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대표가 주장하는 시장은 무엇인가?

부동산 세제 완화 주장 접고 투명한 부동산 정책 추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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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민(ymcho82)등록 2006.11.10 14:08
국민의 관심이 온통 수도권 부동산에 쏠려 있다. 이러한 관심에 부응(副應)하듯 지난 8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최고위원이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부동산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 ‘부동산 대책 특위’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강 대표는 작금의 부동산 가격 급등 현상과 관련하여 “대통령이 뭐라고 변명해도 이제는 안 믿는다.”며 “대통령이 나서서 무릎을 꿇어 빌어야 하고 청와대와 정부 관련 담당자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대통령과 관련 담당자를 강하게 질타했다.

강 대표의 말대로 정부와 관련 담당자들이 시장에 불신을 초래한 점은 분명하다. 10.29 대책의 후퇴로 부동산 정책의 첫 단추를 어설프게 잠그기 시작하더니, 8.31대책에 가서는 보유세 실효세율의 목표를 1%에서 0.61%로 낮추어 정부의 정책 의지에 대해 강한 불신을 심어 주었다. 당시의 집값 상승세가 투기적 가수요에 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시기적절하지 못한 각종 공급정책 발표를 쏟아냄으로써 미약하나마 그 역할을 기대했던 보유세의 투기적 가수요 억제효과를 상쇄시키는 등 시장에 일관된 신호를 주지 못했다. 정책 목표도 부동산 불로소득의 환수가 아닌 부동산 가격 자체에 두고 이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 더 이상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한 점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강 대표가 주장하는 시장은 ‘불로소득’이 묵인되고 ‘투기’가 방임되는 시장인가

하지만 강 대표가 이러한 비난을 가하면서 내 놓은 대안이 영 미덥지가 않다.

강 대표는 “부동산을 시장에 돌려주면 서민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집을 충분히 지을 수 있고 집값도 잡을 수 있다.”며 부동산 문제의 해법으로 공공부문 후분양제 적용,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 상향, 등록세 단계적 폐지, 주택장기보유자 양도세 감면 등을 제시했다. 사실 강 대표의 이 같은 주장들은 ‘세금폭탄론’을 비롯하여, 각종 투기억제책을 일관되게 왜곡 보도해 온 일부 보수언론들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들이다.

강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작금의 부동산 문제는 부동산을 시장의 원리에 맡기지 않아서 발생한 측면이 강하며, 강 대표가 완화를 주장한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각종 부동산 관련 세제는 시장에 반하는 제도라는 뜻이 된다. 이 부분에서 필자는 강 대표에게 묻고 싶다. 강대표가 그렇게도 소중히 여기는 시장은 과연 그 본질이 무엇인가? 부동산 문제는 본질적으로 토지 문제이며, 그 핵심에는 ‘토지불로소득’과 ‘투기’의 문제가 있다. 강 대표가 오매불망 추종하는 시장의 원리가 부동산 시장에서 진정 올바르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토지불로소득’과 이에 따른 ‘투기’의 문제를 먼저 바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종합부동산세가 토지분과 건물분이 분리되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고, 양도세가 부동산 거래에 영향을 미친다는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세제는 여전히 부동산의 가장 본질적 문제인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고 ‘투기’를 차단하기 위해 현재 그나마 사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이다. 따라서 진정 강 대표가 부동산을 시장의 원리에 맡기길 원한 것이라면, 오히려 이들 세제의 제도적 보완 및 강화를 주장했어야 한다.

토지보유세는 ‘토지불로소득’과 이로 인한 ‘투기’를 가장 유효적절하게 차단하면서도 부동산 시장을 가장 시장답게 만드는 효율적인 수단이다. 현재 우리 제도에서 그나마 보유세의 역할을 미약하나마 비슷하게 감당하고 있는 것들이 바로 종합부동산세나 재산세 및 양도세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그렇게도 중시하는 강 대표가 오히려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 상향, 주택장기보유자 양도세 감면 등을 통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의 완화를 주장하고 있으니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다. 혹시 강 대표가 주장하는 시장은 ‘불로소득’이 묵인되고 ‘투기’가 방임되는 왜곡된 시장인가?

단순한 ‘감세’보다는 ‘조세이동(Tax Shift)’이 적절해

강 대표는 또한 “소득세 2%p 인하, 중소기업 법인세 3%p 인하, 영세사업자 면세점 인상을 추진”하고 “무주택자 소득공제를 신설하고 장애인 차량·택시 등의 면세도 관철 하겠다”고 밝히며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 의지를 분명히 했다.

생산 활동에 부과되는 대부분의 세금이 해당 생산 활동에 왜곡을 불러오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생산 활동에 부과되는 세금을 유효적절하게 완화할 수 있다면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하지만 단순히 세금을 줄이기만 하면 당연히 국가재정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감세에 따른 생산성 증대 효과로 줄어든 재정을 보충해 나갈 것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작정 ‘감세’가 아닌 나쁜 세금은 줄이고 좋은 세금은 늘리는 ‘조세이동(Tax Shift)’이 보다 적절하다. 물론 이 때 줄여야 할 나쁜 세금에는 생산 및 거래, 유통을 포함한 생산적인 노동에 부과되는 세금들이 포함되며, 토지보유세를 비롯한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수단들이 늘려야 할 좋은 세금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이러한 방식은 부동산 세제 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하다. 가령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자연의 소산인 토지와 인간의 노동의 결과물인 건물을 부동산이라는 비경제적 용어로 뭉뚱그려 과세할 것이 아니라, 토지 분과 건물 분으로 분리하여 토지 분은 늘리고 건물 분은 줄여 나가면 된다. 마찬가지로 현재 부동산 거래에 부과되어 거래 자체의 왜곡을 불러 올 수 있는 거래세는 줄이는 대신 보유세는 늘려 나가면 그만이다.

강 대표는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생산적인 노력소득에 대한 감세와 더불어 토지불로소득의 환수를 함께 주장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다시 말해 강 대표가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을 원한다면 다른 생산적인 노력소득에 대한 감세와 동시에 토지보유세의 강화를 동시에 주문하는 것이 훨씬 더 적절한 것이다. 하지만 강 대표는 감세를 주장하면서 토지불로소득에 대한 감세까지도 함께 주문함으로써 지나친 걸음을 보이고 말았다.

부동산 문제만큼은 정쟁(政爭)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현재까지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했던 공언이 실패로 돌아가고, 한나라당의 집권 기대와 더불어 부동산 세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아파트 구입 ‘막차타기’와 기존 고가 아파트 보유자들의 ‘버티기’로 이어지고 있음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 되어 버렸다. 문제는 강재섭 대표가 이러한 상황을 적절하게 이용하고 심지어는 이러한 경향을 부추기기까지 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에 관한 정책적 판단은 그 어떤 분야보다도 시의 적절성과 투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부동산, 특히 토지가 모든 경제활동의 근간임을 고려할 때,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가 없게 된다. 따라서 부동산 문제만큼은 당리당략이나 정쟁의 수단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우리는 일본이 부동산 문제 때문에 잃어버린 기나 긴 고통의 세월을 보내야했던 것을 바로 옆에서 목도해 오지 않았는가.

이러한 모든 점들을 감안할 때, 강재섭 대표와 한나라당이 적어도 부동산 정책만큼은 정권창출이나 당리당략과는 거리를 두고 진정 국민들의 민생을 위해 투명하고도 적절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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