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지혜

산의 날을 맞이하여

검토 완료

이혜민(annybim)등록 2006.10.09 16:36

푸르른 산 ⓒ 남화여


산에는 무언의 철학자가 살고 있는가 보다
산에는 거짓이 없고, 허위가 없다. 나무가 우리를 속이는가. 바위가 우리를 기만하는가. 그러나 인간사회는 거짓이 있고, 허위가 있다. 그래서 옛날에 사람들이 거짓이라는 글자 위(僞)를 만들 때에 인간의 행위를 위(僞)라고 하였다. 허위(虛僞)의 위자(僞字)는 인(人)과 위(爲)가 합한 말이다. 그러나 자연에는 거짓이 없다. 자연은 절대로 인간을 속이지 않는다. 그래서 노자(老子)는 도법자연(道法自然)이라고 했다.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는 것이다. 진리는 자연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나무는 씨가 떨어진 자리에서 생을 마감 할 때까지 한자리에서 비바람과 한서(寒暑)에 견디며 인간이 집 동량으로 쓸 때까지 기다림을 가르치고 바위는 수많은 세월에도 변하지 않으며 백년도 못사는 우리 인간들의 교만심을 깨우쳐 준다. 우리가 진실 속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산에서 위대한 진리와 높은 덕을 배워보자. 산은 무언으로 우리를 가르치는 자연의 위대한 철학자다

산에는 위대한 성인이 살고 있는가 보다
세심정혼(洗心淨魂)이란 말이 있다. 마음을 씻고 혼을 깨끗하게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디서 세심정혼을 할 수 있는가. 산에 가면 누구나 마음이 맑아진다. 동심으로 돌아가고,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산속에 있으면 모두 착한 사람이 된다. 청정심(淸淨心), 청정신(淸淨身), 청정토(淸淨土), 맑은 마음과 맑은 몸이 되어 맑은 세상에 살고 싶은 것이 우리의 염원이다. 불교에서는 청정심이 극락정토(極樂淨土)라고 한다. 극락정토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이 극락으로 변하면 우리가 사는 곳이 극락이라고 하는데 산은 우리마음이 극락정토임을 가르처 주는 지극히 즐거운 맑은 땅이라는 것이다. 공업화로 오염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어디서 정토를 찾아야 하는가. 산이다. 산에 가서 우리의 심신을 청정하게 하자 산은 청정한 성역(聖域)이다.



산의 전경 ⓒ 남화여


산에는 지혜(智慧)로운 스승이 살고 있는가 보다
정다운 친구들과 낙엽을 밟으면서 호젓한 산길을 묵묵히 걷는 것만으로도 심신의 구원과 환희를 느낄 수 있다. 산은 조용해서 좋다. 그래서 중국의 옛 시인은 산정사태고(山靜似太古), 일장여소년(日長如少年)이라고 읊었다. 산이 고요하니 태고와 같고, 해는 길어서 어린 시절의 심정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우리의 어지러운 마음과 피곤한 몸을 인자하게 어루만져주는 스승의 따뜻한 손이다. 산은 말이 없다. 나무도 말이 없다. 그러나 봄이 되면 꽃 보여주고 여름이면 열매가 열리고 가을이면 잎갈이하여 겨울이면 모두를 거두어들인다. 인생은 생 (生)노(老)병(病)사(死)하고 우주(宇宙)는 성(成) 주(駐) 괴(壞) 공(空)하는 모습을 무언으로 보여 주건만 우매한 우리 인간들이 욕심으로 가득 차서 삶의 지혜를 모르고 눈먼 삶을 살고 있다

산에 가면 말이 적어진다. 묵묵히 산길을 걸을 뿐이다. 산은 거짓이 없는 맑은 땅이다. 진실한 삶을 살고 싶을 때. 심신이 피곤할 때. 산에서 자연의 지혜를 배워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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