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의 전쟁

김수현 소설 <눈꽃>을 원작으로 한 SBS 드라마 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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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미(anchor419)등록 2006.12.13 10:20
김수현 소설 <눈꽃>을 원작으로 한 SBS “눈꽃”은 40%대의 높은 시청률을 보이는 드라마 “주몽”과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다. 눈꽃은 1회에서 6회까지 한 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1회: 7.2%, 2회: 6.9%, 3회: 6.2%, 4회: 7.6%, 5회: 7.1%, 6회: 6.7%) 김수현 소설 원작과 김희애의 출연으로 방영 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눈꽃이 실제 드라마 방영이후 시청률 면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낮은 시청률을 보이지만 눈꽃은 사람들이 한번 쯤 고민해야 할 이야기를 드라마 속에 풀어놓고 있다. 그럼 엄마와 딸의 갈등을 중심으로 다룬 드라마 눈꽃의 아쉬운 점과 시사점은 무엇일까?

드라마 눈꽃의 아쉬운 점)
①드라마에 몰입하기 힘든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
@BRI@ 캐스팅을 할 때 그 역할을 잘 소화 할 수 있는 배우를 섭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등장 출연할 배우들의 관계를 고려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드라마 눈꽃에서 김희애(이강애), 김보연(최정선), 안재환(민지섭) 이렇게 3명은 친구사이다. 하지만 실제 배우들의 나이는 제각각이며 각각의 나이차는 7~17년이란 넓은 폭을 보인다. 극중 상황설정임을 고려하고 캐스팅의 어려움을 짐작하더라도 세 사람의 친구 사이는 드라마 전개에 몰입하기 어렵게 만드는 면이 있다. 같은 사례로 이건주(이신범)의 선배로 나오는 김기범(하영찬)이 실제 나이로는 6살이 어리다는 점 또한 극중 상황설정임을 염두에 두고 드라마를 봐야 하는 즉, 드라마에 빠지기 어렵게 만드는 캐스팅이다.

②잦은 회상씬의 등장
드라마 눈꽃은 엄마와 딸의 갈등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다. 두 사람이 갈등을 겪는 근원은 다미 부모의 이혼이다. 부모의 이혼으로부터 11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 되므로 지난날을 회상하는 장면은 드라마 전개상 꼭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너무 잦은 회상씬의 등장은 현재시점에서 진행되는 극의 흐름을 끊어 드라마를 처음부터 보지 않은 시청자를 혼란에 빠뜨릴 위험이 있다. 또한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회상씬은 극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7회에 방송된 강애(김희애)와 건희(이재룡)이 눈오는 날 키스하는 장면에서 부자연스런 분장은 시청자들이 어색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또 눈이 내린다는 설정에 맞춰 뿌려진 인공 눈은 시청자들이 또 한 번 이것이 드라마 전개의 설정임을 감안해야 하는 괴리감을 드러냈다.

③불필요한 장면의 등장
눈꽃의 또 다른 아쉬운 점은 강애(김희애)의 친구 정선(김보연)의 딸 신애(지성원)가 만나던 사람과 이별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장면이 방송됐다는 점이다. 4회 방송에서는 신애(지성원)는 만남을 이어온 같은 병원 의사 송형준의 이혼 전력을 알게 된 후 두 사람은 헤어지는 내용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술에 취한 송형준이 신애의 집에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극의 전개상 없어도 되는 장면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술에 취한 형준이 오줌을 쌌다고 말하는 신범(이건주)의 대사는 그 장면의 등장을 더욱이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또한 이것을 상기시키는 대사가 6회에 다시 등장했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역시 술에 취한 지섭(안재환)을 정선(김보연)의 집에서 재우면서 신범(이건주)이 “엄마. 아저씨요 저러다 설마 제 방에 실례하시는 거 아니겠죠? … 저번에 그 형은 현관에”라는 말을 꺼내며 4회와 같은 불필요한 말을 꺼낸다는 점이다.

위의 3가지 요소는 시청자들이 드라마 눈꽃에 쉽게 몰입할 수 없는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꽃의 내용이 던지는 고민거리는 아쉬움에 덮일 만큼 가볍지 않다.

드라마 눈꽃이 던지는 시사점)
①부모의 이혼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
엄마(강애)와 딸(다미)의 갈등이 촉발되는 그 근원은 부모의 이혼에 있다. 부모의 이혼으로 아빠(건희) 없이 자라게 된 다미의 아픔을 엄마는 제대로 감싸주지 못했다. 다미는 자라는 동안 아빠에 대한 그리움으로 힘들어 했고, 생계를 위해 바쁘게 일해야 했던 엄마에게 기대했던 사랑을 받지 못했다. 이것이 다미가 엄마에게 반기를 들고 아무 문제없는 듯 보였던 두 모녀가 갈등을 빚는 원인이다. 이와 관련해 3회에서 다미는 이렇게 묻는다. “내가 뭘 잘 못했어?” 다미 부모의 이혼은 부부사이에 있었던 문제의 결과였다. 부부가 더 이상 부부관계를 유지 할 수 없어서 이혼을 선택 했을 때 아이의 의사와 관련 없이 어느 한 부모 아래서 자라야만 하는 아이의 아픔을 다미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각자 행복한 삶을 위해 헤어지는 방법을 택했을 때 앞으로 자녀의 양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다미는 자신의 상처를 고백하고 있다. 부모의 이혼을 이해하고 수용하더라도 자녀는 어쩔 수 없이 상처받게 되는 가볍지 않은 문제를 눈꽃이 보여주고 있다.

②자녀가 바라는 엄마의 모습
다미는 자신을 어떠한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고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엄마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미는 그런 엄마가 아닌 일하느라 바쁘고 유명한 엄마의 딸로 자랐다. 다미가 자신이 바라는 엄마의 모습을 할머니에게 찾을수록 엄마에 대한 서운함과 섭섭함은 커졌을 것이다. 이 부분은 시대의 변화와 엄마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함을 말하고 있다. 과거 한 명의 여성이 아닌 엄마로 산 사람들은 남편과 자식을 위해 많은 희생을 감내하는 여인들이었다. 남편에게 순종하고, 자식에서 헌신적인 그런 여성들이 엄마라는 이름으로 존경의 박수를 받을 때 그들이 치러온 대가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나를 생각 해 볼 지점이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하는 엄마들이 늘어나는 요즘 상황에서 지난날의 엄마상을 고집할 때 많은 이들은 전 보다 더 많은 희생을 즉 슈퍼우먼으로 살기를 강요당하는지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한다. 다미는 자식을 위해 뭐든지 하고 희생하는 과거의 엄마를 원했지만 현실의 엄마 강애는 생계를 잇기 위해 쉴 틈 없이 일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두 사람이 가진 서로 다른 ‘엄마의 모습’은 모녀간의 갈등을 강화하는 요소로 극중에서 작용한다.

눈꽃은 이처럼 중요한 문제를 모녀갈등이라는 소재로 드라마에서 말하고 있다. 이점이 눈꽃이 지니는 몇몇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눈꽃을 주목하게 만드는 이유다. 그리고 눈꽃의 원작자 김수현은 8회부터 대본을 감수하겠다고 하니 앞으로 이 드라마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 갈지 주목된다. 드라마 눈꽃이 명확한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문제에 대한 깊이 있고 따뜻한 고민을 드라마에 잘 녹여내 가족과 모녀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는 한 편의 잘 만든 드라마가 되길 기대한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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