픔, 그들의 한은 이해할 수 없지만 먼 마을로 눈길은 향하여 갔고 난민촌 판잣집처럼 밀집해있는 격리된 마을은 그들이 오고 갈 수 없는 세상을 향한 답답한 한처럼 꾹꾹 억눌러져 있음으로 보였다.
@BRI@
입구에는 아직도 완치되지 않은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병원이 자리잡고 있었고 그분들은 나를 만나자 외면했다. 그 서로의 당당하지 못한 삶의 만남은 편협된 우리들의 잘못된 사고의 열매들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안쓰럽기만 했다. 면이 내려 앉아 형체가 뭉그러진 얼굴은 아무런 표정도 변명도 볼 수 없었다. 전시관에는 그 동안에 그들이 이야기가 세상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고 손수 옷을 입어야 할 때 손가락이 없어서 고안해 낸 특별한 옷입는 기구가 눈에 띄였다.

잘 조성되여진 중앙공원은 그때 그들의 쓰라린 환부의 쓸개 같은 고통을 말하고 있었고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들은 지금 세상 사람들의 눈요깃거리가 되여 눈물도랑으로 웅덩이가 되여 있었으며 그들의 고통이며 한과 실음 소리로 남아 하늘, 땅을 벗삼아 서 있었다. 나는 뭔지 모르는 부끄러움에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어 눈으로, 끝으로 나무 결에 떨어져 나동그라진 단풍잎들을 조심스레 매만질 수 밖에 없었다. 누가 곁에 있었음 꺽꺽 울음을 삼키지 않아도 좋았을 것을..... 나가는 사람들은 주체할 수 없는 울음들을 더 가슴에 묻게 했다.

자신들의 자식을 마음껏 않을 수도 없는 아픔을..... 인간의 본능마저 뭉개져버린 깊고 깊은 그들의 가슴을..... 부모 형제와 함께 지낼 수 없었던 그 마음들은 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스산한 바람 사이로 그들의 눌러놓은 파랗게 멍울진 한들이 눈발이 되여 함께 흩날리고 있었다. 제까지나 지울 수도 없어질 수 없는 큰 환부의 그림으로...그러나 한센병 환자들의 애환이 깃들어 있는 섬이지만 현재는 900여의 환자들의 애환을 딛고 사랑과 희망을 가꾸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언제 또 올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소록도 해수욕장을 들리게 되였고 아무도 없는 백사장에서 세미하게 들렸던 나에게 향한 깊은 소리는 세상 어떤 곳에서도 들을 수 없는 소리로 아주 오래오래 머물 것 같다. 센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함께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소록도 중간 위치 언덕쯤에 자리하고 있던

소록도 가는 길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天安) 삼거리를 지나도
수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절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어졌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千里)
먼 전라도 길

한하운님의 詩 <소록도 가는 길>

일제시대 신사참배를 강요당했던 장소가 표지판과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그 시절 그들은 한센병이라는 육체적인 고통 뿐만 아니라, 나라를 잃은 아픔과 함께 정신적인 고통까지 겪어야 했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아프게 자극해 왔다. 원내에는 나환자 시인 한하운의 보리피리시비가 세워져 있었다. 여의도의 1.5배가 되는 소록도를 여유있게 산책하면서 참 많은 걸 생각했다.소록도를 밟고 있는 그 시간이 그렇게 소중하고 감사할 수가 없었다. 중앙공원을 산책하며 만났던 나무와 산책도로 곳곳은 그동안 내가 느꼈던 보통 산책로와는 아주 많이 달랐다. 센병환자들의 손끝으로 이루어진 공원의 전경들은 그들의 삶의 애환과 고통이 잎사귀 하나하나에까지 묻어 있는 듯 했다.섬에서 채취한 도토리묵이 놓인 걸죽하게 대접하는 소록도<아기사슴의 땅>을 빙 둘러 보았다.

그네들은 강제로 나환자들의 정관수술(斷種수술:당시표현)을 시행했고 혹독한 노동을 시키며 학대한 흔적을 남겼다. 둥이가 된 시인 <한하운>님은 <보리피리>의 시비를 일제가 조경해 놓은 소록도국립병원 뒤켠 공원에 남겨 두었고,그의 싯귀는 필자가 대학시절 축가로 부르고 애창했던 곡의 가사이기도 하다.일곱마을의 주민들이 환자분들로 구성되어 있고,이제 거의 완치되었으며 신체결손만 남은 분들로 후손을 두지 않게 되어 인구가 점점 줄어 들자 군당국이 위락관광단지로 계획을 예견하고 있어 남모를 씁쓸함이 휑한 바다의 파도위로 흐른다. 제 소록도엔 백사슴 꽃사슴들만이 그들의 낙원인양 두루 루 떼지어 다니며 이 세상의 평화를 보여 주는 듯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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