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 코드>와 다른 할리우드 액션어드벤쳐 영화들의 경향비교

'서구중심주의'에 대한 부연설명

검토 완료

노광우(nkw88)등록 2006.06.06 13:47
우선 제 글에 관심을 가져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어차피 영화평이라는
것도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이고 대화이니 전에 썼던 글에서 미진했던 부분들과
답글을 남겨주신 분들의 지적 및 궁금한 사항에 대해 제 대답을 드리는 것도
괜찮을 것같아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이 자리에서는 일단 '서구중심주의'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서구에서 나온 거니 서구주의적인 것은 당연하지않은가라는 반응이 있었습
니다. <다빈치 코드>이외에 다른 할리우드 액션어드벤쳐 영화들을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인디애나 존스>시리즈나, <툼 레이더>시리즈, 상당수의 <007
시리즈>, 그리고 최근에 개봉된 <미션 임파서블 3>을 보면 비서구사회를 배경
으로 모험활극이 펼쳐지는데요, 대체로 그 활극의 발단은 취득, 수집, 소유의
대상이 지구상 어딘가에 있고 나머지 얘기는 그것을 악당이 차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결국은 내가 가지거나 아니면 그 곳에 그대로 숨겨두고 다른 사람들이 접근
못하게 하자 이런 식으로 결말을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취득의 대상이 되는
것은 보물일 수도 있고, 핵폭탄일 수도 있고, 토끼발일 수도 있고, 여하튼
어마어마한 금전적인 가치를 지닌 물건이며 그것을 찾으려하는 등장인물들의
주요동인은 '탐욕'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인디애나 존스 2편>을 보면 인디애나 존스가 인도의 한 마을에서 잃어
버린 신비의 돌을 찾으러 가기 전에 그 돌을 차지하게 되면 '부와 영예'를 얻을 수
있게 되리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즉, 비서구사회에는 서구인들이 부와
영예 그리고 권세를 얻게 해줄 수 있는 어떤 물건이 있는 곳으로 제시되지
뭔가 서구인들이 숭배하거나 경외하거나 존경할 만한 대상이 있는 곳으로 제시
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예외가 있다면 장 끌로드 반담이나 스티븐 시걸이 나오는
무술액션영화에서는 개중 동양인 사부한테 뭔가 배우는 장면이 나오긴 합니다만
이들이 나오는 영화들이 여름철의 블록버스터였던 적은 별로 없는 것같군요.

이렇게 서구에는 경배의 대상이 있고, 비서구에는 소유, 또는 약탈의 대상이
있는 거라면 그것을 보호하고있는 사람 또는 쥐고있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달라집니다. <인디애나 존스 3편>을 보면 마지막에 인디애나 존스가 성배
를 지키는 기사를 만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인디애나 존스는 그 기사와 대화를
나눕니다. 그렇지만 그 성배를 숭배의 대상이 아니라 세계를 재패하기위해
가져야할 무기라고 보기에 나치들은 기사와 대화를 나누지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대체로 비서구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액션 어드벤쳐 영화들을 보면 물건을 찾기
위해 주인공이 도와주는 조력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는 많지만 그 주변인물
들을 대화의 대상으로 여기는 장면들은 극히 드뭅니다. 이럴 경우 비서구인은
주변화되거나 아니면 제거의 대상으로 제시됩니다.

영화 <다빈치 코드>는 결국 예수의 혈통을 이어준 마리아 막달레나의 시체
내지는 유골이 서유럽, 영국 아니면 프랑스 어디에 있다라는 가정을 푸는 과정
입니다. 즉, 자기들의 문화적 정체성과 정신문화를 대표하는 신성한 유물이
비서구사회가 아닌 서구사회, 그것도 동유럽이 아닌 서유럽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약간의 여지를 남겨놓긴 했지만 영화 속에서 성배인 마리아
막달레나의 유골 또는 유체가 영국의 어느 한적한 시골의 교회에 있으며 그곳을
찾은 여자 주인공이 그곳에 자기 할머니를 만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여자
주인공은 '프랑스' 국적의 소유자이며 '프랑스인'으로 살아왔지만 그녀의 혈통의
영국에 있는 것이며 그녀의 할머니는 '영국인'이고 그 할머니가 이 프랑스인
손녀를 마치 고향에 돌아온 손녀로 대하는 것은 기독교-유럽문명이 어디로
귀착되는가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그 여자 주인공이 정말 예수의 후손이라면
그녀의 뿌리는 이스라엘 어디인가에 있는 것일텐데 왜 이스라엘이 아니고 영국
으로 귀환하는가 그것은 곰곰히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 성당기사단은
성배를 프랑스도 아니고, 독일도 아닌 하필이면 영국에 가져다놓았을까.

제가 전에 <다빈치 코드>에 대해 쓴 글에서 기자동래설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기자가 은나라의 폭군 주왕의 횡포를 피해 동쪽으로 와서 건국한 나라가 조선
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예전 일부 조선 유학자들의 견해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조선도 중국에 못지않은 유장한 역사를 지닌 유교문명국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던
거지요.

마찬가지로 이 영화도 그런 의식이 담겨있다고 봅니다. 예수의 혈통이 영국에
있다는 것, 예수의 후손이 오랫동안 살아온 고향은 유럽의 다른 나라가 아니라
영국이라는 것. 유럽문명의 정통은 바로 영국이라는 것 또는 비록 오랫
동안 변방에 있었지만 프랑스나 이탈리아같은 유럽 문명의 중심부에 못지않은
오랜 전통을 지녔다는 것이지요.

위대한 종교의 가르침이 기본적으로 같다면 예수의 가르침이나 희생은 기독교도
들만의 것도 아니고 우리 모두가 공유할 만한 것이라고 봅니다. 기독교가 유럽
을 기반으로 성장했고 세계적인 종교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봅니다. 즉, 기독교
문화는 유럽문화의 바탕이 되긴 했지만 그 가르침이 이제 더이상 서구인들만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예수의 혈통이 유럽에 있다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유럽인들과 저자가 직계 혈통이 어디에
사는가에 따라 그 문화와 종교의 정통이 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저는 그
혈통이 이스라엘에 있었을 수도 있고, 동쪽으로 가서 다른 중동지역에 갔을 수
도 있고 그 후손이 자기 조상이 예수인지 누군지도 모르고 다른 종교를 가지고
살았을 수도 있다는 시비 정도는 걸어볼 수 있다고 봅니다.

예수의 후손이 다른 종교를 가지고 비서구 사회에 산다고 가정했을 때 과연
이야기는 이 후손을 위의 액션어드벤쳐물들처럼 주변화 또는 제거의 대상이
되는 타자로 여기는 시선을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자각과 개종이라는 과정을
거쳐 이 후손이 유럽인으로 되돌아오는 과정으로 그릴 것인가, 아니면 이 후손
이 가진 다른 종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것을 공경하고 배우는 과정이 될
것인가 자뭇 궁금해집니다.

오락영화를 너무 진지하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만, 오락영화도 사람의 생각을
담고 있는 거라면 그 생각을 찬찬히 따져보는 것도 그 오락영화를 즐기는
또다른 방법입니다. 이 글에서 다루어지지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더 대화를 나누거나 아니면 다른 자리를 빌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을 듯
하군요. 긴 글 이만 줄이겠습니다. 그런 모두 건승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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