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제대로 받아쓰기

온국민이 허우적대고 있는 바다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현재의 상황을 냉정히 보기 위한 문제제기

검토 완료

김종식(kbosco)등록 2006.08.23 16:13
바다이야기 제대로 받아쓰기

정리 좀 하고 넘어가자.

선배들과 술자리에서 옛날 화려했던 시절을 무용담처럼 들으면서 꿈을 키웠던 기자들은 ‘친조카’란 소리와 대통령께서 친히 언급한 ‘상품권’이야기를 듣고 일단 물건이 되겠다 싶었을 것이다. 물경 28조~40조원에 이른다는 이야기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겠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노라는 대통령에게 마지막 비수를 꽂을 수 있는 기회다. 정권 말기에 친인척 때문에 문제되지 않았던 대통령이 있었던가?!

성인오락실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2년 어인 이유로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꿨는지 모르겠지만 그 강력한 군부독재 시절에도 성인오락실이 심심찮게 ‘카메라 고발’의 단골메뉴가 되곤 했었다. ‘슬롯머신’에 ‘고스톱’ 그런 수준이었지만 성인오락실을 찾는 사람들이 게임 종목이 재미있기 때문에 찾는 것은 아니다. 중독성은 ‘돈 놓고 돈 먹기’ 그 자체에 있는 것이다.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든 것이 제일 큰 잘못이라는 것은 ‘경마장이 건전한 가족유희의 마당’이라는 소리와 비슷하다.

아직도 ‘바다이야기’와 ‘사행성 성인 오락실’을 구분 짓지 않는 것은 수구언론에게는 당연한 노림수이며 기타 언론들은 자격미달이거나 직무유기이다. ‘바다이야기’와 관련된 지코프라임은 ‘성인오락실’에 들어가는 게임기 중의 하나를 제조, 판매하는 몇 개의 업체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를 게이트화 시키고자 했던 세력들은 이것을 무슨 프랜차이즈로 ‘오해(?)’하여 시작한 것이 아닌가 느껴진다. 주변에서 이렇게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우리집 옆에 있는 횟집(?) ‘바다이야기’가 지코프라임 소속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게임소프트웨어 개발 → 허가 → 게임기 제작, 판매 → 성인오락실 운영 → 상품권 할인
상품권 발행 허가 → 상품권 판매 ↑

이 모든 프로세스가 하나의 인물 혹은 세력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인식을 계속 심어두기 위해 ‘바다 이야기’가 필요하다.

상호 유기적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4개의 서로 다른 영역이 존재한다. ①게임기 제조 ②상품권 발행 ③게임장 운영 ④상품권 할인 그 외에 추가적으로 각각에 대한 인허가와 지도감독 프로세스가 있다. 이 각각을 구분 짓지 않고서는 망망대해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다.

바다이야기는 바다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벌어지는 일련의 흐름은 바다 ‘게이트’도 아니며 ‘바다이야기’파문도 아니다. 오마이뉴스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언론이 받아 적고 있는 사실 하나를 우선 확인 하자. 작년 말 기준으로 성인오락실의 숫자는 약 1만 5천개이며 바다이야기가 70~80%를 점유한다고 하며 지코프라임이 작년에 판매한 오락기는 4만5천여 대라고 한다. 이 숫자들을 놓고 보면 성인오락실에는 대략 4~5대 가량의 기기를 가지고 영업을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동네 문방구 앞에 있는 앉은뱅이 오락기를 말하는 것도 아니고...

