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중한 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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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gustnr)등록 2006.08.31 14:12
요즘 두딸아이를 앞세우고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딸만 둘이예요? 와..
또 하나는 딸이 둘이나 있어서 좋으시겠어요.

전자는 아들 없이 딸둘을 낳아서 안됬다는 이야기와
후자는 딸귀한 세상에 둘이나 있어서 행복하겠다는 이야기다.

사실 남자 아이를 안키워봐서 솔직히
남자아이가 든든한지는 모르겠다.

남들은 남자아이를 키우면 든든하다고들 하니까 그런줄 안다.
그러나 그 든든하다는 말이 예전 어르신들의 남아선호 사상에서 비롯된말이라고 나 스스로 아들 없는 위안으로 삼는다.

요즘세상에 남자아이라서 든든하다 여자아이라서 섭섭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미래에 자식덕을 보려는 사람들일것이라고 생각한다.

두딸을 키우면서 한번도 아들이 없어서 섭섭하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요즘 들어서 점점 딸 둘 낳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 남편이 회사에서 고열과 함께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을 하였다.

만성 피로와 함께 찾아온 염증때문에 열이 오르고 하루에도 몇번씩 해열제를 맞는 남편때문에 병실을 비울수 없는 상태에서 집에도 가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러나 초등학교 6학년인 큰딸아이가 사흘동안 집에 오지 못하는 엄마를 대신해 동생 밥먹이고 숙제 봐주고 아침일찍 일어나 같이 학교에 가고 .....

사흘후에 남편의 병세가 겨우 안정이 되어서야 집에 가봤더니 갑자기 병원으로 가느라 미쳐 빨아놓지 않았던 빨래까지 곱게 빨아서 널어놓고 엄마 없이 사흘을 보낸 집이라고 상상가지 않을정도로 깨끗하게 정돈 해놓은 모습을 보니 얼마나 대견 스럽던지요.

다행히 밥하는 법은 5학년때 가르쳐 줬는데 반찬은 뭘 해먹었는지...

냉장고를 열어보니 김이랑 유부초밥 재료가 보이더군요.
숲에서 파는 즉석유부초밥 재료를 사와서 해먹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신김치 꺼내서 김치볶음밥도 해먹었다고 엄마 알아서 잘 해먹으니 걱정말라고 하는데 두딸이 대견해 눈물이 다 나더군요.

오래 병원을 비우지 못해 딸아이들 먹을 밑반찬 몇가지 해두고 또 병원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남편은 입원한지 보름만에 퇴원 했습니다.
지금은 통원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남편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있는 동안 두딸아이가 제게 보여준 의젓함이야 말로 열아들 안부러울정도 였습니다.

아빠가 입원해 있는 동안 씩씩하게 동생 잘 챙기는 큰딸도 사랑스럽고 막내라서 늘 칭얼거리기나 하는 둘째도 엄마 아빠 돌아올때까지언니말 잘듣고 있어준줘서 사랑스럽습니다.

이렇게 우리가족 이번에 큰시련이 닥쳐 왔지만 다 각자 맡은바에 충실 함에 잘 이겨낼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고 이 기회에 더욱더 가족의 사랑이 돈독해 졌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딸만 있으신 부모님들 너무 섭섭해 마세요.

딸들이 이세상을 더욱 빛내주는 날이 오고 있으니까요.

아빠 엄마의 힘이 되어준 우리 딸들아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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