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녀'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지는가

무분별한 사이버 테러, 그녀의 이마에 새겨진 ‘주홍글씨’

검토 완료

김귀현(kimkui)등록 2007.01.17 07:51

대부분의 PSP 사이트에는 '강사녀'의 동영상이 올라와있다. ⓒ 인터넷 화면 캡처

보도 이후 P2P 파일공유사이트에는 2기가가 넘는 김씨의 동영상이 속속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 누리꾼은 "강사녀 동영상 때문에 오랜만에 패킷(자료를 다운 받을 수 있는 사이버 머니) 좀 충전해야겠네요"라며 관심을 드러냈다.

이후 누리꾼들은 "김씨는 학비를 벌기 위해 포르노를 촬영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의 남편과 함께 포르노 사이트를 만들고 운영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경찰에게 한 말은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함이다"라며 김씨의 도덕성까지 문제 삼았다.

사이버테러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미 많은 이의 하드 디스크에 김씨의 포르노가 저장되어있고 순식간에 퍼져 나가고 있다. 미니홈피를 통해 김씨가 친구들과 찍은 일반 사진도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또 "포르노 배우가 어떻게 한국에 와서 학생을 가르칠 수 있냐"는 비난 여론에 뭇매를 맞고 있다.

불과 3시간여 만에 김씨의 모든 것이 공개되었다. 누리꾼들은 그렇게 강사녀의 모든 것을 퍼 나르며, 인권침해와 명예훼손에 대한 어느 정도의 죄책감이 들었을지 궁금하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누리꾼들은 이 뉴스를 11월 30일 '오늘의 감동뉴스'로 만들어 버렸다. 한 사람에게 뼈아픈 상처를 준 이들은 과연 무엇에 감동했을까?

누리꾼의 모습에서 '집요함'을 보았다. 좋은 말로 하자면 '집념' 정도가 되겠다. 누리꾼들은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결국 그녀가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물고 늘어졌다. 그들은 '무모한 도전'을 불과 3시간 만에 '가능한 도전'으로 만들었다.

누리꾼들의 이중적 잣대도 혀를 차게 한다. 결국 '볼꺼면서', '봤으면서' 그녀를 비난한다.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녀를 비난하는가.

지난 10월, 음란물 유포의 대가 김본좌의 연행과 함께 유행했던, 본좌복음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너희들 중에 하드에 야동 한 편 없는 자, 나에게 돌을 던지라."

노현정, 정지영은 보호해 주던데...

지난 10월 단아한 이미지의 아나운서 정지영이 큰 사건을 하나 터뜨렸다. 1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마시멜로 이야기>를 대리번역 했다는 것이다. 대리번역에 대한 기사는 포털사이트의 전면에 배치되었다. 하지만 이 기사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볼 수 없었다. 댓글 쓰기 기능이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각 포털 사이트에서는 댓글을 통한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인격권 침해 ▲명예훼손 등의 우려가 있을 경우 댓글 쓰기를 제한하고 있다.

정지영 아나운서의 사건은 '욕먹어도 싼' 죄가 명백한 사건이었다. 누리꾼들의 비난성 댓글에 의해 그간 쌓아온 지적이고 단아한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보호해줄 당위성이 어느 정도 있다 치자.

노현정 아나운서의 결혼 기사는 댓글쓰기 기능이 차단되었다. ⓒ 인터넷 화면 캡처

지난 8월에는 최고의 인기를 달리던 스타 아나운서 노현정씨의 결혼 소식 기사가 났다. 하지만 이 기사에도 댓글을 달 수 없었다. 이유는 위와 같다.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인격권 침해, 명예 훼손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노현정씨는 누구나 다 아는 공인이기에 개인정보 유출될 것도 없고, 인격 침해나 명예 훼손의 우려는 모를 일이다. 재벌가와의 혼인이기에 어느 정도 비난의 여론을 예상하고 포털에서는 노현정씨를 미리 보호해 준 것이다.

이 정도까지 비난 여론에 대한 예상을 잘하고, 인격을 보호해주는 포털에서 김씨는 왜 보호해주지 못했을까? 사이버 테러가 일어날지 예상을 하지 못했을까? 김씨가 단아한 이미지의 아나운서가 아니라 그런 것인가?

모든 것은 댓글로부터 시작되었다. 댓글의 자그마한 텍스트 한두 개의 파급력은 엄청나며, 그 텍스트는 당사자에게 칼이 되어 다가올 수 있음을 간과치 말아야 할 것이다.

그녀의 죄는 '속인주의'에 의한 '정보통신망 촉진법' 위반?

