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때문에 피해보는 '선량한?' 다수는 없다

동성고등학교 학교 홈페이지를 방문해보고...

검토 완료

이재익(copyleft)등록 2006.07.31 11:25
이 글을 쓰기 위해 동성고 학교 홈페이지에 다시 들어가 봤습니다. 같은 동료학생과 학부모께서 글을 올렸더군요. 제 나름대로 요약하자면, 오병헌군 같은 소수 때문에 피해보는 선량한(?) 다수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두발규제와 보충수업, 강제 아침자율학습, 야간자율학습은 대학입시라는 지상명제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데, 하기 싫어하는 소수를 허용하면 선량한 다수 중에서도 동요하고 이탈하는 학생이 생기기 때문에 선량한 다수를 위해 '특이한' 소수의 불만은 무시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들은 두발규제가 있지만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체벌을 당하는 학생들도 '맞을 짓'을 했기 때문에 맞았으며, 대학을 가야하는 현실에서 선생님들의 제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하는 어느 정도의 강제적인 보충수업과 각종 통제는 필요한데, 오병헌군이 나서서 소위(!) '인권'을 들먹여서 학교의 명예를 더럽혔으니 이제 제발 그만하고 학교를 떠나든지 하라.

이런 염치없는 말이 어디 있습니까? 어떤 학생은 오군을 '대다수 학생들이 느끼지 못하거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학생신분으로서의 제한을 특별히 못 견뎌하는 민감한 체질이거나 단체생활의 규칙을 밥 먹듯 어기는 체질적인 반항아'라고 합니다. 일제시대 생각이 납니다. 대한민국 학교는 아직도 박정희, 전두환시대입니다. 학교는 군대가 아니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병영국가입니까?

학부모님께서 쓰신 글은 얼핏 보기에 오군을 이해하는 듯 하면서도 결론은 위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학생들이 쓴 글은 더욱 노골적이구요. 이 분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잔인한 말인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 분들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얼마나 섬뜩한 말이지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려고 하는데, 너희가 0교시, 보충수업을 강제로 하지 않고, 체벌을 반대하고, 두발자유 같은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학교에 건의해서 안되니까 외부에 알려서, 학교분위기를 망치니까 나는 피해를 많이 본다. 제발 그만 하던지, 학교를 떠나라'

교육의 지상명제는 당연히 자아를 실현하는 학생을 기르는 것이어야겠지요. 물론 현재 대한민국 중고등학교의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의 지상명제는 서울에 있는 이름난 대학 가서 의사, 판사, 변호사가 되고, 삼성, 현대, 에스케이에 입사해서 혼자 잘먹고 잘사는 것이지만요. 이 지상명제가 일부 소수가 아닌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의 지상명제라고요? 아닙니다. 지금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는 아무런 목표의식 없이, 어쩔 수 없이 학교에 적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대한민국 학교와 사회에서 들러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학생들은 '습관적으로' 학교에 다닙니다. 혹시, 하다보면 어떻게 되겠지 생각하면서…. 아니면, 남들과 달라지는 것이 무서워서 학교에 그냥 다니는 것입니다. 정말 누가 소수이고 누가 다수입니까?

대학입시에만 소용되는 쓸데없는 죽은 지식만 달달 외우는 이런 공부를 하루 18시간 코피 쏟아가며, 친구 노트 찢어가며, 쌓인 스트레스를 가족들에게 마구 풀어대면서 죽어라고 하고 싶은 사람은 하게 두어야겠지요. 그것을 막을 수야 없겠지요. 하지만 그런 쓸데없는 공부 따위는 하기 싫고, 그런 게임에 들러리 서기 싫은 학생들에게는 다른 길을 제시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아니, 다른 길을 제시하지 못해도 좋으니까 하기 싫으면 안 할 자유라도 주어야 합니다.

머리는 삭발을 하든, 반삭을 하던, 귀두컷(요즘 아이들은 대한민국 중고생 공식 헤어스타일인 상고머리를 이렇게 부릅니다.ㅋㅋ)을 하든, 인간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는 인정합시다. 함부로 남의 머리를 잡아당기거나, 바리캉으로 밀거나, 비아냥거리거나, 가위로 자르지도 말아야 합니다.

아침 자율학습시간에 '자율적으로!' 강제 학습을 하지 않고 농구를 하고 싶은 학생은 할 자유를 주어야 합니다. 오병헌 학생도 다른 학생들이 보충수업 하는 거 절대 반대 안 할 것입니다. “야자, 보충수업 하세요! 하지만 나는 싫습니다. 하고 싶은 사람은 열심히 하세요. 그렇지만 나한테는 제발 강요하지 마세요.” 오군이 하고 싶고, 대한민국의 수많은 오군이 하고 싶은 말일 것입니다.

제가 볼 때, '유별나고 특이한 소수' 때문에 피해 보는 선량한 다수는 절대 없습니다. 오히려 소수를 배척하고, 소수나마 다른 생각을 하는 인간이 있다는 것을 참아줄 줄 모르고, 소수를 무시하고 깔아뭉개는 다수가 있을 뿐입니다.

이런 일은 교직사회에서도 일어납니다. 조직의 문제를 고발한 내부고발자가 오히려 파면당하고, 뭔가 새롭게 해보려는 사람이 배척당하는 것은 군대 같은 이 사회의 조직풍토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립니다. '다수'라는 이름의 뒤에 숨어서, 힘없고 평화적이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소수'를 참아줄 줄 모르는 일부 '극소수' 힘세고 폭력적이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분들! 이제 염치를 알고, 정정당당하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수를 관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탁드립니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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