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치킨해드가 우리말로 무슨 뜻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닭대가리가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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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희(magdalena)등록 2007.01.10 16:26
띵똥 [정답~요] '닭대가리' 그러나 아니란다.

그처럼 고상한 의미가 아니라고 한다.
@BRI@마약에 취한 놈이라는 고약한 뜻이라고 한다. 중학교 시절 독특한 머리 모양의 사회 선생님 별명을 치킨해드라 우회적으로 불렸는데 그 말이 그렇게 무서운 의미를 갖는 줄 몰랐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우리에게 더없이 다정다감했던 선생님의 별명을 다르게 붙였을 텐데 당시 우리는 치킨해드를 단어 그대로 닭대가리로 믿었다.

좀 이르다 싶은 출근길 좌석버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승객의 귀를 일방적으로 공략하는 아침 방송에는 으레 영어 한마디 코너가 있다.
우리말이 좀 어눌하지만 영어(그 중에도 미국식 영어)만은 매우 유창한 교포 2세가 무지몽매한 출근길 시민들의 세계화에 발벗고 나섰다. 치킨해드가 무슨 뜻인지 아느냐며. 진행자와 시시덕거리며 읊조리는 영어 한마디, 과연 시민들의 세계화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었을까? 치킨해드가 마약에 취한 놈이라는 미국식 영어의 깊은 의미를 모른다고 세계 속의 시민으로 손색받을까? 아침부터 귀를 성가시게 하는 영어 한마디는 굴욕감에 몸을 떨게 하기에 충분한 한마디였다.

세계화 세계화를 주장하면서 세계를 유람하는 이들이 급증했다.

선진 제도를 받아들인다는 공무원과 자매결연을 위한다는 기초의회 의원들이 툭하면 국제선 비행기를 탔고 빠를수록 좋다고 믿는 학보모들의 성화로 방학이 시작되는 무렵의 공항 청사는 영어 연수 떠나는 단체 여행객으로 붐빈다. 대학생들이 주를 이루지만 중 고등학생도 상당하고 심지어 초롱초롱 올망졸망 선생님의 말에 귀 기울이는 초등학생들도 적지 않다.

연휴를 맞아 모처럼 친구들을 만나면 세계 각국의 풍경화가 쏟아진다.

오대양 육대주를 두루 섭렵할 정도다. 유적이나 박물관 전경도 간혹 펼쳐지지만 흥미를 유발시키는 주 메뉴는 단연 도시 뒷골목에 얽힌 천박한 풍경화다. 우리의 세계화 수준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해외 여행으로 인해 한해 20억불의 빚이 늘었다는 우리나라의 세계화는 어떤 수준일까?

50개의 국가에서 47번째라는 보도가 나왔다. 하이델베르그 고성 배경의 기념사진을 자랑스레 꺼 내보이면서도 낙조받아 황금빛 물든 백령도 두무진의 장관은 뱃삯이 비싸서 아직 못 가 보았다는 시민들은 시에틀은 알아도 영흥도가 어디에 붙었는지 모른다. 만리장성에 감탄을 연발하지만 백제 유적 풍납토성과 비류백제 산실 문학산을 헐어 대규모 아파트를 돋아 올린다는데 도무지 무감각하다. 알프스의 파란 하늘을 보고 우리의 오염된 하늘을 개탄하지만 우리 산하를 과거의 청정 환경으로 되돌리는데 노력하겠다는 야무진 다짐은 들리지 않는다.

외국 박사 그것도 미국 박사들이 주를 이루는 학계에서 영어로 논문을 쓰지 못하면 문맹자 취급받는 것이 현실이다.

훌륭한 논문을 써 놓고 그 논문을 다시 영어로 옮기느라 연구 시간과 정열의 배 이상 치성 드려야 하는 것이다. 영어 논문을 써야 인정받는 학계 풍토에서 자라나는 우리 학생들은 장차 어떤 사고를 무장하게 될까? 우리말 우리 문화를 그까짓 것으로 평가 절하하려 들지 않겠는가!

수원의 화성이 종묘 팔만대장경 등과 더불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등재된 세계문화유산만이 아니다. 우수한 우리의 문화유산은 참으로 많다. 반만년 역사에 무엇이 없겠는가. 광활한 갯벌과 수천 종의 자생 수목이 어우러진 생태계는 우리만의 자원이다. 눈에 보이는 문화유산보다 무형의 유산은 더욱 무궁무진하다. 자연을 존중하는 문화, 두레에서 엿볼 수 있듯이 따뜻한 공동체 문화는 어느 나라 어느 민족도 감히 흉내낼 수 없었다.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유구하고 독특한 문화를 간직한 우리가 세계화를 부르짖은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왜 이 지경으로 미끄러졌는가? 뿌리 없이 세계화를 외쳤기 때문이다. 올곧은 자신을 간직하지 못한 채 남의 것만 쫓아다녔기 때문이다.

선진국 찾고 GNP 찾으며 남의 자본을 마구 빌려 개발 개발을 외치면서 OECD에 가입 허용된 우리는 이제 IMF 신탁통치를 거쳤다. 거품을 빼고 구조를 조정해야 한다고 법석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일이다. 여지까지 우리 중심을 차지했던 남을 치우고 제자리에 우리가 앉는 일이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경구를 새삼 들먹일 필요도 없이 이제 자신을 회복해야 한다.

어떻게 행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곧 호기일 수 있다. 뿌리 없는 세계화를 털고 일어나 내 자신과 자신이 사는 지역의 문화 역사 정서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이 지역을 이을 후손과 그에게 물려주어야 할 자연을 생각해야 한다. 이제부터 좀 차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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