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의 가을 한라산. 오메, 단풍들었네

탐라계곡 산행기

검토 완료

윤영국(jejuwelcom)등록 2006.10.18 14:28

숯가마.jpg ⓒ 리향만당

입구에서 2.5km, 해발750m 지점에는 80년대 초까지 사용하던 숯가마터가 지금도 남아 있다. 고도별 온도차에 의해 식생이 세계에서 가장 다양하다는 한라산에서 이 지점에는 숯의 재료로 가장 좋은  참나무류가 많이 자라고 있기때문에 예전에는 숯가마가 많이 있었다.  참나무 숯은  1그램당 7,000 cal에 달할정도로 발열량이 커서 제철,화약제조등에 쓰였다고 한다.

등산로 양켠은 물론 거의 모든 숲속 하단부를 조릿대가 뒤덮고 있다. 조릿대는 옛날 쌀의 뉘나 돌을 거르는 주방기구인 조리를 만드는데 쓰는 대나무라 하여 조릿대라 부르는데  한라산의 조릿대는 잎의 가장자리가 흰무늬가 있는 얼룩조릿대로 한국본토보다는 제주도와 일본에 많이 나는 관상용 식물이다.  조릿대가 번성하면 조릿대 넝쿨뿌리에 걸려 다른 식물의 씨앗에 땅에 떨어지지 못하므로 식생을 피폐시킨다.  한라산 전체를 조릿대가 덮고 있어 그 퇴치를 연구할 지경으로 얼마전에 조릿대를 이용한 음료를 개발했다고 하는데 뒷 소식이 없다.

얼룩 조릿대.jpg ⓒ 리향만당


입구로 부터 4km 지점  등산로 우측으로 "원점비"라는 팻말이 보인다. 1982년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제주를 방문할때 경호상의 목적으로 제주에 선발대로 파견된 공수부대 1개제대 (약60명)가 비행기 추락으로 전원사망한 지점이다.   전두환 대통령 당시 각 방문지 마다 자신보다 2~3일 먼저 공수부대를 파견해서 요충지를 매복, 점령하는 경호방식이 있었다.  공식발표는 훈련중 순직이라고 하여 사고 규모에 비해 단신으로 처리 되었지만  악천후를 무릅쓰고 경호상의 목적으로 제주에 왔다가  발생한 어이없는 사고로 알려졌다. 더우기 전장군 자신이 공수부대 출신이기도 해서 모두는 그렇게 믿고 있다. 

원점은 어디인가?ⓒ리향만당

누가, 왜 원점비 라고 이름을 붙였는지는 모르지만  관음사주차장 서편에 세운 추모조형물에서 받은 인상이나 충혼의 상징으로 대대적으로 떠 받들기 보다는 쉬쉬하는 듯 하고, 사고의 규모에 비해서 너무도 쉽게 잊혀져 가는 듯 해서, 추락지점에 비를 세우고 추모하는 주체가 사령부차원 이라기 보다는 후배대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차원으로 보인다.
죽음을 인생의 원점이라고 받아 들인걸까?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트로트풍 노래는 자조적인 뉘앙스가 강하던데.

그 이후 제주도에는 공수부대 1개 제대가 교대로 주둔, 몇개월씩 순환근무하고 있어 공수부대 직업군인들중 상당수가 제주도에서 몇달씩 근무했던 경력을 갖고 있다 . 휴양소라고  간판이 걸려 있는 이 부대가 제주도의 유일한 육군부대이기도 하다.


철거 예정인 무인대피소를 지나  입구로 부터 6km 쯤 되면 해발고도가 1,100m 를 넘기고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다. 얼핏 가늘어 보여도 100년 이상 된  이 소나무는 적송으로 껍질이 붉은 색을 띠고 있다.

붉은소나무 군락ⓒ리향만당

육송, 혹은 흑송에 대비하여 적송이라고 부르는 이 소나무는 곧게 자라는 성질이 있는데다 군락을 이루고 있어 햇볕경쟁을 하느라 특별히 더 곧게 자라고 있다. 적송은 예로부터 배를 만들거나 건축자재로 사용하였으며, 강원도 봉화군에서도 특히 춘양면에서 많이 생산되어 춘양목으로 부르기도 하고 금강송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소나무는 송진이 골고루 배어 잘 썩지 않아 고급목재로 썼다고 한다. 오죽하면 대궐의 목재로 쓰이는 소나무(적송)가 나오는 산을 황장산 혹은 황장봉산 이란 이름으로 국유화 하여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시켰을까.

고려시대 원의 간섭기에 한라산의 나무를 베어 일본정벌에 쓸 배를 만들었다고도 하고, 조선시대에도 목재를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등산로 공사하느라 헬기로 실어 올려 쌓아논 자재들을 보면서  옛날에 이 첩첩 산중에서 어떻게 거목들을 베어 내렸을까 생각해 본다.

입구로 부터 6.2km지점에 헬기장 이 있고  여기서 삼각봉과 한라산 정상의 북쪽사면(북벽)이 한눈에 보이는 장관이 연출된다.  키큰 나무가 사라지고 관목대가 시작되며 산의 위, 아래로 탁트인 전망을 제공한다.

