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연말대담, 우리에게 행복이란 무얼까?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스님과 드라마 작가 노희경의 [연말대담] - 1편

검토 완료

권민희(cindy53)등록 2006.12.19 09:09
‘꽃보다 아름다워’, ‘굿바이 솔로’ 등의 드라마를 통해 ‘가족애’와 ‘희망’이라는 온기를 전해준 작가 노희경. 그녀가 불교 수행공동체 정토회를 이끄는 법륜스님을 찾아가 ‘행복’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종합여성지 우먼센스 12월호에 게제되었던 기사를 3회에 걸쳐 나누어 싣는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던 지난 11월 13일, 서울 서초동에 자리한 정토회관 2층 접견실에 노희경(40세) 작가가 먼저 나타났다. MBC 창사특집극 집필을 마치고 최근에는 공모 심사를 맡아 작품 평가서를 쓰고 있다며 근황을 전하는 얼굴이 핼쑥했다. 하지만 표정은 아이처럼 맑고 밝았다.
@BRI@평소 언론과의 인터뷰를 사양해오던 그녀가 흔쾌히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온전히 법륜스님 덕분(?)이었다. 법륜스님은 1988년 수행공동체인 정토회를 설립한 이래 평화, 인권, 통일 운동을 실천해왔으며 아시아의 노벨평화상이라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진 ‘월드 인사’. 물론 그녀가 법륜스님의 이런 ‘화려한 이력’에 끌린 것은 아니다. 노희경 작가에게 법륜스님은 존경하는 스승이고 정신적 후원자이자 따뜻한 부모와도 같은 존재. 두 사람이 인연을 맺은 것은 그녀가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던 4년 전이었다.

# 관계, 모든 문제의 원인은 내 안에 있다

노희경(이하 노) : 2002년도에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던 ‘고독’이라는 드라마가 흥행에 실패했어요. 드라마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나빴고 가족간의 관계도 풀리지 않는 상태였어요. 몹시 힘들었죠. 그해 연말, 19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밑을 내려다보는데 문득 집을 계약할까? 외제차를 살까? 별장을 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데뷔를 하고 그려왔던 드라마들도 그랬고 나 스스로도 물질과는 무관한 인간이라고 여겼는데, 갑자기 물질적인 것, 보이는 것에 집착이 생기는 거예요. 왜 이렇게 보이는 것으로 치장을 하려고 하지? ‘내가 좀 이상해졌구나’하며 같이 사는 동생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언니 좀 이상해’ 하면서 심리상담을 권했어요. ‘얘가 나를 미쳤다고 생각하나?’ 싶어 그 말에 더 화가 났죠.

그녀는 선배 작가 이금림씨에게 고민을 털어놓았고, 이씨를 통해 정토회의 수련 프로그램에 참가해보라는 권고를 받았다. 그때 법륜스님과 인연을 맺게 되었던 것. 스님을 통해 정신적으로 흔들리던 노희경은 ‘모든 문제의 원인이 내 안에 있다’는 관점에서 세상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2003년 1월부터 그녀는 매일 아침 108배와 명상을 하며 마음을 다스렸고, 달라진 시선으로 1년간 글을 썼다. 그렇게 완성된 드라마가 ‘꽃보다 아름다워’. 작품은 2004년 방송가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히며 연말 방송대상에서 작가상을 석권했다.

노 :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큰 결정을 내릴 때 의논할 상대가 없었는데, 스님 덕분에 든든했어요. 처음에는 내 안에서 끊임없이 스님의 말씀을 거부하고 계속 스님을 의심하는 부분도 있었죠(웃음). 나도 좋은 드라마 작가라는 평가를 듣고 있지만 실제 나의 행동과는 다른 부분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스님을 쭉 지켜보면서 ‘어, 아니네. 말과 행동이 같을 수도 있네. 그럼 나는 왜 같이 하지 못하지?’ 그런 고민의 시간이 참 힘들었어요. 그때 스님 하라는 대로 해봤어요. 108배도 하고 법문도 들었죠. 그러자 내 안에서 자신감과 긍정의 힘이 생겼고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게 되었죠. 가족, 친구들과 화해할 수 있었던 것도 내가 편안해졌기 때문이에요. 이제는 어디 가서 ‘가족애’를 이야기하는 것에 자신감이 들어요. 전 스님께 참 많은 것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너무 고맙죠. 그런데 스님은 저에 대해 잘 모르시죠?(웃음)

법륜 스님은 10분 넘게 이어진 노 작가의 이야기에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고갯짓으로 화답하며 귀를 기울이셨다. 스님의 얼굴에서 문득, 행복이란 상대에게 귀를 기울이고,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법륜스님(이하 법) : 본인이 앞에 있는데 미안하지만 난 노희경씨를 잘 몰라요. 제가 뉴스 빼고는 TV를 거의 못 봐서 연예계, 스포츠, 문화, 예술 쪽은 전혀 몰라요. 노희경씨가 체구는 작아도 아주 유명한 방송작가라는 것은 들어서 아는데, 그 외는 모릅니다. 아마 우먼센스 독자들은 나보다 노희경씨가 궁금할 테니 이렇게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나한테 고맙다고 해야겠네요.(웃음) 노 작가님, 드라마 나도 한 번 보고 싶었는데 못 봐서 미안해요.
노 : 스님께서 내 작품 봤다는 것도 이상해요.(웃음)

