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콘돔보러 온 줄 아느냐" 시민들 분노 폭발

관람객들의 거친 항의, 애꿎은 안전요원만 뭇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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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현(kimkui)등록 2006.08.31 20:49

ⓒ 김귀현


성난 관람객이 안전요원에게 항의 하고 있다. ⓒ 김귀현



국내 최초의 섹스박람회는 개장 당일 모든 주요 이벤트 취소, 주최 측의 성의 없는 태도로 애꿎은 관람객과 안전요원 간의 마찰만 빚어 냈다.

[13시] 관람객, "환불 해달라!", 주최측, “환불은 절대 불가!”

섹스 박람회 현수막. 박람회장에서 저출산 대책, 노인의 성, 장애인의 성은 없었다. 단지 성인용품 전시 뿐이었다. ⓒ 김귀현

행사가 시작 한지 2시간이 지났지만, 관람객과 주최 측의 실랑이는 계속 됐다. 이벤트가 된지 알지 못하고 표를 구입한 관람객들은 취소 사실을 알고 환불을 요구했지만, 주최 측에서는 이미 구입한 표는 절대 환불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관람객과 안전요원 간의 심각한 마찰이 발생했다.

관람객들은 매표소를 주먹으로 두드리며, 거세게 항의 하였고, 이에 티켓 부스에 있던 여직원이 철수하고 남자 안전요원이 티켓부스에서 항의하는 관람객들을 제지했다. 화가 난 관람객들은 욕설을 하며 표를 찢거나, 안전요원에 대한 거센 항의로 몸싸움도 벌어졌다.

보다 못한 한 안전 요원은 거세게 항의하는 한 관람객을 매표소 뒤로 불러낸 후, 자신의 지갑에서 사비로 10,000원을 꺼내 주며 돌아가게 했다.

거센 환불 요구에도 불구 하고 주최 측 관련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안전요원만이 관람객들의 항의를 듣고 있었다. 안전요원은 "우리는 단기 고용된 아르바이트 생이다. 우리에게 뭐라고 해봐야 소용 없다"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벤트 취소에 대한 항의가 잇따르자, 갑자기 입장료가 15,000원에서 10,000원으로 까만 볼펜에 의해 둔갑했다. 이는 관람객들에게 더욱 혼란을 야기 시켰다. ⓒ 김귀현



[14시] 관람객들, 암표 아닌 암표 판매

환불 요구가 거부당하자, 관람객들은 새로 표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에게 표를 팔기 시작했다. 10,000원짜리 입장권을 8,000원 또는 5,000원에 팔았고, 이내 안전요원들에게 제지당했다.

“아저씨! 뭐하시는 겁니까! 이건 불법 입니다” 라며 제지하자, “이벤트 취소된 상태에서 표 판 건 불법 아니냐” 며 안전요원과 다시 실랑이가 벌어졌다.

계속 된 마찰이 벌어지자 한 안전요원은 “이벤트가 취소 된 것은 우리도 새벽에 알았다” 며, “새벽에 서울시에서 여성단체의 반발로 이벤트 행사를 취소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는 행사 시작 시 박승각 (주)섹스포 대표이사가 했던 말과는 다른 내용이었다.

박 대표이사는 이 날 11시 행사 시작 시 “여성단체의 반발로 이벤트가 취소된 것은 아니다” 라고 밝힌 바가 있다. 안전요원의 발언 직 후, 재차 확인 했지만, 안전요원은 분명히 여성단체의 반발로 서울시 공문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매표후 환불불가' 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몇몇 관람객들이 환불을 요구 하고 있다. ⓒ 김귀현



[15시] 상황은 수습 되었지만, 대다수 시민 발 길 되돌려...

관람객과 안전요원 간의 크고 작은 마찰이 장시간 벌어지자, 안전요원은 매표소 앞에서 표를 사려는 시민들에게 ‘전 이벤트가 취소되었다. 그래도 표를 구입 하겠느냐’고 의사를 물은 후 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후 상황 수습은 되었지만, 이벤트가 취소 되었음을 알고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의 불만은 계속 되었다.

관람객과 안전요원간의 마찰이 가열되자 경찰이 출동 하였다. ⓒ 김귀현



“솔직히 행사 보러 왔는데, 취소 되었다니 볼 이유가 없다. 멀리서 왔는데 차비와 시간이 아깝다” 며 아쉬운 심정을 드러냈다. “주차비라도 달라”며 안전요원에게 항의를 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 후,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나온 주최 측 관계자에게 ‘왜 환불 절대 불가인가’ 물었다. 그는 “서울시의 갑작스러운 통보로 우리도 상황에 대처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며, “이런 상황으로는 행사 시에만 고용된 용역업체 직원들의 보수도 못 줄 지경이다. 우리도 심각한 적자다.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안전요원이 매표소를 굳게 지키고 있다. ⓒ 김귀현


성난 관람객이 찢은 입장권이 바닥에 버려져 있다. ⓒ 김귀현



8월의 마지막 날 논란 속에 개최된 국내 최초 섹스 엑스포는, 개최가 되어서도 ‘음지에 있는 성(性)을 양지로 끌어내 보자’는 취지는 살리지도 못한 채, 시민들의 거친 불만 속에 진행되고 있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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