탐라계곡의 단풍과 한라산 정상.jpg ⓒ 리향만당


헬기장에서 500m를 더 가면 용진각 대피소이다.  그 사이에  샘이 있다. 이 샘은 하루 용출량이 4,000톤에 달할 만큼 수량이 풍부하여 요즘같은 기록적인 가뭄에도 그치지 않고 있다.  여기까지는 험한 코스가 아니므로 500ml물 한병 정도면 되지만, 여기서 출발하여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반대편 하산길의 사라악 샘물까지 가려면 두병정도를 채워야 한다.

용진각 대피소.jpg ⓒ 리향만당


용진각대피소는 관음사쪽 입구에서 6.7km 지점으로  한시적 유인대피소로  등반 성수기에는 등산객의 입산통제를 위해 국립공원 직원이 나와 있다.  매점같은 편의 시설은 없으나 제법 깨끗한 화장실이 있다. 겨울에는 3~4m씩 눈이 쌓여 히말라야 원정대들이 훈련하러 오는 곳이기도 하다.
하절기(5~8월)에는 13시,  동절기(,11,12,1,2월)에는 12시  봄가을에는 12시 30분이 넘으면 이 지점에서 더이상 정상쪽으로 등산을 허용하지 않는다.  입구로 부터 3시간정도 걸리므로 09시전에만 등산하면 가능한 시간이다
용진각까지 6.7km로 약 3시간정도가 걸린다.

오름군.jpg ⓒ 리향만당


용진각에서 정상까진 2km 남았으나 여기서 부터가 1.5km 구간이 가장 난코스이다. 경사는 심하지만 길은 잘 정돈되어 있으며 백록담의 깍아지른 북벽(북쪽사면이 경사가 심해 북벽이라 부른다)을 눈높이로 마주하며 탐라계곡과  멀리 제주시내와 남해바다를 굽어 볼수 있어 이곳의 경관이 가장 좋다.

구상나무와 고사목 ⓒ리향만당

정상에 가까와 질수록 구상나무 군락의 순도가 높아진다.
소나무과의 상록교목인 구상나무는 한국특산종으로 학명자체가 Abies koreana 이다. 세계에서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에서만 자생하는데 한라산에서는 1500미터 이상의북벽과 서벽인근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한대성 수종으로 지구온난화에 따라 수목한계(고도)가 점점 높아지는 중이다.  폭설로 인해 고사한 나무와 햇빛을 받아 은녹색으로 보이는  살아있는 나무가 혼재하고 있다. 



구상나무 군락이 끝나자 마자 정상이다.
백록담은 오랜 가뭄으로 말라 있었다. 화구호 언저리의 젖은 부위만으로 물이 고여 있었음을 짐작할 뿐이다. 둘레 1,720m.  화구의 지름은 동서700m 남북500m 로 내부면적은  21ha에 달한다. 

백록담 분화구 ⓒ리향만당

과거 자연보호 개념이 없던 시절에 분화구 안에서 철쭉제를 열어 수만명이 운집한 적이 있었고  야영도하고 수영도하고 밥도 지어먹었다는 옛날 얘길를 들으면 기가 막할 뿐이다. 화구안에는 평소에 노루가 뛰어놀지만 이번 가뭄으로  물이 말라 화구 바깥으로 이동했다고 국립공원직원이 말했다.  산 정상에는 12시 경이면 국립공원 직원이 올라와 흡연(국립공원내 전체 금연및 화기소지 금지이다. 적발시 직원으로 부터 단호하고도 상당한 제재가 따른다.)여부와 쓰레기등을 추스르고 14시가 되면 등산객들에게 하산을 지시하고  마지막에 하산한다.

한라산 정상(동릉)에서 ⓒ리향만당

많은 사람들이 정상에서 앞을 다투어 기념촬영을 하지만 실제 정상은 반대편으로 입산이 통제되어 있다. 등산객이 도달하는 지점은 동릉(서, 남, 북은 가파른 경사로 '벽' 이라하지만 성판악에서 올라오는 동쪽만은 능선이라는 의미로 '동릉'이라 부른다)은 1933m로 역시 남한 최고봉이기는 하지만 한라산의 실제 정상은 사진 반대편의 서벽쪽이다.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화구둘레 경사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는 실로 장관이다. 날씨가 좋으면 동쪽끝 일출봉도 보이고 심지어는 전라도 남해안 까지도 보인다. 그러나 그정도 날씨가 좋으려면 상당한 운이 따라야 한다.  오늘 정도의 날씨라면 엄청 좋은 날이다. 10월 중순치고는 초여름 같은 날씨에 바람도 없다. 바람으로 유명한 제주에서도 한라산의 칼바람은 상상을 초월한다. 산정상은 원목데크로 잘 만들어져 있지만 바람때문에 일어서지도 못하고 엉금엉금기는 경우가 태반이다. 안개라도 낄라치면 산정에서조차 백록담이 보이지 않는다.

