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PSI, 그리고 한국의 선택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선언'을 조기에 공표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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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문(각골명심)등록 2006.10.13 16:07
'PSI’는 “Weapons of Mass Destruction 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의 약자로 2003년 미국 부시 대통령의 주도로 만들어진 ‘대량살상무기(WMD)확산방지구상’을 의미한다. 현재 미국, 일본,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네덜란드, 노르웨이, 포르투갈, 스페인, 싱가폴 등 세계 70여개 나라가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국은 PSI 출범 이후 계속돼 온 미국의 동참 압력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어렵게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PSI가 노리는 직접적 타겟 국의 중심에 바로 북한이 있기 때문이다. 즉 PSI는 미국의 입장에서 적성국가?들의 핵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그 제조에 쓰이는 화학물질의 운반은 물론 탄도미사일 등의 유출로 의심되는 선박이나 항공기 등을 강제로 나포하여 수색, 압수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시점에서 이 구상에 의해 한반도 공.해상이 봉쇄된다면 자칫 무력충돌로 이어질 개연성이 아주 높으며 이는 곧 한반도 실제 당사국들인 ‘남북 모두의 공멸’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사실 나는 북한이 ‘핵시험 성공‘을 발표한지 하루, 이틀 까지만 해도 부시정부 당사자나 다른 유력한 전문가들의 견해처럼 ’미국의 무력행사‘에 대한 가능성’을 무척 낮게 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 ’PSI 문제‘가 대두된 후 주의 깊게 살펴본 미국의 움직임은 이런 나의 기대에 의혹을 가지기에 충분한 모티브를 제공했다.

대체로 지금까지 파악된 미국의 움직임은 유엔을 통한 제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아마도 이 ‘PSI’를 가장 유력한 응징수단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왜냐하면 유엔을 통한 강력한 ‘제재 결의안’의 통과는주요 상임이사국의 하나인 중국의 부정적 견해로 인해 사실상 어렵거나 상당히 완화된 가운데 통과될 것으로 전망되기에 미국으로서는 부시 대통령 자신이 거듭 천명했듯이 ‘북미간 직접대화’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 지금 또 다른 마땅한 응징수단을 찾아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인 가운데 ‘PSI'야 말로 바로 이런 미국의 갈증나는 욕구를 근본적로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강력한 응징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부시정부가 노리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 그것은 바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무력 충돌’이다. 즉 대 ‘이라크戰’과는 다르게 미국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가능하면 그 책임과 비용은 거기에 참여한 각 나라가 분산해서 지게 한다는 것과, 더불어 전쟁의 책임소재에 있어 한반도에 대한 공.해상의 봉쇄와 북한 선박. 항공기에 대한 압수.수색이 몰고 올 ‘북한의 필연적 도발’을 마치 ‘우발적 충돌’인양 위장할 수 있는 ‘알리바이’까지도 자연스럽게 만들어 보자는 교활하고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이 ‘알리바이’가 중국의 개입명분을 최대한 차단할 수 있다고 미국으로서는 판단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10월 11일자 ‘LA Times' 등을 보면 부시정부가 지금 그런 알리바이를 향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을 간파할 수 있다.

"You have a stronger hand when more people are playing with your same cards," he said, calling it "a hopeful sign that China is an integral part of the solution." ....Asked if he is willing to live with a nuclear North Korea, Bush responded with a curt, "No." When told some say that that is a possibility, Bush interjected, "They're wrong."

Bush rejected calls ? from U.N. Secretary General Kofi Anan, among others ? that the U.S. government engage in direct bilateral talks with North Korea,...Bush said the United States "has no intention of attacking North Korea." (11:01 AM PDT, October 11, 2006 -Los Angels Times)

Bush는 현재의 상황을 카드놀이에 비유하며, “해결에 결정적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에 희망적 징후가 보이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패를 가진다면 (미국의)패는 더욱 강해진다.”며 국제공조를 강조하고 이어서 “핵을 보유한 북한과 함께 살아갈 용의가 있느냐”의 질문에는 “NO"라고 짧게(단호히) 대답했다. 부연해서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가능하다고도 얘기 하지만, 그들이 틀렸다.“고 말한다.

