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에도 라운딩은 계속 된다?”

매년, 수해 기간에 꿈쩍 않고 골프하는 정치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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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훈(youdh0920)등록 2006.07.31 10:48
지난 7.26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골프 파문’으로 큰 곤욕을 겪었다. 선거 며칠 전, 홍문종 경기도당위원장을 포함해 경기도당 고위관계자들이 강원도 수해지역 정선에서 골프를 쳐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우리당도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김혁규 전 최고위원 등 여권 고위 인사들이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충주지역에서 일부 출입 기자들과 라운딩을 한 것으로 알려져 여론을 악화시키고 있다.

매년 이맘 때면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골프 회동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골프 정치’라는 말처럼 정치인에게 골프는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의미가 있어서 그런지 수해, 태풍 등 각종 재난에도 정치인들의 라운딩은 멈추지 않는다. 사실상 매년 반복되는 수해 속 ‘골프 논란’은 이를 말해준다. 여론을 들끓게 했던 수해 재난 기간 중의 정치인들의 ‘골프 사랑(?)’을 들춰본다.

소문난 골프광 JP, 구설수에 자주 올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알아주는 골프광이다. 5.16 쿠데타 직후 배워 40년 넘게 쳐오고 있는데 실력 역시 수준급이다. 골프 애정이 대단해 주변에서 골프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면 “내가 건강을 잃으면 그 사람들이 책임진대?”라고 반문하며 오히려 골프 예찬론을 펼쳤다. 그러나 일본 혼마 회장으로부터 1000만원대의 혼마 골프채를 선물 받았다는 등 골프와 관련된 구설수에도 자주 오르 내렸다.

2000년 7월 23일, 당시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는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경기 용인시의 용인 은화삼 골프장에서 친분이 있던 탤런트 최영한(본명 최불암)씨의 초청으로 이용만 전 재무장관 등과 골프를 쳐 구설에 올랐다. 당시 골프장 인근에서 수해 복구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어서 각종 잡음이 나왔다. 한나라당은 ‘JP가 골프를 좋아하는 7가지 이유’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JP가 3김 중에서 제일 잘하는 것이 골프이기 때문”이라는 등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2002년 한나라당, 골프로 몸살 앓아

태풍 ‘루사’ 피해로 전국이 수해복구로 몸살을 앓던 2002년 9월에는 한나라당 박혁규 의원(경기도 광주)이 ‘국회의원배 및 수재민돕기 자선골프대회’라는 이름을 내걸고 ‘골프 대회’를 추진해 비난을 받았다. 당시 박 의원은 국회 재해대책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논란이 더 커졌다. 골프대회에는 181명이 참여했는데 수재의연금은 200여만원에 불과하고 대회 소요 비용은 2000만원이 넘어 수재민을 도운다는 핑계로 지역유지들이 골프를 친다는 지적이 대두됐다.

한나라당은 박 의원의 ‘골프 대회’ 논란 1달 전, 백상승 경주시장이 물난리 중 골프를 쳐 행정자치부로부터 경고조치를 받기도 해 곤혹스럽기 짝이 없는 입장이 됐다. 백 시장은 경주 외동읍 구어리 자동차 도장공장이 산사태로 붕괴되고 논밭과 가옥이 물에 잠기는 등 집중호우 피해가 잇따른 상황에서 친지들과 골프를 쳤었다. 6․13 지방선거를 통해 경주시장으로 선출되고 2달도 안된 시점이라 비판 여론이 더 거셌다.

참여정부의 끈질긴 골프 악연

2003년 9월에는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태풍 ‘매미’가 한반도를 강타할 때 제주도에서 골프를 치며 휴가를 보내, 입길에 오르 내렸다. 당시 태풍으로 남부지방 농촌이 큰 피해를 입는 등 예상보다 피해가 심각했으나 김 부총리는 항공기 운행이 재개된 후에도 바로 서울로 돌아오지 않았다. 재경부는 “(부총리가) 제주에서도 계속 전화로 태풍 피해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해명했지만 옹색하게 비쳐질 뿐이었다.

유난히 잦은 참여정부의 ‘골프 구설수’ 속에 이해찬 전 총리는 골프와 악연이 가장 깊었다. 대표적으로 총리 시절이던 지난 해 7월, 전국에 집중호우 경보와 주의보가 내려 진 가운데 제주도에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이기우 총리비서실장 등과 라운딩을 해 물의를 빚었다. 재해․재난 업무를 총괄하는 중앙안전관리위원장인 총리가 수해, 피해 지역을 둘러보지 않고 골프를 쳤다는 사실에 국민적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이 전 총리는 골프와 관련해 그 전에도 수 차례 구설에 올랐다. 2004년 6월 군부대 오발사고 희생자 조문 전 골프모임을 가져 비판을 받았고 2005년 식목일에는 강원도 속초․양양 일대에 대형 산불이 번지는 가운데 골프를 치기도 했다. 대형 산불 속에서 골프를 치고 집중호우 때도 라운딩을 해 ‘물,불 안가리고 라운딩’하는 총리라는 달갑잖은 꼬리표를 달고 다니기도 했다. 이 전 총리는 올해 3․1절이자 철도파업 첫날 또 골프를 쳐 결국 낙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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