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사 중계권 '싸움'은 이기주의 극치?

‘국민의 알 권리’ 포장한 이기주의... '코리아풀' 지켜진 적 거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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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훈(youdh0920)등록 2006.08.08 17:42
지상파 방송 3사의 감정 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SBS가 지난 3일 자회사인 SBS 인터내셔널을 통해 향후 올림픽 4개 대회 중계권을 독식한 데 이어 차기 두 개 대회 월드컵 중계권도 따낸 것으로 알려지자 MBC와 KBS는 '9시 뉴스'를 통해 연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양사는 "방송 3사가 국민의 보편적 접근권과 국부 유출 방지를 위해 '코리아 풀'을 구성했는데 SBS가 이를 파기했다"며 민사소송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BS는 MBC와 KBS의 비난에 불쾌감을 나타나며 메인 뉴스인 <8시 뉴스>를 통해 단독계약이 보편적 접근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SBS는 "현실적 여건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재판매를 통해 당연히 3사가 공동중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용을 종합해 보면 SBS와 MBC·KBS 양측의 주장의 핵심은 자사 방송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가 보장되느냐, 아니냐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는 우리 방송에서만

자사 방송을 통한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우는 지상파 3사의 중계권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3사는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KBS는 IB스포츠로부터 지상파 중계권을 매입해 MBC, SBS에게 재판매했는데 한국의 돌풍을 예상 못한 3사가 준결승 이후 경기 중계에 대해서는 합의를 하지 않아 분란이 일었다. KBS는 'WBC 특수'를 노리고 이전 경기와 달리 단독중계를 고집했다.

결국 법정다툼까지 벌인 끝에 3사가 공동중계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나친 '진흙탕 싸움'으로 인해 3사가 평소 한 목소리로 주장해온 '보편적 접근권'(국민적 관심이 높은 스포츠 경기나 문화 행사 등의 중계를 누구나 볼 수 있는 권리)은 큰 의심을 받았다.

지상파 3사는 오랫동안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워 '중계권 공동구매'를 원칙으로 삼으면서 이를 깨는 방송국을 강하게 비난 해왔다.

스포츠 중계권 공조, 지켜진 적 거의 없어

몇 년 동안 지상파 3사의 중계권 경쟁은 '이전투구' 양상으로 진행돼 왔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코리아풀'처럼 예전에도 방송 3사의 합의안이 있었는데 98년 경제위기론 때 나온 '스포츠 합동방송 시행세칙'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MBC는 이를 깨고 고액을 지불하고 메이저리그 중계권(2001∼2004)을 따내 논란을 일으켰다. MBC는 97년에도 합동방송 대상인 월드컵 축구 지역예선전을 단독 방송하기도 했다.

그러나 MBC는 모순적인 태도로 더 큰 비난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독점 중계권료로 3200만 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해 외화 낭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케이블 TV '엑스포츠(Xports)'가 2005년 새롭게 중계권을 따내자 시장 질서를 어지럽혔다며 끊임없이 견제했다. 부산방송이 엑스포츠로부터 박찬호 100승 경기를 사들여 중계하려 하자 압박을 행사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 KBS는 올해 2월 IB스포츠로부터 아시아축구연맹 경기, 메이저리그 경기 등에 대한 지상파 중계권을 사들여 MBC, SBS와 맺은 협정을 깼다. 3사는 2005년 8월 상당수 스포츠 중계권을 독점한 IB 스포츠로부터 중계권을 구매하지 않기로 '신사협정'을 체결했다. 당시 KBS는 "MBC와 SBS는 이미 2005년 말부터 IB 스포츠와 협상에 돌입했던 만큼 공조를 먼저 깬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방송사 이기주의에 애꿎은 시청자만 피해

지상파 방송 3사의 스포츠 중계 관련, 공조 파기는 낯선 일이 아니다. 이들의 협정이나 약속의 공통 분모는 바로 국민의 '보편적 접근권'으로 중계권 공동구매합의를 주장하는 이유지만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3사가 주장하는 '보편적 접근권'이란 자사방송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경우 인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사의 스포츠 중계권 경쟁에 '이기주의'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더욱이 광고 효과 등 이렇다 할 특수가 기대되지 않을 때는 '보편적 접근권'이나 '국민의 알 권리'는 무시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난 2005∼2006 시즌 프로농구는 독점 중계권을 가진 IB 스포츠를 성토하는 지상파 3사의 담합으로 시즌이 거의 끝나 갈 무렵에서야 중계가 시작됐다.

큰 경기에만 매달리는 3사의 행태에 여론 비판이 거세 결국 KBS가 먼저 담합에서 뛰쳐나왔지만 씁쓸한 여운까지 지우지는 못했다. 방송사의 이기주의에 실제 '국민의 알 권리'는 어디에도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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