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울릉도, 수중 생태계 ‘빨간불’

불가사리 무한증식으로 토종어패류 멸종위기, 통발 등 이용한 어민들 무차별 포획도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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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철(living22)등록 2006.08.02 18:16
독도·울릉도, 수중 생태계 ‘빨간불’

접안시설 인근 폐타이어·폐그물 방치
불가사리 무한증식으로 토종어패류 멸종위기
통발 등 이용한 어민들 무차별 포획도 한몫

일본의 역사왜곡 망언과 더불어 독도영유권 주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하순 독도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진행됐다. (사)한국수중환경협회(회장 황대영)가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진행한 ‘독도·울릉도 연안 항·포구 수중폐기물 수거 및 수중생태계조사 촬영사업’이 그것. 행정자치부 시행 2006년도 공익활동지원사업으로 독도의 수중환경보전 캠페인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명확히 하는 주권행사와 동시에 청정해역으로 알려진 독도와 울릉도 수중생태계 조사와 수중정화활동이 전개됐다. 협회 회원을 비롯해 스쿠버다이버 등 24명이 참가한 이번 행사의 동행 취재기를 싣는다.

우리나라 최동단에 위치한 독도탐방은 첫 일정부터가 기나긴 여정의 시작이었다. 7월 24일 정오가 다 돼서야 서울을 출발한 독도탐방은 4시간을 달려 포항에 도착했고 다시 3시간의 뱃길을 달려 밤 10시경에야 울릉도에 도착하면서 비로소 그 시작을 알렸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사)한국수중환경협회 황대영 회장을 비롯해 기자를 포함한 취재진과 스쿠버다이버 등 24명으로 구성된 탐방단 일행은 울릉도 도착과 더불어 장비일체를 점검하고 이번 행사의 베이스캠프인 울릉도 도동항의 여객터미널과 가까운 동양장 여관에 여장을 풀었다. 이어 곧바로 진행된 독도탐방 세부회의에서 일행들은 다음날인 7월 25일에 있을 독도해양탐사의 일정을 점검하고 팀별 역할분담 등을 조율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 일행들은 6시간 정도 전개될 이번 독도탐방행사에 수중탐사와 더불어 수중촬영과 취재로 각 팀과 역할을 나눴으며 그 중 수중탐사에 18명의 대원을 투입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공기통 35개 분량의 탐사계획을 수립했다. 통상적으로 다이버 1명이 공기통 1개로 1시간 정도를 사용한다고 봤을 때 다이버 당 2개씩의 공기통을 사용하기로 한 것. 보통 다이버들이 사용하는 공기통을 일반인들은 산소통으로 잘못 알고 있는데 다이버들이 가지고 들어가는 공기통은 산소가 아닌 질소 70%에 산소 30% 정도가 포함된 보통의 대기 중 공기로 다이버들은 일명 탱크로 불렀다. 탱크는 보통 수심에 따라 그 사용시간이 정해지는데 일반적으로 다이버들이 수심 20M 내외를 드나들었을 때 1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으며 수심 30M 이상을 넘나들게 되면 탱크 사용시간도 20분으로 줄어들게 된다.

7월 25일 오전 7시 울릉도 도동항을 출발한 독도탐방단 일행 24명은 2시간 30분의 항해 끝에 드디어 우리나라 최동단 독도에 도착했다. 동도와 서도로 나뉜 독도는 접안시설이 좋지 않아 서도로는 접안이 제한돼있으며 그나마 접안이 가능한 동도도 파도나 일기의 영향으로 접안 할 수 있는 확률이 반반이었다. 다행히 당초 태풍 ‘개미’가 상륙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태풍이 우리나라를 빗겨가면서 탐방단 일행은 이날 오전 9시 30분경 독도에 무사히 입도할 수 있었다.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산 1-37번지 독도.
동경 131도 52, 북위 37도 14에 위치해 있으며 동도와 서도의 두 개의 큰 섬과 작은 바위섬으로 이뤄진 화산섬으로 천연기념물 제336호인 독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문화재보호법 제33조에 근거해 일반인의 자유로운 입도를 제한해 왔으나, 2005년 3월 24일 정부방침이 변경됨에 따라 제한지역인 동도와 서도 중 동도에 한해 일반인의 출입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독도의 자연생태보호를 위해 1일 입도 가능인원이 400명으로 제한돼 있으며, 그나마도 배가 접안해 다시 출발하기까지 사실상 20여분 정도의 시간만이 허락되고 있다.
그에 반해 원활한 행사진행을 위해 6시간의 입도를 할애 받은 탐방단 일행은 독도에서는 보기 드물다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아래서 행사를 진행했다. 계획대로 일행 중 18명의 스쿠버다이버들은 독도 바다 속을 잠수해 해저생태계 조사와 더불어 폐타이어 등 수중오물을 수거했다. 일행은 행사에 앞서 ‘독도는 우리 땅, 독도바다도 우리 바다’라는 현수막을 게첨하고 구호제창을 통해 행사의 취지를 다지는 등 독도가 우리 땅과 우리 바다임을 분명히 했다.

