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일꾼들의 숨은 이야기

'닫힌 대중'과 소통을 꿈꾸는 '열린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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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길(kill1021)등록 2006.06.30 13:43
대학로에 가면 매일 보지만 자주 알지 못하는 그들이 있다. 땡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극을 홍보하는 알바생, 돈보다는 순수예술의 길을 택한 거리의 예술가, 말을 걸지 않아도 먼저 다가와 도(道)를 묻는 신도가 바로 그들이다. 일상에서 흔히 보지만, 정말 알려지지 않은 그들만의 세계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언니, 이것 좀 보고 가세요. 싸게 해 드릴게요.” 대학로에서 연극을 홍보하는 알바생 최수진(20)씨. 팔이 훤히 드러난 새하얀 티셔츠와는 대조적으로 피부는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선크림을 발라도 소용이 없어요. 여기 좀 봐요. 얼굴하고 팔하고 완전히 틀리잖아요.” 얼굴은 하얀데 목선은 얼굴과 확연히 구분되었다.

연극 티켓 판매 아르바이트는 방학을 맞아 막 시작한 아르바이트였다. 처음 며칠은 시간당 3500원의 임금을 받았는데, 지금은 판매한 티켓을 계산해 수당을 받는다고 한다.

“2만원짜리 티켓을 10장 판매하면 5만원 정도의 돈을 받아요. 한달 동안 60~150만원 정도까지 벌 수 있어요.” 매일 점심, 저녁식사까지 제공되기 때문에 더욱 좋다고 한다.

“그런 건 말 못해요. 같은 팀이라도 그건 알려주지 않아요. 보통 커플들이 많이 보기는 하죠.” 표 잘 파는 요령에 대한 질문에는 이렇게 답한다.

“안 사겠다고 말이라도 하면 그나마 낫죠. 친구들끼리 서로 재미나게 얘기하고 오다 제가 가면 돌연 아무 말도 안 해요. 정색을 하죠. 그런 사람 밥맛이에요.”

마로니에 공원을 걷다가 갑작스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공원 한쪽에 마련된 야외 공연장으로 부랴부랴 뛰었다. 비 맞은 애인을 꼭 껴안고 있는 커플도 있고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누운 노숙자 아저씨도 있었다. 이런 와중 클래식 기타 반주로 김광석의 ‘비처럼 음악처럼’이 공연장을 감쌌다. 조명도 없었고 무대로 없었다. 단지, 비를 피해 모인 스무 명 남짓 정도의 사람들만이 있었을 뿐이다.
대학로의 거리 음악가 장동규(37)씨. “대학로에는 두 부류의 예술인이 있는데, 한 부류는 언론에 노출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고 다른 한 부류는 적극적으로 언론에 나오고 싶은 무리가 있다. 그런데 대부분이 장사치죠.”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그는 본인은 두 부류의 중간이라고 말했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대한 그의 의문은 다시 시작되었다. “마로니에 공원이 참 여러 개가 섞여있는 곳이에요. 저기를 봐요. 화장실 앞에 놀이터가 있고 농구장이 있잖아요. 이걸 보면 놀고 운동하는 곳 같기도 하고. 또 저쪽엔 해병대 전우회가 있고, 노숙자들이 자는 곳 저편엔 이명박 시장 손도장이 찍혀있다.”
대학로의 다양한 문화에 대한 말도 어느 문화 평론가 못지 않다. “예전에는 공연단체마다 자기만의 영역이 있었다. 서로간의 교류가 부족했다. 일종의 텃새가 있었지. 그런데 요즘엔 그런건 없어진 것 같다. 그런데 다양한 것은 좋은데 인형극, 마당놀이와 같은 전통적인 놀이와 힙합, 댄스 등의 현대적인 놀이까지 함께 어울리는 다양한 모습이었으면 한다.”
그는 대학로에 있는 상점들의 문화의식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참 웃긴 것이 여기 상점을 가보면 곳곳에 ‘벽보 부착시 고발 조치함’이라는 표지판이 붙여있다. 그러면 정부에서 예술가들 공연에 대한 게시판을 많이 만들어 주던가. 물론 여기 저기 붙이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공연이 잘되어야 여기 장사도 잘된다는 연대의식이 없지 않은가?”

“도를 아십니까?” 라는 말로 사람을 만나는 사람. 황아람(25)씨. “바쁘시지 않으면 저랑 저기 조용한데 가서 얘기 좀 해요.” 밖에서 얘기하면 안되냐는 질문에, “도를 알기 위해서는 여기와는 다른 흐름이 있는 곳으로 해요”는 그의 말에 21세기의 도사를 보는 것 같았다.
“도(道)라는 말은 천지대도의 줄임말로 사람마다 삶이 있고 풀 한 포기도 아무런 이유 없이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이세상에 태어난 천명을 알고 자기를 알아가는 과정이 도를 아는 것이다. 사람마다 가려져 있는 기운이 있기 때문에 자신을 100% 알지 못한다. 그것이 바로 도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은 사람들 대부분이 도(道)를 잊고 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도를 알아야 한다는 것인가?

“사심을 버리고 본연의 양심을 찾는 것. 도를 믿는다고 해서 하나님을 믿지 않는 것은 아니다. 종교라는 것은 유일신을 믿는 것이다.”
오늘 만난 이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들의 세계는 결국 대중과 문화를 연결하는 코드였던 것 같다.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접촉하려고 하는 그들의 내일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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