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 마음에 온기를 더해줄 로맨틱 무비

[리뷰] 영화<로맨틱 홀리데이>

검토 완료

정명화(pregia)등록 2007.01.01 16:39

<로맨틱 홀리데이> 포스터 ⓒ UIP 코리아

2006년의 마지막 날이다. 시간이 흐른다는 게 아쉬운 마음은 매번 같지만 이렇게 한 해가 저무는 때는 더욱 그렇다.

날이 날인지라 극장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한 편의 영화가 아쉬운 마음을 얼마나 위로할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유쾌한 기분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영화가 시작되기만을 고대하고 있었다.

3년간 외사랑을 하고 있는 아이리스는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이곳을 잠시 떠날 계획을 세운다. 자신의 집과 누군가의 집을 바꾸어 2주간 생활해 보는 것. 꽤 괜찮은 방법이다. 낯선 나라 낯선 도시에서 낯선 사람들과 생활해 보자고? 2주라는 시간이지만 어쩌면 평생 잊을 수 없는 여행이 될지도 모르는 법이다.

외사랑이란 건 짝사랑보다 사실은 더 비참한 것이다. 짝사랑은 상대가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혼자서 사랑하고 혼자서 정리하면 되는 것인데 반해, 외사랑은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대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혹은 알면서 그 심리를 이용하기도 하는 경우다. 아이리스가 사랑하는 재스퍼는 한마디로 나쁜 놈이다.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놓아주지 않는 것처럼 잔인한 일도 있을까. 약혼녀와 다정한 모습을 거리낌 없이 내보이면서도 죄책감 같은 건 전혀 없어 보인다. 사랑한다는 죄로 아이리스는 그 고통을 감내하고 있었다.

2주간 그의 곁을 떠나 마음을 정리하기로 한 아이리스는 뜻밖의 장소에서 새로운 사랑을 만나게 된다. 이렇듯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다만 미련을 떨고 있으면 새로운 사랑이 나타나도 비켜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인연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면, 쿨하게 보내주는 편이 내 인생을 위해서 좋다.

다정해 보이는 아만다와 그레엄 ⓒ UIP코리아


아만다는 모든 게 완벽한 여자다. 다만 연애에 서툴다는 것 빼고는. 어쩌면 그 말도 틀렸다. 제대로 된 인연을 아직 못 만났을 뿐이다. 집을 바꾸게 되어 아만다는 런던의 작은 시골 아이리스의 집에 머물며 아이리스의 오빠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다만 새로운 곳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외롭지만 크리스마스 연휴를 그렇게 보낼 생각이었는데 사랑이 찾아왔다.

아이리스의 오빠 그레엄은 2년 전에 아내를 잃었다. 일을 하면서 두 딸의 엄마 역할도 하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그 와중에도 불쑥 찾아오는 외로움 때문에 힘겨운 그레엄에게도 사랑이 찾아왔다. 홀아비라는 처지가 사랑 고백을 하기에 너무 부담되어 말도 못했지만 진실한 마음은 진실한 마음 쪽으로 기울기 마련. 사랑이 있다면 그런 문제도 너끈하게 여길 수도 있나 보다. 사랑의 힘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사랑의 눈빛으로 충만한 아이리스와 마일스 ⓒ UIP코리아


작곡가 마일스는 키도 작고 뚱뚱하다. 물론 그레엄과 비교했을 때 말이다. 그러나 넘치는 유머 감각 만큼은 마일스를 빛나게 했다. 영화배우와 사귀며 마음을 끓이는 마일스. 넘쳐나는 바람기를 주체할 수 없는 애인을 두고 종내에는 헤어져 버렸다. 새로운 사랑을 만났기 때문이다. 매번 바람기 많은 애인에게 당하면서도 빠지는 이유는 뭘까 고민하다가 제대로 된 인연을 이제야 만났다.

결국 두 여자는 사랑 때문에 마음 아파하다 사랑으로 상처를 치유받고 두 남자도 마찬가지. 새로운 사랑으로 행복한 새해를 맞는 게 영화의 줄거리다. 아만다의 근사한 집도 아이리스의 낭만적인 전원주택도 환상적이었다. 넘치게 많은 책과 넘치게 많은 영화 DVD는 관객으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사랑을 주제로 네 명의 남녀가 그리는 따뜻한 이야기였다. 언제쯤 사랑이 올까 기다리는 영혼들에게 더없이 달콤하게 다가올 것이다. 날씨처럼 황량한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심어줄 영화<로맨틱 홀리데이>는 사랑의 속성을 잘 담아내고 있었다. 주드 로의 황홀한 눈빛 연기는 덤이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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