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든 간식, 이웃과 나누어 먹어요.

날적이와 함께 아름다운마을학교 들여다보기-2

검토 완료

한희정(lifenamoo)등록 2006.12.21 16:57
아름다운마을학교는 마을 안쪽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마당 너머로 옆집 마당이 보이고, 연립주택과 바로 이웃해 있습니다. 우리 이웃들에게 열댓 명 아이들이 재잘대는 소리가 생의 약동을 모아주는 즐거움이 될 수도 있고, 아주 귀찮고 시끄러운 소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소리가 가끔 너무 심하다 싶으면 선생님이 알아서 주의를 주기도 하지만 함께 만든 간식을 이웃과 나누어 먹으면서 ‘얼굴 아는 관계’로 만들어갑니다. 문을 닫고, 마음을 닫고 사는 것이 익숙해져버린 어른들에게 아이들은 산책길에, 오가는 길에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그 모습을 보고 어른들은 대견하다고 하십니다.

2004.11.05 시루떡 만들기

@BRI@인우는 요즘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마을학교 다닌 지 5일째. 시작하고 며칠은 얼떨결에, 또 며칠은 잔뜩 긴장해서 울지 않고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서 엄마와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야 하는 거구나 알게 된 거죠. 어제 오후부터 좀 힘들어하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웁니다. 엄마와 여러 번 다짐을 하고 헤어지지만, 선생님에게 엄마가 언제 오는지 여러 번 확인해도 마음이 달래지지 않나 봅니다. 물론 인우만 힘든 것이 아니라 힘들어하는 인우를 보는 엄마에게도 힘든 시간이지요. 이 시기를 지나면 인우도, 엄마도, 선생님도, 마을학교 친구들도 부쩍 자라있겠죠? 익숙한 세계로부터 떠나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 인우의 마음을 크게 해줄 꺼라 믿습니다. 인우야, 힘내!

모두들 옷을 챙겨 입고 마을학교를 나섰습니다. 북부시장에 가기 위해서죠. 시장으로 가는 길 여기저기가 공사 중입니다. 마을학교 주변도 수도공사를 하고 있어요. 웬 공사가 이리 많은 걸까? 승연이는 얼굴을 찌푸리며 “시끄러워!” 합니다.

시장 골목으로 들어섰는데 고양이가 반겨줍니다. 방앗간에서 오후에 만들 시루떡 재료를 봐두고, 화원도 구경하고, 야채가게도, 어물전도 구경했습니다. 미꾸리들이 살아서 꿈틀거렸어요. “해민아 추어탕이 이 미꾸리로 만드는 거야!” “그래?” 내심, 추어탕을 좋아하는 해민이가 충격 받지 않을까 했는데 그리 놀라는 것 같지 않습니다. 게들은 한데 뭉쳐 ‘뽀르르 뽀르르’ 소리를 냅니다. 우리 친구들에겐 모두 신기한 구경거리입니다. 인우도 어느새 울음을 그쳤지요.

오후에는 명숙 선생님과 시루떡 만들기를 했습니다. 글쎄 팥을 물에 담가뒀어야 한다는데, 전 팥이 그렇게 단단한지 몰랐지 뭐예요. 팥 씻기가 첫 번째 할 일이었어요. 팥이 삶아지는 동안 마당에서 신나게 놀았지요. “얘들아~ 모여라! 떡 만들 시간이다!” 잘 삶아진 팥을 쿵쿵 찧어야 한데요. 그리고 소금과 설탕을 약간씩 넣어줬지요. 그리고 멥쌀가루와 찹쌀가루를 잘 섞어야 한데요. 그리곤 1단으로 팥을 잘 깔고 2단엔 쌀가루를! 그리고 다시 팥!

떡이 쪄지는 동안 손으로 시루떡도 만들고 옛날이야기도 들었지요. “와~ 맛있겠다!” 우리 친구들은 자기가 만든 시루떡이어서 그런지 정말 잘 먹더라고요.

쉿!! 비밀 작전이 시작됐어요. 우리가 만든 시루떡을 뱃속에 숨겨뒀지요. 엄마, 아빠, 할머니 앞에서 “짜잔~” 하려고요. 오늘 힘들어했던 인우도 환한 얼굴을 하고 비밀 작전에 돌입했지요. “엄마, 아빠, 할머니! 친구들이 만든 시루떡 맛있었나요?”

