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속 세상, 문경 왕릉리

고구려 역사 담긴 ‘연개소문 세트장’을 찾아서

검토 완료

김강임(kki0421)등록 2006.07.07 10:26

세트장에서 촬영준비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 김강임

미디어의 세계는 늘 폭풍을 몰고 오는 것 같다. 조용하던 시골마을이 갑자기 시끄러워졌으니 말이다. 조용하던 산골마을이 매스컴 세례를 받기 시작하면 모두 것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그것이 바로 미디어의 힘인 것 같다.

지난 6월 28일 오전 10시, 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 왕릉리 마을은 외부 손님들의 웅성거림으로 왁자지껄 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왕릉리 마을이 갑자기 시끌벅적하게 된 동기는 무얼까? 문경의 왕릉리 마을 역시 미디어 속 공간이 아닐는지.

세트장 가는길에는 산세가 우거졌으며, 촬영 소품들로 가득합니다. ⓒ 김강임

아침 여정을 서둘렀더니, 여름 해는 설익은 포도 같았다. 문경석탄박물관에서 광부의 애환을 체험하고 발길을 옮긴 곳은 최근 sbs 안방극장 연개소문 세트장이 들어선 곳. 문경석탄박물관에서 연개소문 세트장으로 향하는 길은 조금은 오르막길 이었다. 하지만 여물지 않은 아침 햇볕을 받고 걸어보는 기분은 상쾌했다. 더욱이 길 양쪽으로 뻗어지는 산세는 백두대간을 꿈꾸는 잔뿌리 같았다.

석탄박물관에서 뒤편으로 10분쯤 걸었을까? 산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에 취해보는 순간, 산속에 숨어있던 새들이 합장을 하니 마치 시골길을 걷는 기분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다’고 드라마 촬영 오픈장은 벌써 미디어 속 세상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더욱이 세트장에 방문한 날이 연개소문 제작발표회 날. 잔뜩 기대를 안고 달려 갔지만, 제작발표 시간이 오후 3시라서 그 실망감은 더욱 컸다.

소품 위에 앉아 주인공이 되어 봅니다. ⓒ 김강임

세트장의 표정은 방송용 장비들을 실어 나르는 사람들과, 드라마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생동감. 대하드라마에 사용되는 의상들이 세트장 가는 길에 장사진을 쳤다.한 가지 아쉬운 것은 촬영준비로 외부손님의 출입을 잠시 금하고 있었다.

비록 어깨에 힘이 빠졌으나 오픈세트장 주변에 세워진 안방극장용 장비를 하나하 나 훑어 보았다. 가마에 올라타 주인공이 되어 보기고 하고, 한여름 무거운 갑옷을 걸치고 땀흘리며 열연을 하는 출연진의 모습을 바라보며 고구려 역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역사는 내일의 이야기를 쓴 것이다’지만, 미디어의 세계를 통해 다시 들여다보는 역사의 뒤안길은 또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세트장의 성곽 아래에서 가보지 못한 성곽안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과 답답하지만 막연하게 내무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처럼.

한편의 드라마를 위해 기다리는 소품들이 즐비하게 늘어 서 있습니다. ⓒ 김강임

간혹,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장이 관광지화 되면서 자연이 훼손되는 경우가 있다.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 펼쳐지는 미디어 세상은 그만큼 인간의 마음을 들뜨게 만드는 것 같다. 그것이 비록 영화속 세상이든, 드라마 속 세상이든, 자신이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프리미엄 때문은 아닐 런지.

“ 세트장 출입을 원하시면 1시간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러나 1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발걸음을 뒤로한 여행자의 마음은 아쉬움만 더해갔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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