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 환상속의 그대

문근영의 노래를 들으며 서태지를 떠올리다

검토 완료

김종성(연암박지원)등록 2007.01.09 08:32

문근영<앤디자인> ⓒ 고뉴스 백민재



아침에 그 cf에서 쓰였던 노래인 <앤디자인>이란 노래가 조덕배의 <나의옛날이야기>를 배겼다는 기사가 떴다. 궁금함에 <앤디자인>이란 노래를 직접 들어보았다.
여전히 소녀같은 목소리의 문근영이 밝고 가벼운 터치로 노래를 불렀다. 정말 <나의옛날이야기>의 멜로디와 몇 소절이 겹쳤다. 그래도 노래가 무척 흥겹고 가사도 밝아서 자꾸 듣게 되었다. 계속 이렇게 듣게 되는 걸보니 어쩌면 이것도 홍보전략의 하나가 아닌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할 수 있어 / 포기 따윈 없어 / 힘들 때 참은 눈물 모아서 / 기쁠 때 흘리겠어...
For My Life / 내가 그릴래 내 가슴에 나의 미래 / 나빴던 기억도 / 하얗게 칠해 가릴래...
나는 자신있어 / 모두 내곁에서 / 부러움에 가득한 표정만/ 짓게 만들수 있어...
(문근영_앤디자인 중에서)

가사가 무척 진취적이고 기분을 고조시키는 듯 했다. 자기확신에 가득찬 가사였다.
듣고 있는 동안 요즘 젊은 세대들이 이런 자기확신 속에 살아가는가보다 생각이 잠시 스쳤다. 그러면서 노래에 한껏 심취해있었다. 그런데 듣고 있던 중에 서태지의 <환상속의 그대>가 떠올랐다.

그대의 환상/ 그대는 마음만 대단하다 /그 마음은 위험하다...
자신은 오직/ 꼭 잘될 거라고 / 큰소리로 말하고 있다...
하지만 / 지금 그대가 / 살고 있는 모습은 무엇일까?
(서태지_환상속의 그대 중에서)

90년대 젊은이들의 아이콘 서태지의 데뷔곡 <환상속의 그대>의 가사와 2000년대 중반 젊은이들의 아이콘 문근영의 노래 <앤디자인>의 가사가 묘하게 겹치며 여러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환상속의그대>는 비주류였던 서태지가 처음으로 발표한 앨범에 수록된 곡이라면 <앤디자인>은 이미 주류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문근영이 그 여세를 몰아 부른 곡이다.
또 <환상속의그대>가 주류에 대한 맹목적 꿈만 꾸고 있는 사람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다면
<앤디자인>은 그게 환상이든 꿈이든 욕망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찬가이다.

<앤디자인>의 미래와 <환상속의 그대>의 현재

2007년 현재, 마음만 먹는다면 <앤디자인>에서처럼 세상에 내가 못할 일은 어디에도 없는 것일까? 과연 우리는 무슨 꿈을 꿀 수 있을까? 또 그 꿈은 현실 속에서 몇 사람이나 이룰 수 있는 것일까?

도서관에 가보면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과 영어공부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바다이야기로 인생을 망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진로를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의 머리 속엔 영어공부로 채워져 있고 결국 그 모든 진로에 진출한 사람들의 머릿속엔 꿈 대신 부동산과 아파트, 주식시세로 채워진다. 우리가 꿈꾸며 디자인할 수 있는 경계는 이미 정해져있다. 그 한계 내에서 우리는 꿈꾸며 디자인한다.

우리는 <앤디자인>을 부르며 언젠가 기쁠 때 흘릴 눈물을 생각한다. 그러나 그 눈물은 문근영과 같이 주류적에서 이미 정상에 있는 사람만이 흘릴 수 있는 눈물이다. <앤디자인>의 복음이 전파되고 그렇게 해피디자이너가 되라며 사람들을 격려하고 충동질 할수록 사람들은
닿을 수 없는 꿈을 쫓기 위해 현재를 포기하고 미래에다 현재를 저당잡힌다.

반면 <환상속의 그대>는 그 주류적인 꿈에 대하여 포기하라고 외친다.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학벌과 연줄과 돈이 없으면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소리치고 있다. 그리고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이 그대에게 유일한 순간이며 바로 여기가 단지 그대에게 유일한 장소라고 이야기한다. 지금 여기에서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한, 나중에도 기쁨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두 가지 행복 중 하나를 선택한다. 그러나 세상은 미래적 행복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이기는 사람이 이 모든 행복을 독차지할 것이라 한다.
모두 내곁에서 / 부러움에 가득한 표정만 / 짓게 만들수 있어...(앤디자인) 미래적 행복의 구도 속에서 모두가 함께 기쁜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다만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주류가 만들어 놓은 상품세계 속에서 더 많은 상품을 홀로 차지함으로 부의 양극화를 통한 이기적 행복을 누릴 뿐이다. 단지 그것뿐인가 / 그대가 바라는 그것은? (환상속의 그대)

<앤디자인>에서 그리는 미래는 사실 과거에 만들어진 주류라인의 어떤 자리일 뿐이다.
그러나 <환상속의 그대>의 현재는 과거엔 없었던 새로운 길 위의 현재이다. 혼란스럽지만 그 현재가 진짜 미래다. 2007년 한국사회는 <앤디자인>이 꿈꾸는 미래와 <환상속의 그대>의 진짜 미래가 계속해서 투쟁 중이다. 그것은 큰 정치적 흐름에서부터 미시적인 개인개인의 마음의 흐름에서까지 이어지고 있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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