정상에서 성판악으로 하산하는 길은 총9.6km로 폐쇄된 돈내코코스를 제외하곤 가장 길다. 그러나 경사가 완만하여  빠른 걸음으로는 두시간  보통걸음으론 세시간 정도 소요가 된다.

진달래밭 휴게소 ⓒ리향만당

이코스 유일의 휴게소인 진달래밭 대피소까지는 정상에서 2.3km 로  하산에는 4~50분 정도, 역으로 등산시에는 90분 정도가 소요된다.
 
진달래밭휴게소에는 매점이 있어 컵라면과 생수를 판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영이라 가격도 비싸지 않다.

이곳 부터의 하산길은 경사가 완만해 지나 돌밭투성이라 발디딤에 주의해야 한다.

성판악 코스로의 하산길은 완만하여 다니기는 편하나 숲에가려 좋은 전망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러나 휴게소의 이름이 된  5월의 진달래 밭이 백미이다. 진달래가 질 무렵이면 철쭉이 시작되어 천지를 붉게 물들인다.

1.7km를 더 내려가면 사라악 약수가 나그네를 반겨준다.  관음사코스엔 용진굴약수, 성판악코스엔 사라악 약수가 있어 물을 보충할 수가 있다.  관음사쪽 용진굴약수는 정상 바로 아래 있어 등산객들이 물을 보충할 타이밍이 좋지만  사라악 약수는 거리상으로 보면 중간이나  산행시간으로 보면 성판악등산로입구쪽 초입에 치우쳐 있다.  물맛이 참 좋지만 겨울에는 얼어붙거나 눈에 파묻히는 경우가 있으니 식수 보충처로 너무 믿어서는 안된다.  양쪽 약수 모두 등산길에는 최소한 1,000cc, 하산길에는 500cc 정도만 보충하면 된다.

삼림욕에 좋은 삼나무 숲ⓒ리향만당

등산길인 탐라계곡에서 적송군락을 만난것 처럼  하산길인 성판악 코스에서는 삼나무숲을 만날수 있다 수령은 40년 정도 된것으로 통나무집을 짓거나 건축, 보도용 데크를 만드는데 쓰인다. 일본 규슈지역에 많이 나는 나무로 일본에서는 스기나무로 부르고 제주에선 쑥쑥크고 대나무처럼 곧아 쑥대낭 이라고도 불린다. 나무에서 방출되는 것으로 인체에 이롭다는 천연살충물질인 '휘톤치드' 가 가장 많이 나오는 수종이라 삼림욕에 가장 적합한 수종이라고 한다.  산림욕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으나 잘못쓴 용례이다 (山)이 아니라  나무(森)에 근간을 두는 요법이므로 삼림욕이 정확한 표현이다.

필자는 직업상 관광객을 안내하느라 자주 정산등반을 하지만 대부분 성판악을 왕복하거나 관음사(탐라계곡)로는 하산 하는 코스이다.  그러나 반대편, 즉 관음사로 올라 성판악으로 하산을 하는 것이 시간도 덜걸리고 체력소모도 덜 하다.
경관을 감상하는 여유도 체력이 있는 등산길이 좋다. 이미 지쳐있는 하산길에서는 땅바닥 보기에 바쁘다. 그런 의미에서 한라산을 감상하는데에도 이 코스가 더 유용하다.



[한라산 높이가 곧 달라질 지 모른다. 통칭 1950m였던 한라산이 최근의 측정결과 1947m로 격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근대기술로 한라산을 첫 측정했던 독일의 지리학자인 지그프리드 젠테가 1950m 라는 측정치를 얻었고 일제때와 1966년 국립지리원에서 현대측량기술을 이용한 결과치도 1950m를 뒷받침했다.
6,25일어난 연대, 혹은 한번(1)구경(9)오십(50)시오. 라고 가이드 들이 설파했던 그 높이였는데  제주산업대의 양영보교수는 GPS 를 이용한 방법으로 1947m의 측정치를 얻어내고  측정기술의 고도화와 자연적 풍화, 등산객들에 밟인 답압에 의해 낮아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립지리원에서 반박하는등 아직 공인되지는 않았으나 낮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부 수긍이 가는바가 적지 않다.

한라산은 한반도 대동강 이남에서 가장 높은 산이지만 분단덕분에 한국에서 제일 높은 산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백두산의 장군봉이나 지리산의 천왕봉, 금강산의 비로봉고 달리 정상을 한라산 정상이라고 할뿐  봉우리명칭이 없다. 다만 1950고지일 뿐이다.
삼신산(방장산=지리산, 봉래산=금강산)의 하나로 영주산이라고도 불리며, 정상부가 움푹패여 머리가 없다고 무두악 혹은 두무악, 분화구가 솥을 닮았다고 부악(釜岳)이라거나 태풍을 막아주어 호남의 곡창을 지켜준다고 '진산' 등 20여가지 이름이 있으나 오늘날 한라산과 대표적 이명으로 영주산만 기억 될 뿐 이다.  한라산은 은하수 漢에 잡을 拏로 은하수를 잡을 만큼 높은 산 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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