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어찌할 수 없는 그 이름, 능소화

너무나 슬픈 사랑꽃, 능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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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annybim)등록 2006.10.19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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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몇 번 되뇌어보지만 그다지 떠오르는 영상이 없다. 책표지에 나온 홍조를 띄는 꽃잎만 보아서는 아름답긴 하되 왠지 모를 서글픔 같은 것이 서려 보인다. 주홍빛을 띄고 있는 이 꽃은 중국이 고향으로 나팔모양의 꽃잎에 줄기가 꼬이면서 벽에 붙어 하늘을 향해 올라간다하여 영문으로 trumpet creeper라고 불린다. 주홍빛을 띄는 이 꽃은 개화기간이 7~9월로 비교적 긴 편에 속한다. 얼핏보면 5장의 잎으로 되어 있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통꽃이라, 질 때도 통째로 떨어진다. 이 꽃이 피어있는 곳에는 주의 안내문 하나씩은 있게 마련인데, 이유는 꽃을 만지거나 떨어진 것을 주운 손으로 눈이 만지면 자칫 실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쁘기면서도 독을 품고 있는 듯한 이 꽃은 금등화 혹은 양반들만 심을 수 있다는 전례 때문에 양반꽃이라고도 하고, 북한에서는 릉소화라고 부른다.

능소화는 구중궁궐의 꽃이라도 불리는 데, 그것은 그에 얽힌 전설 때문이다. 아주 아리따운 소화라는 궁녀가 있었다고 한다. 늘 그러하듯이 아름다운 용모와 자태는 임금의 눈에 띄지 않을 리 없다. 그렇게 소화는 임금과의 꿈과 같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그런데 그 후 임금은 소화를 잊은 듯 발걸음을 않는다. 하루하루를 기다림으로 보내는 소화는 애끊는 마음에 점점 병약해져 간다. 결국 소화는 자신이 죽으면 담장가에 묻어달라는 말을 남긴 채 세상과 이별한다. 그녀의 유언대로 담장가에 묻히고 그 이듬해부터 주홍빛을 지닌 아름다운 꽃이 담장을 휘감고 하늘을 향해 빼꼼이 고개를 내밀면서 자라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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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을 언제나 가지런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싶었을까. 장미의 가시처럼 자신만의 독을 품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슬픈 전설을 지닌 능소화. 왠지 모르게 정이 간다. 이번 가을이 다 가기 전에 하늘도 어찌할 수 없는 사랑이야기 ‘능소화’에 한번 흠뻑 젖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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