2005.09.02 떡콩 수제비를 들고

한 친구가 ‘오즈의 마법사’를 함께 보고 싶다고 며칠 전에 DVD를 가지고 왔어요. 금요일에 함께 보자고 약속을 했지요.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 아는 친구 있나요?”
“네!”
“그럼 자기가 아는 대로 이야기를 소개해볼까요?”
“….”
친구들은 막상 이야기를 하려 하니 망설입니다. 그때 친구들 사이로 갑자기 손을 번쩍 드는 기백이.
“저요, 있잖아요. 도로시랑 토토가 있는데요. 어쩌고저쩌고….”
“아! 그렇구나~”
“은영 선생님도 어렸을 적 재미있게 보았던 이야기라고 하는데 한번 들어볼까?”
“음. 오즈의 마법사는 도로시가 잠을 자다가 회오리바람에 날려서 다른 나라에 가게 되었는데 허수아비랑, 깡통 로봇과 사자를 만나서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마법사를 만나는 모험이야기야.”
“자, 그럼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로 들어가 볼까요?”

그런데 한참을 보다가 마법사를 만나는 장면에서 화면이 멈추어버리는 거예요. 기다렸지만 결국은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볼 수가 없게 되었어요. 아쉽지만 대신에 ‘톰과 제리’를 보았지요.

오후엔 소미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신명나는 요리를 합니다. 떡콩 수제비! 떡 모둠과 콩 모둠이 요리를 시작하기 전 게임을 합니다. ‘가을에 볼 수 있는 것’에 대한 이름 대기! 너무 열성적인 친구들의 반응에 요리 시간인지 놀이 시간인지 헷갈려요.

“얘들아, 너희 맷돌이 뭔지 아니? 옛날엔 맷돌로 뭐든 갈았는데 지금은 과학이 발달해서 이런 걸로 음식을 한단다.” 소미 할머니는 능숙하시고 다정다감하십니다. 이런 요리 시간이 정말 좋아요. 도깨비 방망이가 콩을 가는 동안 우리 몸도 뱅글뱅글~ 막간을 이용하여 수현 선생님과 ‘오즈의 마법사’ 노래를 불러봅니다.

떡콩 수제비가 완성되자 마을학교의 이웃들을 생각하며 음식을 나눕니다. 앞집 할머니 집으로, 수유5동 슈퍼로, 수유5동 세탁소로 출발~ 이웃집에 떡콩 수제비를 전해주러 가는 친구들의 마음이 정말 즐겁습니다.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은 기쁨이 따른다는 것을 친구들은 몸으로 먼저 알고 있었나 봅니다.

2006.11.03 떡 잔치

어제 얘기한 것처럼 오늘 붓글씨 놀이는 각자가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했어요. 기백이는 ‘한자 책을 가져올 걸’ 하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알고 있는 한자를 열심히 씁니다.

아무래도 다음 시간부터는 한자를 가르쳐야 할 듯. 어느 모둠은 풀과 꽃을 주제로, 어느 모둠은 기하학적 도형을 주제로, 친구들의 손이 가는 것은 뭐든 작품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오후에는 마을학교가 이곳으로 이사 온 지 2년이 지난 걸 축하하는 마음과 우리를 예쁘게 지켜봐주신 이웃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모아 떡을 돌렸어요. 앞집 할머니 집의 초인종을 눌려도 안 보이시더니 잠옷 차림으로 나오셨어요. 낮잠을 주무셨는데 우리가 깨운 거예요. 그런데도 기쁘게 맞아주셔서 우리도 기분이 좋아요. 나중에 슈퍼에서 과자를 한 아름 사주셨지요. 우리가 먹지는 않지만 할머니의 마음이라 감사히 받았어요. 아쉽게도 비어 있는 집도 있었어요. 가는 길에 안섭 삼촌을 만나 찰칵! 떡을 나누는 친구들은 신이 났어요. 뭔가를 나눈다는 자체가 친구들을 즐겁게 하나 봐요. 앞으로도 쭈~욱 이웃 분들에게 사랑 받으며 사랑 나누며 지냈으면 좋겠어요.

간혹 나누는 마음의 정치적 역학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나눈다는 것이 혹 내게 많은 것을 비교 우위의 입장에서 조금 덜어준다는 것은 아닐까, 내게 넉넉하지 않은 것을 나누겠다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아이들의 날적이를 읽다보면 그런 세련된 미시정치학이 큰마음으로 아우르려는 몸의 작용을 오히려 헤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연말연시, 나누려는 몸의 작용에 정직하게 반응하며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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