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 몰고 다니다 민폐 끼친다

터무니 없는 정비수가에 괴리만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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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호(khk1208)등록 2006.09.18 17:34
전에 있던 직장에서 어느 날 비싼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손님이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걸 들었다. 소형차가 자기 차 뒷범퍼를 받았는데 범퍼 수리비가 백만원 넘게 들었노라고 하며, 사고를 낸 사람이 타는 차값보다 더 비싼 수리비를 물게 되었지만 그래도 통째로 갈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사이드 밀러 한 개에 1백만원이 넘고 윈도우 브러시조차 수십만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는 약과다.

어제 MBC의 ‘시사매거진 2580’을 보고 그 때 일을 떠올렸다. 외제차는 복마전이 아닐까. 사람들이 외제차를 구입하는 이유는 물론 과시욕도 있겠지만, 국산차보다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라고 한다. 일부는 어제 방송에서 외제차와의 교통사고로 막대한 보험료를 물게 된 사람들이 언급하듯, 국산차들이 함부로 끼어들기나 추월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소위 ‘접근 금지’를 위해 타고 다닌다는 소문도 들었다.

터무니 없는 수리비에 자기 차량가격보다 비싼 보상금을 물어주면 그 보험료 부담은 전부 나머지 국산차 소유자들에게 돌아가고 보험료가 오르게 된다. 단지 수리해도 될 것도 새것으로 교환해달라는 외제차 소유자들은 차량을 살 때 뿐 아니라 수리하는 과정에서도 비싼 부품값을 외국에 지불해 힘들게 번 외화를 써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만한 능력이 있어 외제차를 운전하고 다니는 것에 시비를 걸 사안은 아니다. 나도 돈을 많이 벌면 외제차 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지금은 완전히 접은 상태지만 외제차를 한 번쯤 타고 싶다는 생각은 많은 사람이 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외제차라는 것이 단순하게 마음에 드는 차량을 타고 싶다는 욕구를 떠나 지나친 정비수가를 요구하는 일부 수리업체의 배만 불린다면 그건 재고해야 할 문제다.

더구나 쌍방과실의 경우에도 외제차의 차값이 비싸 엄청난 보험료를 지불해야 한다면 국산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자괴감은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나라의 자동차 품질이 이미 세계적으로 우수하다는 평을 받았고, 반도체와 함께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으로 자리를 잡은 터에 굳이 외제차를 고집하는 것은 과시욕에 치우친 면이 없지 않나 한다.

어차피 과속에서는 차가 제아무리 튼튼하다고 하더라도 그리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고 한다. 다이애너비가 타고 가다 사고 난 차도 세계 최상급의 자동차였으며 아무리 안전장치를 강화한다고 해도 결국 자신의 생명을 지켜주는 것은 안전운전 뿐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다.

사람은 더불어 산다. 사고 내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안전운전을 한다 하더라도 언제 어느 때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 사고다. 특히 사소한 접촉사고 정도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그럴 때 상대방이 외제차가 되지 않기를 바라기만 해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현실적으로 돈이 무서워서 외제차가 오면 마치 119 같은 긴급자동차에게 하듯 무조건 피해야 한다면 그건 얼마나 큰 모욕인가. 이런 정도라면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남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는 외제차를 몰고 다니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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