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부총리 경질의 사악한 감정

불타는 마녀 앞에서 환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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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석(풀벌레)등록 2006.08.01 21:52
김병준 부총리가 언론과 '여론'의 융단 폭격으로 경질 위기에 놓여 있다. 오늘 부총리의 해명을 청취한 뒤 내 느낌은 그 폭격이 실체 없는 비난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이유에서 그가 물러나야 한다고 판단하는가?

그가 대한민국 교육을 책임질 위치에 서지 못할 만큼 부도덕한 사람이기 때문인가? "여론"은 그가 학자의 윤리를 어겼다고 결론 내렸다. 불행히도 나는 어떤 점에서 그가 부도덕한지 정확히 간파하지 못하겠다.

나의 이러한 관대한 유보는 내가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인가? 내 잣대가 무디다고 일단 인정해 놓고 보자. 그렇다면 김 부총리가 부도덕하다고 판단내릴 수밖에 없는 그 엄격한 잣대를 명시적으로 정리해 보는 것은 어떤가?

첫째, 중복게재. 한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을 다른 학술지에 다시 발표하는 경우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편집인이 저자의 허락을 받아 학술지에 재수록하는 경우이다. 김 부총리의 경우는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해당 논문이 다른 곳에 게재된 적이 있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김 부총리와 학술지 편집인이 이것을 생략했다 하더라도 이것이 학자적 윤리를 저버린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중복게재의 다른 경우는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학술지의 편집인을 속여 게재하는 경우이다. 이것은 매우 잘못된 행위이다. 만일 김 부총리가 이 경우라면 나는 그가 학자적 윤리를 저버렸다고 단호하게 결론 내릴 수 있다. 그러나 김 부총리가 이 경우인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둘째, 표절. 논문의 표절은 정도의 문제이다. 심각한 표절이 있고 사소한 표절이 있다. 표절은 단순히 분량의 문제가 아니다. 한 문장을 표절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매우 핵심적인 아이디어였다면, 이것은 심각한 표절이다. 김 부총리가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표절했는지 분명하게 밝혀주지 않는 한, 그가 표절했다는 주장은 악의적인 힐난에 불과하다.

셋째, 실적의 중복 보고. 다른 명목으로 연구비 수혜를 받은 논문을 새로운 연구 실적으로 보고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되었다. 그러나 BK21은 이런 보고가 허용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된다. 그 외 연구 결과보고서 상에 소위 "행정적 실수"라고 일컬어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김 부총리 자신도 인정했고 사과했다. 이 잘못이 그를 경질한 만한 사안인지 분명하지 않다. 아마도 나는 이 부분에서 무딘 도덕적 잣대를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그의 경질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행정적 잘못이 김 부총리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주는 사안이라 판단할 기준을 제시할 임무가 있다.

넷째, 학위 논문의 거래. 이 문제는 단순히 윤리적 문제가 아니라 법률 위반의 문제이다. 할 수만 있다면 이 사안은 보다 세밀한 조사나 수사가 필요하다. 야당에서 그를 고발한다면 검찰에서 조사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가 있어야 할 자리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아니라 감옥이다. 그러나 그가 의혹이 제기될 만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는 그 단순한 이유만으로 그를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는 것은 마녀사냥과 전혀 다르지 않다.

그 외 여러 의혹들이 그의 경질 요구와 곁들여 사람들의 입과 신문지와 방송에 오르내리고 있다. 수군대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이 요리는 달콤한지 모르겠지만 왠지 역겨운 악취가 나는 것도 같다. 단순히 그를 자리에서 끌어내기 위해 의혹이 양산되었는지, 의혹이 제기되었기 때문에 그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을 정도로 내 지성이 불편하다. 분명한 것은 두 경우 모두 우리 앞에 놓인 요리가 불량식품임을 함축한다는 사실이다.

내 주장은 간단하다. 김 부총리가 학자적 윤리를 크게 저버릴 만한 잘못을 범했다면 그는 해임되든지 사퇴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결코 그를 자리에서 내려오게 해서는 안 된다. 억울하겠지만 그는 이미 상처를 입었고 그 상처로 인해 교육부 수장 역할을 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바로 그 이유로 그를 경질하는 것은 내가 바라지 않는 최악의 결말이다. 이 이야기는 결국 전설로 남아 노무현 시대를 암울하게 만들 것이다.

최종 인사권자인 대통령과 해임건의권자인 총리께서는 현재 당면한 문제의 본질을 잘 보시길 바란다. 국민이 싫어하는 사람을 중요한 자리에 앉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 확인되지 않는 사안과 잘못된 해석으로 양산된 비난과 여론 악화를 이유로 그를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는 것은 우리 공동체의 시스템과 건전성 자체를 붕괴시키는 조치이다.

우리는 김 부총리를 자연인으로 돌아가게 만듦으로서 순간적으로 정치적 안정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대신 우리는 우리 공동체 내의 한 인사가 감정들의 혼동으로 발생된 혐오의 마당에서 훼손당하는 것을 마냥 즐기는 미신의 시대로 회귀하는 첫 걸음을 걷게 된다. 무엇이 중요한가? 만일에 김 부총리에게 제기된 의혹이 아무런 실체가 없는 조롱하기 게임에 불과했다면, 그 게임을 확대하여 즐기고 구경했던 우리는 불타는 마녀 앞에 환호하던 짐승 같은 사람들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 공동체가 그 암흑의 세대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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