성인오락실의 숫자 비교도 비슷하다. 2002년에 비해 50% 증가하여 작년 말 1만5천여 개라는 통계가 주로 사용된다. 15,590개라는 구체적인 숫자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두 가지 함정이 있다. 조선일보의 8월 22자 보도에 따르면 2004년에 비해 2005년의 증가는 약 1만 3천개에서 1만 5천개로 늘어난 것으로 되어 있다. 바다이야기가 심의통과 한 1년 사이 약 2천개가 증가한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2002년은 성인오락실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뀐 해라는 점이다. 따라서 아직 등록하지 않은 업체가 대부분일 것이다. 더군다나 등록업체 수 기준이라면 문을 닫은 업체의 숫자가 온전히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참여정부에 들어 성인오락실이 급증하였고 바다이야기가 대부분의 오락실을 점령하고 있다.’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통계 숫자들을 맞춘 결과라고 보여 진다. 위 숫자들을 놓고 바다이야기가 현재의 파문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파악해 보자.

2004년 말 심의를 통과하여 시중에 선을 보인 바다이야기가 등장한 후 게임장을 리뉴얼 하거나 신규로 개설한 업체 수는 약 2,000여개이며 1개업소당 약 40개의 기기를 설치한다고 할 때 판매된 기기의 숫자는 약 8만개이다. 이 중 약 56%인 4만 5천대는 ‘바다이야기’, 18%인 1만 5천대는 ‘황금성’, 기타로 약 800대가 팔린 ‘인어 이야기’ 등이 있다.

‘2천 개는 적은 수이며 3천억원이 적은 돈이냐?‘는 식의 리플은 사절한다. 얘기하고자 하는 핵심은 객관적인 숫자마저도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에 끼워져 부풀리고 강조되고 있는 언론의 행태인 것이다. 더군다나 28조를 말하면서 약 3천억원을 주범으로 몰고 가는 한심함을 탓하는 것이다. (얘기 나온 김에 이것도 집고 가자. 28조 시장이라고 하는 근거는 온전히 상품권 발행액수에 근거한다. 그런데 그 상품권의 98.5%는 일주일 정도에 회수된다. 유통도 단순하다. 액면가 발행<발행자>→액면가 구입<오락실업체>→액면가 배당<소비자>→10% 할인<할인업자를 빙자한 오락실업체>→발행자 회수<약 2%공제>, 소비자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10%에 해당하는 2조 8천억 시장이 맞는 것 아닌가?)

어째서 정책적 오류인가?

짐작하였겠지만 나는 ‘성인오락실’의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관점에서 글을 쓰고 있다. 무장한 경찰들이 오락실에 들어가 기계를 내어 오고 업주를 구속하여 가게를 닫으면 만사가 해결될 것이라는 초등학생 수준의 사고를 가지고서는 이 사안을 제대로 보기 어렵다. 김명곤 장관이 ‘바다이야기’를 퇴출시키겠다고 총리에게 얘기하는 자세도 이런 의미에서 실망이다.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사창가를 폐쇄시키면 해결될 것이라는 단순무식과 동일한 발상이다.

현재까지 들어난 사실을 가지고 상품권이 선순환의 모습을 그려 보자.
허가받은 상품권발행업체는 액면가 5,000원짜리 문화상품권을 발행한다. 오락실업자는 기계에 이 상품권을 놓고 영업을 한다. 애초 설계된 승률은 95%이다. 한 시간에 9만원 이상 투입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대략 10만원을 가지고 게임을 한다고 치자. 확률상으로 한 시간 남짓이 지난 후 손님은 현금은 다 소진하였으나 액면가 9만 5천원의 상품권을 가지고 있다. 놀이한 대가로 오락실에 5천원을 지불하였다. 9만 5천원은 나머지 ‘문화’를 위해 사용할 것이다. 영화를 보고, 책을 사고, 인터넷에서 물건을 구입하였다. 이 모든 것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했다고 하면 쇼핑몰업체는 9만 5천원의 상품권을 가지고 상품권 발행업체에게 현금으로 교환해 줄 것을 요청한다. 상품권 발행업체는 인쇄비(장당 약 20원), 세금(장당 약 30원), 기타 수수료를 장당 약100원(보도에 따르면 50원~100원까지 차이가 있다)씩 공제하여 도합 1,900원을 뺀 9만3천백원을 쇼핑몰업체에 지불하고 상품권을 회수하여 폐기한다. 환상적이다.

