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라, 한 번도 투표하지 않은 것처럼

내일 꼭 투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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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호(khk1208)등록 2006.05.30 13:09
막걸리 선거, 체육관 선거. 이제는 기억조차 아스라해진 말들이다. 이 땅에 부정부패 선거와 몰염치한 선거가 얼마나 많았던가. 철들며 투표권을 갖게 되고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내가 찍은 후보자가 당선되어 당당하게 독재에 맞서게 되었던 그 때의 쾌감을 나는 잊지 못한다. 투표결과 발표를 다방에 앉아 보면서 속으로 얼마나 쾌재를 불렀는지…. 선거와 투표는 그래서 그 때는 민주화를 결집시킬 수 있는 제도권 내에서의 유일한 분출구였던 것 같다.

투표를 꼭 해야 하는 이유

단 한 번인가 투표를 하지 않은 적이 있었다. '통일주체 국민회의'인가 하는 대의원을 뽑는 선거였을 거다. 나에게 그건 하고 싶지 않은 선거였고, 의미도 없는 선거였다. 부도덕한 정권의 집권을 정당화 시켜주는 그런 역할에 일조를 하기는 싫었다.

나이를 먹고 선거제도가 틀을 잡아가면서 투표를 하기 싫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말하자면 '찍을 사람이 없다'는 핑계였다. 누구 하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거나, 마음에 드는 후보는 찍어봐야 되지 않을 것 같은 생각 때문에 투표하기가 싫었다. 그래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아직도 미심쩍은 생각 즉 '내 표가 다른 사람의 표로 이용될지 모른다'는 의구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부정선거에 대한 뿌리깊은 의심이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투표가 속칭 '꼰대'들의 전유물처럼 생각되기도 하던 때도 있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니 선거는 뒷전이고 놀러가는 일에만 열중하던 시기 말이다. 그 '어느 정도'라는 말의 위험성을 잘 알지 못했다. 유권자가 가진 유일한 힘이라는 건 바로 투표를 하는 일이라는 점을 굳이 강조할 일이 아닌데도 마치 내 것이 아닌 것처럼 투표권을 차버렸고, 정치인들이 유권자를 우습게 보기 시작했다. 내가 내 권리를 우습게 보니 저들이 나를 우습게 보기 시작했던 것이다.

내가 판단하고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침내 내일이 선거일이다. 정치권에 대한 혐오와 '누굴 뽑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정말 선택하고 싶은 사람이 없다면 '정말 되지 않아야 할 사람'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투표권을 행사하자는 것이다. 네가티브 투표라고 말하는 것이 어폐일지는 모르지만….

어차피 집으로 전해져온 전단지 몇 장으로 단시간에 후보를 판단하고 투표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런 최소한의 정보나마 부득이 읽고 판단하지 않으면 올바른 사람을 뽑을 수 없으니 아직 보지 않았다면 꼼꼼히 읽고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어떤 후보가 당선될지는 모르지만 결정을 내리지 않고 남이 내린 판단에 왈가왈부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내가 한 투표에 내가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똑같은 우를 범하지 않을 것 아닌가. 투표하자, 한 번도 투표하지 않은 것처럼. 수많은 투표를 한 사람도 이번에 처음 투표하는 사람도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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