행사에 참가해 독도 수중생태계를 조사한 남대중 스쿠버강사는 “꿈에 그리던 독도에 입도할 수 있는 것도 감격이었는데 바닷속까지 관찰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밝히고 “다행히 좋은 날씨 덕에 수중시야가 많이 나와 수중 생태계를 두루 살펴볼 수 있었는데 우리바다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어종과 수중식물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며 “독도가 우리 땅임은 물론이고 독도 인근 바다도 우리 바다임이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함께 조사를 실시했던 윤용한 CMAS강사는 “독도 인근 바다가 상당히 깨끗하게 보전돼 있어 다행스러웠다”고 감회를 밝히고 “그러나 바닷속 어종들이 많이 포획된 흔적을 보이고 있다”며 “누구보다 인근 어민들이 무차별 포획보다는 수중생태계 보전을 위한 합의와 그에 따른 자정노력이 필요한 상태”라고 아쉬워했다.

우리 땅 우리 바다, 그 어느 곳 하나 중요하지 않는 곳이 없겠지만 우리나라 최동단 울릉도와 독도는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상징적이고 지정학적인 의미와 더불어 생태학적인 의미와 가치에 있어서도 우리에게 중요한 생태계의 보고이자 보호하고 보전해야 할 귀중한 자산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3박 4일간의 독도 탐방기간 동안 둘러본 울릉도와 독도 바닷속은 다행히 아직까지는 나름대로 그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는 안도감과 더불어 자정노력 등 개선을 위한 시급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는 것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우선 독도의 경우는 무엇보다도 인근 바다 속 생태계 보전을 위한 자구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년째 울릉도를 지키며 다이버협회를 꾸려 울릉도와 독도 바닷속 생태계를 확인하고 있는 (사)한국수중환경협회 울릉도지회 김영호 회장은 “불과 2~3년 전만해도 독도 인근 바다에는 수십 년생 전복을 비롯한 문어 그리고 대형어종들이 많이 서식해 있었는데 그동안 통발 등을 이용한 인근 어민들의 집중 포획으로 인해 이제는 그러한 어종들을 잘 찾아보기 힘들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번에 독도탐사를 실시한 우리 일행도 수중생태계 조사를 통해 이런 울릉도 주민들의 우려가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인근 주민들의 인식개선과 더불어 관계 당국의 구체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독도를 이루고 있는 동도와 서도의 접안시설 인근 수중에 경비대 관련시설 등을 건축하면서 쓸려 들어간 폐타이어나 철근 등을 비롯해 일반 관광객에게 개방되면서 버려지고 있는 상당량의 오물이 수중에 그대로 방치돼 있어 정기적인 수중정화활동이 함께 전개돼야 하는 것으로 진단됐다.
다음으로 울릉도의 경우는 독도에 비해 그 수중환경 상태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항구들인 도동항과 천부항 그리고 저동항의 접도시설과 접해있는 바닷속에는 접안시설에 쓰이는 폐타이어를 비롯해 그물들이 상당량 쓸려 들어가 썩어가고 있는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탐사일행이 천부항에서 1시간 정도의 수중 정화작업에서만 폐타이어 50여 개를 수거했으며 수백여 개 이상이 아직도 울릉도 항 인근 바다에 묻혀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 일대 수중환경 실태조사와 정화활동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울릉도의 경우는 특히 수중생태계 파괴의 주범인 불가사리 피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토종 불가사리인 ‘별 불가사리’를 비롯해 외래종인 ‘아무르 불가사리’ 등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인근 바다일대를 뒤덮고 있는 실정이며 이런 불가사리 떼가 전복 등을 비롯한 어패류를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가 하면 심지어 먹을 것이 없을 때는 자기들끼리도 잡아먹는 등 울릉도 인근 바다가 불가사리로 인해 상당히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울릉도 천부항에서 불가사리 정화활동을 담당했던 도정현 다이버는 “바다 속이 그야말로 불가사리로 인해 덮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놀라움을 표시하며 “이번 탐사대원만으로 불가사리들을 다 제거하기에는 역부족이며 근본적인 불가사리 제거대책이 수립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함께 정화활동을 펼쳤던 최성순 스쿠버다이버지 최성순 편집부장도 “천부리 정상대 어촌계장에 따르면 2개월 전에 천부리 어촌계에서 수 천 만원 상당의 어린 전복들을 뿌렸다는데 현재 불가사리들로 인해 거의 모든 전복들이 전멸한 상태”라고 애석해하며 “스쿠버다이버들이 불가사리를 제거해야 한다면 적어도 50여명 정도의 다이버들이 한 달은 작업을 해야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번 독도 탐사대원 중 다이버 16명이 7월 25일 천부항에서 하루 동안 제거한 불가사리만도 1톤 정도로 울릉도 인근 바다의 불가사리 피해는 현재 심각한 실정으로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리 땅 우리 바다를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보호하고 보전하는 것, 그것은 해당 주민들의 노력과 더불어 그곳을 찾는 우리 모두의 작은 실천이 있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또한 정부를 비롯한 관계기관의 적절한 대책마련과 문제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이 결부되지 않는 한 우리 땅, 우리 바다는 서서히 죽어갈 것이 자명해 보였다.
3박 4일의 독도탐방을 통해 우리 땅 우리 바다를 살리고 보전하는 것, 그것은 우리 땅 우리 바다가 우리의 영토임을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시급히 해결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우리의 과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3박 4일의 독도탐방 일정 동안 울릉도와 독도 등지에서 위험을 무릎 쓰고 수중 생태계조사와 정화활동을 펼친 탐사대원 스쿠버다이버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행사를 주관하고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고생한 황대영 (사)한국수중환경협회 회장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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