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텃세'가 중동이미지 망친다

지나친 편파판정, 개최국 이미지에 막대한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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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훈(youthpower)등록 2006.12.13 15:24
한국 축구도 패배했다. 축구 뿐만 아니라 구기종목들이 잇따른 패배에 국민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일부 종목은 '우물 안 개구리'식의 안일한 준비태도와 팀워크의 부재, 지도력 문제 등으로 패배를 자초했다고 볼 수 있으나 남자핸드볼처럼 뚜렷한 실력 차에도 불구하고 중동 텃세에 밀려 어이없이 승리를 날린 경우도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중동 텃세에 대해 '중동에서는 손님을 환대하는 것이 중요한 관습'이라며 '편파판정은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데 유독 중동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중동의 특수한 문화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BRI@일면 타당한 지적이다. 편파판정은 중동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처음 아시안게임을 개최했던 86년에 한국은 무려 93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94개를 차지한 중국과 대등한 메달레이스를 펼쳤다. 물론 그 당시 중국은 지금보다 전체적인 경기력이 떨어지는 상태여서 접전을 벌일 수 있었지만 여기에는 홈어드밴티지라고 부를 수 있는 편파판정이 작용하지 않았다고 부정하긴 어렵다. 다음 대회였던 북경아시안게임 때 중국은 보란듯이 138개의 금메달을 독식하며 홈어드밴티지의 무서움을 보여주었다. 공교롭게 그 다음에 있었던 대회는 히로시마에서 열렸는데 86년과 90년 대회 때 연속 3위로 주저앉았던 일본이 홈어드밴티지를 등에 업고 종합2위를 탈환하였다.

좋게 말하면 홈어드밴티지, 그리고 나쁘게 말하면 개최지역에 대한 편파판정이라 할 수 있는 이런 부분에 대해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수긍을 한다. 그러나 선수들의 경기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거나 승부를 완전히 기울게 만드는 편파판정은 그 누구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대회 남자핸드볼 준결승 경기는 한편의 코메디였다. 세계적인 수준의 한국대표팀이 우리나라 대학 수준팀 밖에 되지 않는 카타르를 상대해서 28-40으로 패한 일은 '각본 없는 드라마'로 통하는 스포츠를 '각본대로 움직인 코메디'로 만든 결과를 초래했다.

홈어드밴티지에 따른 편파판정은 어느 나라나 적용되지만 유독 중동지역이 심하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중동 텃세'라는 말이 하루 아침에 나온 말이 아니라 이런 억울한 일이 누적되어 생긴 말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중동에선 손님을 환대하는 것이 중요한 관습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손님대접문화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리고 손님을 홀대하는 문화를
가진 민족이 과연 있을까 싶기도 하다.

스포츠는 그 어떤 외교보다 훌륭한 외교 역할을 한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우리나라와 터키가 3,4위전에서 맞붙어 우리가 패했지만 우리는 터키를 형제국가로 여기며 그들의 선전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그 결과 터키와 한국은 이전보다 더 급속히 가까워졌다. 스포츠가 국가와 국가를 더 친밀하게 만드는 고리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그러나 이번 핸드볼 경기처럼 어거지에 가까운 홈팀의 편파판정은 개최국과 심판이 속한 나라에 대한 막대한 이미지 손상을 가져온다.

실제로 인터넷 상에는 중동 국가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개최국 카타르는 자국의 위상을 높이려는 의도로 이번 대회를 개최했겠지만 적어도 한국인들에게 카타르의 이미지는 더욱 실추되고 말았다. 현재 중동의 각 국가들은 오일달러를 기반으로하여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두바이와 도하를 비롯한 많은 도시들이 최첨단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는데 사회적 인프라만 새롭게 구축한다고 세계가 인정하는 국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사소하다 싶을지도 모를 이런 중동 텃세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바꾸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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