또한 코피아난 유엔사무총장 등의 미국정부에 대한 ‘북미간 직접대화’ 권유를 거절하면서도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어떤 의도도 없다.“ 고 강조한다. 이것은 평이하게 보면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절대 용납하지 않지만 그 해결책으로 ‘국제공조’라는 외교적 수단에 올인할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지만 이미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미국이 ‘북미간 직접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강경책으로 나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외교적 해결방안 중 이미 첫 번째 카드인 미일공조 ‘유엔 대북제재안’은 중국으로 인해 사실상 미국이 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 보는 측이 유력한 지금, 미국으로서는 남은 게 ‘북폭’이나 ‘북미 직접대화 카드’를 제외한 다른 수단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당황스런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그래서 나온 또 다른 카드, 즉 ‘외교적 수단’이면서 동시에 중국 등의 방해를 받지 않고도 독자적으로 밀고 나갈 수 있는 ‘강경책’, 이 두 가지 조건을 함께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유일한 카드로서 자연스레 주목한 것이 바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이다.

한국의 고민과 취할 방향

미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카드’를 구체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동참시켜야할 가장 중요한 국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한국이다. 왜냐하면 한국은 누가 뭐래도 북핵 문제에 있어 한반도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직접 당사국’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한국에 대한 ‘PSI 동참 요구’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거세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전에는 북한을 의식해서 ‘햇볕정책’ 기조를 회손 하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노력으로도 가능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 졌다는 데에는 누구도 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즉 한국이 만약 미국의 요구에 굴복해 여기에 동참하게 된다면 그것은 곧 한반도에 ‘Time을 셋팅 해놓지 않은 전쟁의 시한폭탄’을 설치하는 것에 동의하는 것과 같고 이는 바로 공멸을 의미한다. 여기에 바로 지금 한국정부의 심각한 딜레마가 있다. 한국의 우익들은 이런 와중에서도 ‘PSI 적극적 동참’을 요구하며 심지어 이 기회에 미국 측에 부탁해서 ‘대량의 전술핵’을 들여오는 이른바 ‘핵우산 방어망’을 재요청 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니 정말 개탄스런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그들이 그리도 증오하는 ‘북한’을 괴멸시키기는커녕 자신들도 함께 공멸할 것이라는 필연적 사실을 알고도 정녕 이런 정신나간 소리를 한단 말인가.

한국이 지금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향은 소극적으로는 미국의 ‘PSI 동참 요구’를 완곡하게 거절하고 동시에 적극적으로는 국민들에게 이런 심각한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그 역량을 모아 ‘남북정상회담’을 적극 추진하여 남북 공히 ‘한반도 평화선언’을 조기에 세계에 선언하는 길이다. 물론 한국정부로서는 지금 ‘남북정상회담’의 추진과 결과에 대해서 공개할 수 없는 보다 내밀한 문제들이 존재하고 있기에 망설이고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서독의 브란트(Willy Brandt) 총리의 ‘할슈타인 원칙 포기’ 그리고 미국 닉슨(Nixon, Richard Milhous) 대통령의 ‘닉슨 독트린’ 그리고 짧게는 김대중 前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성사’ 등 에서 보듯이 ‘언제나 먼저 손 내미는 쪽이 결과적으로 승리’했음은 비단 보편적 人之常情의 인간사에서만 통하는 ‘개똥철학’이 아님을 실증하고 있다.

‘민족의 평화와 공존’이라는 대명제 앞에 그 어떤 장애물도 진정한 장애물이 될 수 없다. 국민의 통합과 화합은 바로 이런 엄중한 ‘시대정신의 실천’이라는 온갖 시련을 뚫고서야 마침내 피어나는 한 떨기 꽃이 되어 모두에게 축복과 평화의 미래를 열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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