캐나다에서 포르노를 촬영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불법이다. 그럼 한국인이 캐나다에서 포르노를 찍으면?

여기서 바로 '속인주의'라는 말이 등장한다. '자국영역의 내외를 불문하고 국적을 기준으로 하여 모든 자국민에 대해 법을 적용하는 원칙'을 뜻한다. 비록 합법적으로 촬영을 했더라고 한국 국적을 가졌으면 한국 법에 의해 처벌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력범죄도 아닌 사건을 속인주의까지 적용하면서까지 처벌을 해야만 했을까? 돈벌이를 위해 합법적 포르노 촬영을 한 것인데, 속인주의까지 들먹일 필요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처벌 조항 또한 분명치 않다. 입건된 강사에게 적용된 법 조항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다. 이는 '정보통신망의 이용을 촉진하고 정보통신서비스를 이용하는 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함과 아울러 정보통신망을 건전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이다.

법의 대부분의 내용은 정보 보호에 관한 내용이다. 이 법의 조항 중에서 김씨에게 해당할 만한 조항은 9장 벌칙의 65조1항2 정도가 되겠다.

제65조 (벌칙) ①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05.12.30] [[시행일 2006.3.31]]
2.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한 자.


김씨가 배포·판매·임대한 것은 아니므로 '공연히 전시한 자'가 되는 셈인데, 과연 외국에서 합법적으로 포르노 촬영을 한 것이 이 법에 저촉되는지 명확한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경찰의 태도도 문제다. 기소 이후, 김씨에 대한 신분 보호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가? 김씨의 인권에 대한 고려가 있었다면, '어? 포르노 주인공이 우리 학원 선생님?'이란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는 없었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경찰은 누리꾼들의 능력을 과소평가 했다.

처벌받는 생산자, 천하태평 소비자

음란물 처벌 기준 또한 모호하다. 본 사람은 처벌을 받지 않지만 찍은 사람은 처벌을 받는다. 영어강사를 신고한 고등학생은 처벌을 받지 않았지만, 영어강사 김씨는 처벌을 받았다.

2004년 화제가 되었던 PJ(포르노자키) 딸기는 캐나다에서 귀국하자마자 경찰에 체포되었고, 딸기를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한국의 수많은 누리꾼들에게는 아무런 법적 제재가 가해지지 않았다.

음란물이 문제라 치자. 그럼 배포한 사람과 찍은 사람도 문제지만, 보는 사람도 분명 잘못이 있다. 하지만 왜 본 사람에게는 아무런 법적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가.

철저히 생산자 위주의 처벌만 가해지기 때문에, 소비자는 더욱 활개를 띠게 되는 것이다. 무한한 인터넷 세상에서 어떤 누군가의 동영상이 공유 사이트에 올려진다면, 순식간에 수십, 수백명의 사람들이 받아 볼 수 있다.

그 누군가의 동영상은 바로 당신 주변인물이 주인공인 몰래카메라 일 수도 있다. 일례로 영화 <연애술사>에서는 주인공들의 몰카가 인터넷상에 공개되어 곤욕을 치른다.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간과치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무한한 공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소비자 위주의 강력한 처벌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

개똥녀, 된장녀에서 강사녀까지...

이런 사이버 테러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지하철에서 자신의 강아지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내린 여성이 개똥녀라는 이름으로 신상이 공개된 '개똥녀' 사건은 대표적인 사이버 테러 사례다.

이런 논란의 중심에 있는 여성에게는 항상 'OO녀'란 명칭이 붙는다. 왜 'OO남'에 대한 비난은 없어도 'OO녀'는 줄기차게 인터넷상에 등장해 뭇매를 맞을까?

지난 10월 음란물 유포 혐의로 기소된 속칭 김본좌에게는 누리꾼들이 대부분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를 욕하는 댓글을 거의 찾을 수가 없었고, 김본좌의 신상은 전혀 알 수 없다. 순식간에 신상이 공개된 OO녀들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는 남성 위주의 사이버 문화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남성 중심의 사이버 세상과 남성우월주의가 만나 여성의 잘못에 대해서는 관용 없이 비난의 화살을 뿌린다. 논리적인 비판 보다는 당사자의 개인 정보 공개와 저급한 욕설이 다수를 이룬다.

남성 중심 사이버 문화에 의해, 누리꾼들의 집요하고 이중적인 모습에, 중세시대의 마녀 사냥이 사이버상에서도 계속 되고 있다. 사이버 테러에 의해 그녀의 이마에 새겨진 '주홍글씨'.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 대한민국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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