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 삼팔육이 세운 정권, 삼팔육이 단죄한 선거

언제까지 ‘민주’와 ‘운동’을 팔아 나라를 망치려는가?

검토 완료

임흥재(epogue21)등록 2006.06.07 08:14

5.31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의 선거상황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기자

이미지 정치에 놀아난 유권자의 선택

그러니 한나라당을 선택한 ‘민심’은 옳았을까? 유권자의 선택은 그야말로 ‘천심’인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옳았다’라고 말하지 못한다. 지방선거 기간 동안 기자가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대의는 이미 실종되어버렸다는 사실이었다. 여전히 중앙정치판의 온갖 부정적 사례들이 고스란히 지방선거에 재현되었고 우리 정치사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는 대단한 위세로 유권자의 선택을 호도하였다.

우리의 삶과 생활의 조건을 결정해줄 정책적 비젼과 이를 담당할 능력에 대한 검증행위는 아무 곳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허구의 이미지로 포장된 정치꾼들의 변설만이 유권자를 현혹하였고 또한 그것이 선거의 당락을 가르는 유일의 기준이 되었다. 매니패스토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종이쪽지에 불과하였고 실제로 헛공약 선심성 공약을 남발한 전력이 많은 구시대의 유물들이 다수 당선되는 것을 보면서 유권자의 선택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하였다.

포장된 이미지를 앞세워 하루아침에 유력한 후보로 등장하고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수용하는 유권자들의 정치행태를 보면서 우리 헌정사에 오욕으로 점철된 지난날들의 악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자유당 독재와 유신군부의 독재, 그리고 5공화국과 위선의 ‘보통사람’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역사의 퇴보를 경험하였나? 국민의 정부를 탄생시키기까지 수많은 사람이 감옥에 가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건만 이제 유권자의 뇌리에는 남아있지 않은 기억일 뿐이다.

유권자들의 <원죄의식>이 탄생시킨 참여정부, 그러나

문제는 그 책임이 유권자의 몫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기자는 이번의 선거결과에 대하여 다른 시각에서 아픈 지적을 하고자 한다. 우리 국민 모두는 바로 그 불행한 역사의 퇴보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원죄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원죄에 대한 빚 갚음이 김대중의 국민의 정부였고 노무현 신화의 밑거름이었다. 때문에 여러 번 말을 바꾸며 출마와 불출마를 반복했던 노회한 정객에게 대통령이란 자리를 마련해 주는데 주저하지 않았고 변두리 정객일 뿐이었던 노무현에게 대한민국호의 키를 맡겨주었던 것이다.

그 중심에는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한 가운데에서 누구보다 이 땅의 민주주의와 인간다운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했던 사팔육 또는 삼팔육 세대가 자리하고 있다. 운동권이었거나 아니었거나 80년대 학번, 이 사회의 중추를 형성하고 있는 삼.사십대들은 노무현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누구도 넘을 수 없었던 수구보수의 장벽을 타 넘었고 이 나라 기득권층의 집요한 저항을 물리치는데 성공하였다. 그 민심의 흐름을 가장 유효적절이 이용할 줄 알았던 장본인이 노무현 대통령이요 그의 참모들이 아니었을까?

여전히 '민주'와 '운동'을 팔고 있는 구시대의 삼팔육들

그런데 그들은 지금도 여전히 ‘민주’만을 팔고 있는 소매상에 지나지 않는다. 적어도 정치적인 면에서는 어느 정도 민주주의 사회의 골격을 이룬 지금에는 더 이상 ‘민주’란 상품은 큰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 다른 새로운 가치와 비젼으로 국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할 집권 세력이 여전히 철 지난 상품을 팔고 있을 때, 이를 사줄 소비자는 없는 것이다. 반민주라 몰아붙이기 머쓱하게 체질개선에 성공한 한나라당을 두고 시비걸기도 마땅찮은 지경이니 그들이 할 일이란 아무 것도 없다.

집권 여당의 간판으로 금뱃지를 달았거나 푸른 기와집에서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는 사팔육 삼팔육들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흘러간 옛 향수에 젖어 신파조의 노래만을 불러댈 뿐이다.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터진 핵심참모의 뇌물 스캔들이며 또 다른 핵심의 지저분한 연루 파문은 예전과 나아진 바 없는 구시대의 재판이었고 그러한 행태는 지금도 나아진 바 없다. 끼리끼리 자리 나누며 오년짜리 보증수표 결제일까지 등 따습게 배불리 먹으면 그만이다.

기자와 같은 사팔육들은 한 때 자부심만으로도 살림살이의 고단함을 잊었다. 이 땅의 메이저로 살지 못하도록 운명 지어진 기득권의 아성을 우리 손으로 깨부수었다는 드높은 자부심은 적어도 이제는 우리도 마이너가 아니라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우리를 꿈꾸게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이내 환상일 뿐이라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개혁’은 빛바랜 수사일 뿐이었고 실용이니 중도니 하는 불필요한 편 가르기만이 난무할 뿐이었다.

2002년 노무현 후보가 광주경선에서 승리하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이종호 기자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주역이 스스로 성을 허물다

어느 기자가 잘 지적했듯이 “내가 열심히 공부할 때, 화염병이나 던지던 무식한 운동권들이 갑자기 이 나라를 좌지우지 한다”는 민심의 저변에는 학력의 고하를 불문하고 새로운 시대 새로운 사회에 부합하는 새로운 이상과 정책적 비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현 정권 담당자에 대한 강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운동권으로 입신양명에 성공하였을지언정, 민주 팔고 운동의 이력을 그만큼 팔았으면 이제라도 늦은 공부에 매달려야 하지 않는가. 그럼에도 그들은 게으르고 구태의연하며 정치적 처세에만 능란한 학습태도를 보인다.

‘나의 수동적인 현실인식이 세상의 진보를 더디게 했다’는 우리 민초들의 원죄의식은 노무현의 참여정부를 탄생시키며 어느 정도의 속죄의식으로 변화하였다. 하물며 그 정권이 국민들과 유리된 저들만의 마이웨이를 외치는 현실에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만들어내었던 이 땅의 삼.사십대들은 이제 자신들이 한 돌 한 돌 정성을 다해 쌓았던 그 정권의 성을 스스로 허물어야 하는 참담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신화를 만들고 기적을 일구었던 자신의 손으로 그 기적과 신화를 부정해야 하는 삼팔육의 비애를 현 정권과 집권여당은 사무치게 받아들여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그를 보좌하는 참모진, 탄핵이란 십자가에 편승하여 입신양명에 성공한 집권여당의 삼팔육들은 이제라도 자신들의 무능과 단물 다 빠지도록 빨아먹은 80년대의 이력을 버려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의 냉험한 평가는 곧 당신들의 가장 큰 우군이었던 삼팔육 사팔육들의 반란이었다는 사실을 뼈 속 깊이 기억하여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농부가 밭을 탓할 수야 없는 것이지요”했던 그 날의 초심을 되찾아야 한다. 당장에 사슬처럼 얽혀 있는 인의 장막을 걷어내야 하고 ‘끼리끼리’ 논공행상에 나라 망하는 줄 모르는 삼팔육들의 수족을 잘라내야 한다. 그것만이 더 큰 재앙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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