기대효과를 분석해 보자.
1. 음성적인 사행성 오락실을 양지로 끌어 올린다.
2. 게임산업을 발전시킨다.
3. 건전한 게임문화를 정착시킨다.
4. 문화산업 전반의 소비 심리를 진작시킨다.
5. 불황에 허덕이는 상품권 시장에 새로운 수익모델을 제공한다.
6. 투명한 세금 수입을 확보한다.

이러한 선순환의 고리가 끊어진 것은 어디일까? 정책적으로 잘못된 것은 무엇일까? 바다에서 허우적거리지 않기 위해서는 논의의 시작이 여기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 구조에서 떨어졌을 떡고물을 누가 먹었는지 언놈 입가에 묻어 있는 것이 떡고물이 맞는지 아닌지를 따지고 있노라면 떡판을 송두리째 떨어트릴 위험이 있다. 더러운 정치판과 언론에서 그 짓거리를 하고 있는 지금에도 이 순환구조를 고민하는 문화관광부 공직자가 몇 명이라도 있기를 소망한다.

이 선순환의 구조의 최대 약점은 ‘욕심’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채워지지 않는 ‘욕심’을 주요 상품으로 하는 도박산업을 다루면서 이를 견제할 장치가 부족했다. 그 대안이 있을까 생각해 보면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손을 자르고서도 발가락으로 다시 잡는 것이 투전판이라는데 이를 통제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욕심’과 비슷한 ‘욕망’은 자본주의를 발전시키는 힘이다.

다시 정책으로 돌아가서 앞서의 기대효과를 놓고 현재의 상황을 비교해 보자.
1.양성화 2.게임산업의 발전 5.상품권 시장의 수익모델 6.투명한 세수의 확보에 있어서 부분적으로 성공하였다고 보여 진다. 음침한 구조에 어깨들이 주변을 감시하고 있고 삐끼의 안내를 받으며 뒷문으로 출입하던 성인오락실이 횟집으로 여겨질 만큼 버젓한 간판을 내걸고 화려한 조명과 음향 아래서 당당히 문을 열고 들어서는 게임장으로 탈바뀜한 것이다. 상품권을 통해서 그나마 거래규모라도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수면위로 떠올랐다. 성산업과 비교하면 ‘공창제’ 도입을 통한 효과 정도일 것이다.

3.건전한 게임문화 4.문화산업 전반의 활성화 이 두 가지 완전히 실패했다.

‘새옹지마’를 위하여

이 글을 시작한 이유도 그러하지만 하루 빨리 허우적대는 바다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냉정하게 현재 나타나는 문제점을 바라보고 해결해 보려는 의지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어떻게 보면 더 곪아서 도저히 치유 불가능한 사태에 이를 수 있던 것이 드러난 기회이다. 이렇게 한꺼번에 터져버리기 전에는 해결을 위한 시도조차 난망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바다이야기 퇴출’식의 미봉책을 남발한다면 더 큰 정책적 실패를 경험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것도 분명한 시장이다. 시장은 안정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앞서의 선순환구조를 따르는 한 책임이상의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분명히 하여야 한다. 벌써부터 ‘상품권 대란’이니 ‘업자들의 반발’이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자칫하면 그나마 수면위로 떠올랐던 것들이 도로 바다 속으로 기어들 판이다. 그것들이 바다 속에서 숨어 있으면 당장 눈에는 보이지 않을지 모르나 그 안에서 이무기로 성장을 한다. 도덕군자처럼 ‘탐욕’과 ‘쾌락’이라는 본능을 무시하고서는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탐욕’의 건전한 배출과 ‘쾌락’의 적당한 향유를 담보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다시금 말하지만 이 기회를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끊어진 선순환 고리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문제제기...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