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 그 이후

5. 31. 지방선거에 대한 평가 그리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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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정(bukak1)등록 2006.06.01 18:30
잔치는 끝났다. 잔칫상에 차려졌던 산해진미는 승자의 몫으로 돌아갔다. 패자는 침만 삼키고 만 꼴이 되었다.

그러나 승자의 마음도 편치 않은 것처럼 보인다. 막중한 책임감에 오히려 두려워하고 있는 눈치다.

전제부터 이야기 하자. '80:20'. 이게 오늘의 결과다. 그리고 현실이다.

보수와 진보 이런 이분법적 논리는 더 이상 집어 치우자! 우리사회 보수는 어디 있고, 진보는 어디 있는가? 나는 말한다. 더 이상 이 땅에는 보수도 없고, 진보도 없다. 오직 잡탕논리, 비빔밥 논리만 있다. 그래서 평화개혁세력이란 말이 나오고 실용주의가 나오고 하는 거다. 평화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비벼대면 정치가 바로서고, 경제가 눈부시게 성장하고, 국론이 하나로 통합되어 이상적인 국가가 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평화를 원치 않는 국민이 있단 말인가? 평화를 빌미로 민주적 가치를 전도시키려 했다. 그런데 평화니, 개혁이니 이거 모두 사전에 있는 개념에 불과하다. 사실 인류사에 있어서 온전한 평화라는 건 존재하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할 수 없다. 오직 불안과 갈등에 대응되는 개념으로만 존재 할 뿐이다. 개혁 또한 마찬가지다. 개혁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묵은 것이 있어야 한다. 묵은 것이 있어야 개혁이 있는 것이다. 개혁이 필요 없는 완전히 개혁된 세상에서 개혁이란 개념은 필요 없다. 개혁은 묵은 것에 대응하는 사람의 머릿속“개념상”에 존재 할 뿐이다.

나는 집권당 초기에 내부에서 “평화개혁세력”과 “실용주의의”라는 말이 나올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개혁이면 개혁이지 평화개혁세력이라. 이거 뭔가 선 듯 이해할 수 가 없었다. 평화개혁과 실용주의를 합쳐서 평화실용주의면 모를까 거기다가 개혁이란 이름을 집어넣은 게 좀 이상했다. 하기야 의미를 포괄하는 개념이야 만들면 되지 않겠는가? 평화를 원하는 모든 세력과 연대가능하고, 평화를 원하는 모든 국민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정치를 하자는 것이 평화개혁의 본질인 것이다. 이러한 자기 도치 논리는 제대로 된 개혁을 주춤하게 만들었다. 지지를 보냈던 많은 국민은 “어! 이놈들 봐라!”하고 그 의지에 의구심을 갖게 된 것이다.

오늘 집권 여당의 현실은 본질적으로 평화개혁과 실용주의 때문에 초래된 것 이다. 이때부터 뭔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만들면 죄가 되는 국가보안법도 아직 시퍼렇게 살아 있다. 열린우리당이여! 개혁을 하려면 제대로 하라!

자! 그럼 다시 우리시대 민중을 보자! 자각이 없는 민중은 민중이 아니다! 오합지졸일 뿐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네크라소프는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적어도 우리시대 민중은 슬픔과 노여움은 없어도 자각은 있어야 한다.

권력의 속성은 창출이다! 창출된 권력은 민중위에 지배하고 군림한다. 다양하고 교묘한 수단을 동원하여 끝없이 시민사회를 지배할 신념과 가치체계를 창출해 낸다. 이렇게 창출된 가치에 민중은 스스로 복종한다. 그 가치체계에 대한 판단은 유보한 체로. 부도덕한 권력을 국민의 힘으로 쉽게 무너뜨릴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는데 여기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어야 가능하다. 나치정권도 합법적이고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택된 정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자를 제대로 세워야 하는 것이다.

성실히 살아가는 소시민에 불과한 필자는 오늘의 이 현실에 대하여 깊이 회의한다. 민중 스스로 이룩한 민주의 역사를 부정하는 이 엄연한 결과에 대하여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나는 한때 한나라당에 희망을 걸어 보려고 했던 사람이다. 소장파도 있고 재야파도 있고 해서 뭔가 잘해 주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론은 “아니다” 였다. 추구하는 정치적 가치에 동의 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
한나라당 내에는 냉전, 독재, 철권통치의 그림자는 여전히 남아 있고, 지금은 동면 중에 있을 뿐이다. 우리의 정치체제는 아직도 온전치 않아서 이들 세력들이 전면 등장할 경우 민중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생각해 보라! 지난 봄 평택의 대추리를! “엄정한 법 집행” 지시 한마디에 피땀으로 일궈온 땅에서 피범벅이 되어 쫓겨나는 현실을. 그리고 이러한 현실은 나 아닌 타인에게만 있는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지금 바로 나의 현실일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의 정치체제가, 그리고 사회구조가 작은 티도 걸러낼 만큼 정교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좀더 견고하고 정교한 민주적 정치체제 그리고 자유와 평등이 제대로 통용 될 수 있는 현실이 되어 있다면 오늘의 이 현실을 기꺼이 수궁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의 이 땅에는 지배권력의 의지에 따라 죄인 아닌 죄인을 만드는 악법이 살아 있고, 그리고 이러한 지배권력의 충직한 부하가 되고자하는 세력들이 엄연히 살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견해와 의사표시를 요건으로 한다. 방법의 문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견해와 의사표시의 다양성이 인정되지 않고, 소통될 수 없는 환경에서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처 할 수 밖에 없다. 오늘과 같은 민주주의적 성과를 달성한지 길게는 20년, 짧게는 97년 이후 9년. 사실 우리에게 있어서 민주주의는 낮설고 어설픈 개념에 불과했다. 권력은 항상 억압해 왔고, 통치라는 미명하에 조여오는 권력의 강제에 자유롭지 못했다. 민주주의는 익숙한 문화가 아니었다. 권력자는 근엄해야 하고, 신비와 베일에 가려져 국민과 거리두기에 있는 것에 더 익숙했다. 그리고 앞뒤 살피지 않고 오로지 강력하게 이끌어 주던 그 리드쉽을 동경하고 있는 것이다. 민중이여! 스스로의 역사를 부정하지 말라!

그리고 더 나은 인간사회를 열망하는 논자제위 들이여! 정도를 가라!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스러울 때는 누구에게도 부끄럼 없는 정도를 선택하라! 그 길만이 함께 사는 길이다. 득표율 80:20의 숫자에 구속되지 말고.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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