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라크파병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이 철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검토 완료

남진문(각골명심)등록 2006.11.12 14:19
“To Sin By Silence When We Should Protest Makes Cowards Out Of Men”

                    (저항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비겁한 죄악이다)

미국의 시인이자 작가 그리고 저널리스트였던 ‘Ella Wheeler Wilcox’는 말했다. 물론 여기서 죄악(Sin)은 법률상의 범죄(Crime)와는 구별되는 도덕적·종교적 의미이다. 우리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가 사는 세상에 얼마나 많은 죄악을 방조하거나 혹은 부추겨 왔던가...

J.F.K 암살

1963년 12월 22일, 막 정오를 넘어선 12시 30분, 텍사스주 달라스 광장에 세 발의 총성이 울렸다. 한 발, 두 발 그리고 보다 강력한 마지막 세 번째 총탄이 대통령 J.F.케네디의 뒷머리를 강타했을 때 미국 '군수산업 자본가들'과 언제나 전쟁의 위협을 한껏 과장해서 이들을 먹여살려온 '네오콘들'은 아마도 일제히 “Bingo!"를 외치며 환호했으리라. 왜냐하면 당시 케네디 대통령은 이전까지의 입장을 바꿔 ‘평화지향정책’을 내세우며 본격적인 베트남戰으로부터 막 발을 빼려하고 있었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 될 경우 당시 그 전쟁으로부터 막대한 부를 창출해내고 있거나 또는 장밋빛 기대로 가득 차있던 군수업계 자본가들이 받게 될 막대한 타격은 불을 보듯 뻔했다. 이러한 의혹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케네디 사후 들어선 L.B.존슨 정부는 이들의 강력한 후원을 등에 없고 이전까지의 군비 54억 달러에서 무려 그 다섯 배를 훌쩍 뛰어넘는 288억 달러의 군비증가와 지상군만도 54만명을 투입하며 베트남戰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마치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처럼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모랄’도 ‘생명의 의미’도 그저 하찮은 투정쯤으로 간단히 치부해버리곤 하는 미국사회의 주류를 자처하는 이들의 끈끈한 관계를 보노라면 어떤 비장한 숙명감마저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거대자본과 잘못된 권력의 결합이 촉발시키는 힘은 이후 단지 미국의 대내정치만을 좌우한 것이 아니라 내내 미국 대외정책의 근간이 된다.


이라크 전쟁

2003년 3월 20일, 새벽 5시 30분, 미국 J.W.부시(George Walker Bush)대통령은 사담 후세인을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하며 이라크 內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해 자국민과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워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등을 최첨단 신예무기를 동원해 순식간에 초토화한다. 후에 일명 ‘電子戰’으로 명명될 만큼 고도화된 수십 종의 최첨단 무기와 (현대전으로 볼 때는 대단한 숫자인) 무려 30만의 막대한 병력을 쏟아 부었던 미국의, 미국에 의한 이라크 전쟁은 그 후 전쟁 발발 26일 만인 4월 14일 후세인의 고향 티크리트장악을 끝으로 조지 부시가 의기양양하게 ‘전쟁승리’를 선언할 때 까지만 해도 미국의 일방적 승리로 종료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것은 지난 2001년 아버지 부시(George Herbert Walker Bush)의 실패에서 아무 것도 깨닳지 못한 아들 부시의 또 한번의 성급한 착각에 지나지 않았음이 이번 중간 선거를 통해 마침내 증명되었다. 무려 4년여의 시간 동안 하루 2억 4천만 달러라는 막대한 돈과 병력, 그리고 수많은 희생자를 내고도 단지 얻은 건 이라크 내 종파간의 ‘내전 격화’와 ‘미국에 대한 증오’ 외에 부시정부가 도대체 무엇을 이루어 냈는가에 대한 미국유권자들의 근본적 의문제기로 볼 수 있다.


한국, 당장 철군해야

11월 10일자 AP통신에 의하면 지금까지 이라크 전쟁에서 사망한 민간인 수만 무려 15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 수치는 현재까지 알려진 수치의 3배를 넘어서는 것으로 결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즉 지난 4년간 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100명 이상의 민간인이 꾸준히 희생되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군수업자와 재건업자들이 그 희생을 재물로 년 간 수천억 달러의 부를 창출하며 환호하고 있는 동안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말이다. 이건 정말 미친 짓이다. 최근 미의회조사국(CRS)에서 조차도 한국의 아르빌 주둔효과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피력하고 미국 내에서 조차 ‘어떻게 단계적으로 발을 뺄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정부와 정치권의 기류는 일정규모의 병력감축과 파병연장안을 맞바꾸려는 이해 못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한다.


물론 미국이 지금 당장 이라크戰에서 발을 뺄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입장에서 볼 때 지금 바로 한국과 같은 일방적 미국추종국가들을 흔들었다가는 자칫 미국이 이라크로부터 발을 뺄 기회를 영영 놓칠 수도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즉 미국은 내부적으로 현재 걸프전과 아프가니스탄전을 모두 합친 비용을 이미 훨씬 초과한 192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비용을 들이고도 그 어떤 가시적 효과도 없이 갈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이라크전의 여파로 사상최대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므로 부시정부는 이제 이라크전이 제2의 베트남전의 악몽이 되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발을 빼지 않을 수 없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가능한 한 외부적으로 이런 흔들리는 모습을 최대한 감추면서 여야 할 것 없이 ‘국가이익’이라는 공통분모를 향해 마지막 정리를 해나갈 것이다. 그 첫 번째는 가시적으로 ‘감군’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두번째 단계는 한국과 같은 참전국들에 공동 관리를 제안하며 이미 알맹이 없는 재건사업참여카드를 들고 나올 공산이 크다. 세번째 단계는 북한이나 레바논 사태에 집중한다는 명분으로 완전히 발을 뺄 것이다. (물론 이 사이에 몇가지 단계가 더 끼어들겠지만 미국의 궁극적 목표는 출혈을 최소화하면서 발을 빼는 것으로 모아질 것이란 점에는 변함 없다.)


지금이야말로 어느 면으로 보나 한국으로서는 최초이자 최후의 유일한 철군기회다. 왜냐하면 첫째, 북핵문제가 (어찌됐든) 대화의 장으로 넘어왔다는 점. 둘째, 미국 측에서 조차 한국의 아르빌 주둔효과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점. 셋째, 당분간 부시정부는 본격적으로 거세지는 내부적 공세에 의해 외부적으로 시선을 돌리기가 사실상 힘들다는 점. 넷째, 한국의 철군은 한미FTA 협상에서도 최소한 반전의 국면전환용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 다섯째, 내부적으로 이라크 파병의 원죄에 대하여 노무현정부 전통적지지자들의 복원에 매우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으리라는 점(즉 전통 민주세력의 재결집에 촉발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런 모든 점들을 넘어서 한국이 진정 ‘평화와 정의를 지향하는 국가’라는 단 하나의 지켜야할 원칙에서 보더라도 한국은 지금 당장 철군해야 마땅하다. 만약 이 기회를 놓친다면 극단적으로 향후 미국의 이라크 철군 이후에도 현재와 같이 자국의 비용과 출혈을 감수하며 모든 원죄를 떠안고 남아있을 각오를 해야만 할 것이다. 이제 모든 상황은 한국, 그것도 노무현정부에 빠른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자, 어떻게 할 것인가.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