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

[주장] 국가주의 아닌 세계평화 관점에서 바라봐야

검토 완료

박용환(sanoramyun)등록 2006.10.08 10:43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과 악수하고 있는 반기문 장관. ⓒ UN홈페이지

'세계의 CEO'라고도 하는 유엔의 차기 사무총장에 대한 관심이 연일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3일 치러진 4차 투표에서 한국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에 대한 반대표 없이 기권표만 한표 나오자 외신들은 그의 당선을 거의 확정짓는 분위기다.

그동안 네 차례에 걸친 예비투표에서 반기문 장관은 가장 많은 유효득표를 얻으며 계속 1위를 달려왔고, 4차 예비투표 직후에는 경쟁자인 인도의 샤시 타투르 후보가 돌연 후보를 사퇴하며 반 장관 지지를 표명했다. 이로써 9일로 예정된 안보리 공식 투표에서 막판 이변이 없는 한 사무총장 후보로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사무총장은 한국에 외교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가?

정부는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의 출현이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통일 환경 조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반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 선거 출마를 공식 발표할 때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 어떤 의미가 있나

뉴욕에 위치한 UN 본부에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 AP/연합뉴스

주지하는 대로 유엔은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유지하며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국제협력을 증진하는 역할을 하는 국제기구로 출범했으나 그동안 미국 주도하의 체제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에서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를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로 옮길 것을 제안했다. 대부분 언론에서는 이를 해프닝 정도로 취급하고 말았지만 이러한 제안은 미국 주도의 유엔을 재편하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미국 주도의 강대국 틈바구니에 있는 유엔이지만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제3세계 국가들의 의견을 상당 부분 대변해오기도 했다. 그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유엔의 승인이 없는 침공은 불법"이라고 미국을 비판했다.

하지만 미국의 이라크 침공시 어느 국가보다도 많은 군대를 파병한 한국에서 후보로 나온 반기문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이 된다면 이라크 파병과 같은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을 시에 코피 아난 사무총장 정도의 발언과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의 예비투표에서 반기문 장관은 계속 1위를 달려왔다. 하지만 계속 한두 표의 반대표가 있어왔다. 한국 언론에서는 예비투표 결과를 두고 반대표를 행사한 나라가 어느 나라인지를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영국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이 반대표를 행사한 국가가 프랑스라는 기사를 전했다.

프랑스는 차기 유엔 사무총장 취임 후 유엔의 평화유지군 업무에 대한 기존 방침이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보장을 받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 보도는 국가주의 관점에서만 보면 한국 국민에게는 유쾌하지 않게 들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보는 관점을 국가주의 시각을 넘어서 세계평화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반 장관, 미국과 다른 목소리 낼 수 있나

지난 2월 유엔 사무총장 출마 입장을 밝히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 오마이뉴스 권우성

프랑스가 반대표를 행사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사무총장 후보를 미국에서 적극적으로 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어차피 자국 후보를 사무총장으로 내세울 수 없는 상황에서 자국의 주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 후보가 되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하버드 대학을 나오고 외교부 미주국장을 지내는 등 미국통인 반기문 장관은 미국이 선택하기에 적절한 인물이다. 미국에 일방적으로 동조하길 거부하는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의 사례를 고려하더라도 '미 정부의 말을 잘 듣는 총장'이 미국으로서도 절실한 것이다.

미국 주도의 유엔을 제3세계 중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유엔 사무총장 자리를 한국보다는 다른 제3세계 국가에서 가져가는 것이 세계평화라는 유엔의 위상과 역할을 제대로 세우기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자국의 유력한 후보를 자국민이 반대하는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국가주의 관점 이전에 세계평화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어느 후보가 미국의 일방주의를 저지하고 약소국과 3세계의 관점에서 유엔의 운전대를 잡는 것이 나을지 말이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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