법 : 이해해주시니 고맙습니다. 말씀하신 것 중에 마음하고 행동하고 일치가 안 된다는 부분이 공감 가네요.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은 부처님이 아닌 다음에야 불가능하죠. 다만 그 간격이 얼마만큼 벌어졌느냐의 차이예요. 간격을 좁히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적극적으로 실천함으로써 말과 행동의 간격을 좁히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처음부터 말을 부풀리지 않고 솔직하게 하는 것이죠. 그러면 행동의 부담이 적어집니다. 저는 비교적 솔직해지려고 해요. 너무 고상한 척 훌륭한 척 하면 행동으로 실천하기 힘드니까 고상한 걸 버리고 자신을 낮춰버리면 자유로워집니다.

노 : 주목받는 작가가 되면서 가족들, 형제들 앞에서도 작가 노릇을 시작했어요. 그러다보니 서먹함이 생겼죠. 아버지에게 나는 아직도 어린 막내딸이요 언니한테는 어릴 때 돈 천 원 달라던 ‘땡깡쟁이’ 동생이었을 텐데.(웃음) 저를 돌아보기 전엔 가족들과 소통을 할 수 없었어요. 힘들었죠. 또 저를 좋게 안 봐주는 사람들하고 싸우거나 다투거나, 때때로 내 안의 나와 싸우는 데 시간을 보냈어요.

법 : 스님은 좋겠네요.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스님이라고 절하고 보시하고 하니까요. 그런데 제가 인생을 살아보니까 이게 좋은 게 아니에요. 자신들은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스님은 먹으면 안 된다고 하죠. 술을 먹어도 안 되고 고기를 먹어도 안되요. 자기는 부인 두고도 딴 예쁜 여자 관심가지면서도 부인도 없는 스님은 여자에 관심가지면 안 된다고 하잖아요. 그건 스님이라고 높여주기 때문에 요구되는 높은 기준과 비판이에요. 하나 얻는 대신 하나를 잃어야 하고, 이거 칭찬 받는 대신 저건 비난을 받아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칭찬은 받고 싶고 비난은 받기 싫기 때문에 무거운 짐이 되지요.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스님, 마음이 불편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인생문제를 해결해가는 법륜스님의 지혜

▲ 법륜스님의 상담 법문집 <스님 마음이 불편해요>
ⓒ정토출판

법륜스님은 부모나 남편, 또는 자녀와의 갈등, 돈 문제, 건강 문제 등 대중들이 법회 때마다 물어오는 일상적인 질문들에 대해 그 자리에서 자상하게 답을 해주는 즉문즉설로도 유명하다. 스님은 즉문즉설을 통한 상담 내용을 모아 <스님, 마음이 불편해요>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이 책에는 부부 갈등 해결법, 내 마음 다스리는 법 등이 구체적인 사례들과 함께 속 시원하게 설명되어 있다.
책에서 스님은 남편이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려서 이혼하고 싶지만 아이들 때문에 망설여진다는 주부의 고민에 대해 이혼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되면 ‘안녕히 계십시오’하고 떠나라고 말한다. 하지만 경제적인 문제든 뭐든 그 사람이 필요하다 생각되어 같이 살 때는 미워하고 욕하지 말고 반을 나눠가질 생각을 하라고 조언한다. 같이 살기로 했다면 감정을 내세우지 말고 서로의 관계를 조정하고 타협하라는 것.
스님은 남편이 자기보다 학벌 좋고 인물 좋고 돈도 잘 번다면 남편 주위에 여자들이 많은 게 당연하다고 말한다. 이럴 때 그 여자들을 질투하거나 남편을 욕하거나 또는 나 자신을 비하하지 말아야 한다. 저렇게 인기 있는 남편과 같이 사는 내가 자랑스럽다고 생각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혹은 남편이 나보다 다른 여자에게 관심이 많은데 그깟 돈 좀 많고 인물 좀 있다고 굳이 내가 비굴하게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된다면 그냥 헤어지면 된다고 조언한다. 잘난 남편이 자기만 바라보고 살기를 바라는 것은 요행수라고 한다.
“상대를 그냥 꽃이나 날씨처럼 생각하세요. 꽃은 피는 것도 지는 것도 저 알아서 하고, 도무지 나하고 상관이 없잖아요. 다만 내가 맞추면 돼요. 꽃 피면 구경가고, 날씨 추우면 옷 하나 더 입고, 비오면 우산 쓰고....” 인생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스님의 지혜이다.
/ 권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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