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한 여름휴가의 추억

밤바다에 취해 술에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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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gustnr)등록 2006.07.14 08:46
날씨가 점점 더워지니 또 다시 여름이군요.
첫아이 낳고선 남편의 지방근무 발령으로 인하여 우리 부부는 이별 아닌 이별로 인하여 서로가 독수 공방을 하기에 이르렀으니...

저야 젖먹이 어린애가 있으니 그나마 외로움을 덜 느꼈습니다만 한창 혈기 왕성한 남편은 밤이면 밤마다 홀로 지샜을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더만요.

몇달간의 지방근무를 마치고 돌아온날 우리 부부 그간의 회포를 맘껏 풀어보자 다짐했건만 더운날씨에 에어컨 하나 없는 단촐한 살림에 얼라는 지 아부지가 몇달만에 돌아왔건만 눈치도 모르고 옆에서 빽빽 울어대지 영 분위기가 안맞더군요.

기나긴밤 만리장성은 고만 날씨가 서늘해지면 다시 시도하기로 하고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날만 날입니까 뭐 새고 샌게 밤이고 날인데...

다음날 근처에 사는 둘째 아주버님네가 바닷가로 피서를 간다기에 염치 불구하고 꼽사리 낑겨서 따라 갔습죠.



포항에는 흔하고 흔한게 바다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수 있지만 그놈의 금전이 뒤따르는 문제라 잘사는 형님네가 움직일때 따라 움직이면 먹는건 물론이요 차가 없는 우리처지에 차도 공짜로 타고 숙식이 완전이 해결되니 일석이조가 아니겠습니까.

이런날을 대비하여 큰 맘 먹고 6개월 할부로 구입한 텐트와 각종 도구들이 첫 개시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얼마나 들떠던지요.

우선 텐트를 치고 물놀이를 신나게 하고 가끔 모래찜질도 하며 아름다운 신혼을 만끽했습니다.


둘째동서 형님과 같이 음식을 만들어 먹는 재미 또한 솔솔하고 무엇보다도 더운 셋방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 이루말할수 없었지요.

밤바다를 즐기며 행사장에서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에 몸을 흔들며 마시던 그 꿀 맛 같던 소주 맛! 절대로 잊지 못하죠....

음악에 취해 분위기에 취해 형님이 주는 소주를 날름날름 받아 마신게 화근이였습니다.


원래 술이 약한 저는 그날따라 주량이상의 술을 마셨고 술만 먹으면 잠이오는 저는 남편의 형수님과 남편이 두분 더마시다가 자러 오라 해놓고 텐트가 있는 쪽으로 잠을 청하러 갔습니다.


대충 세수를 하고 텐트에 가니까 어느새 남편이 먼저와 잠을 자고 있더라구요.

전 속으로 바다라 시원하니까 남편이 저에게 은근히 딴생각을 하고 뒤따라 왔을꺼라 생각하고 등을 돌려 누워 있는 남편을 와락 안으면서
" 여보 바닷가라 시원한데 오늘밤 여기서 뼈가타고 살이타는 밤을 불살라 보는겨...홍홍홍"

그런데 남편은 바들바들떨면서 대답이 없는겁니다.

" 어머 자기야 왜그래 어디아파 왜 떨고 그래 ..."
그러면서 얼굴울 확 돌리는 이게 왠일이랍니까.
제가 와락 안고 추태를 부린 대상은 남편이 아닌 바로 아주버님이였던것이였습니다.
럴수 럴수 이럴수가.....
순간 술이 확 깨면서 벌떡 일어났는데
우리 아주버님 맘 좋게도

" 제수씨 술 많이 취하셨네요. 조카가 혼자 자길래 깨서 울까봐 옆에 누워 있다가 잠들었네요. 그만 주무세요."

하고 나가시는데 술취한 와중에도 얼마나 민망하던지요.
다음날 아침에도 차마 아주버님 얼굴을 마주하기 미아해서 밥을 안먹겟다고 하니까 아주버님 호탕하게 웃으면서...

우리 남편보고


" 야 이놈아 이런 시원한 바닷가에 와서 니네 형수랑 술만 마시면 어떡해 조카는 내가 봐줄태니까 오늘밤 화끈한 밤을 보내라구...'
제수씨 오늘은 동생 술마시지 못하게 해요..하하하"

그러시는데 얼마나 고맙던지요.

막내 제수의 실수를 너그러히 이해해 주시고 남편과 나만의 시간을 갖에 해주신 아주버님 사랑합니데이....

그덕에 우리부부 그해 바캉스 베이비 낳았습니다.

그 일이 있어서 인지는 몰라도 우리부부 둘째 아주버님네와 더욱 친하고 결혼 15년째인 우리의 애정전선엔 늘 이상무를 외치고 있답니다.

아주버님이 늘 하시는 말씀 우리 둘째아이에게 항상 그러시죠.
니가 태어나는데 내가 무진장 공을 세웠으니 너 크면 큰아빠 맛있는거 많이 사줘야 한다...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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