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채가 문제인 사람, 어디 이총리 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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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흥재(epogue21)등록 2006.03.04 15:08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행태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헌법 제1조 1항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코미디공화국이다.'

면허도 없는 돌팔이 여의사는 전직 국가원수를 치매 든 노인으로 진단 처방하고 법조항 줄줄 외는 전직 검사나리는 여기자를 외로운 밥집아줌마로 만들어 뒤에서 안아주었다. 그 분께서는 늘 '베풀어주던'친절(?)에 불과했던 것 같은데 당사자가 싫었다니 이런 재수 없는 경우가 어디 있으랴.

희극(喜劇)을 일컫는 말로 알려져 있는 코미디(comedy)의 어원이 주연(酒宴)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Komos'와 노래를 뜻하는 'Oide'의 합성어인 'Komoidia'에서 유래한 것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즉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 축제 때 풍자적인 노래를 부르면서 평소에 불쾌하게 생각한 사람을 흉보던 과정에서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비판과 감시의 주체와 대상이 함께 어울린 부적절한 술자리에서 노래 부르다 벌어진 성추행 사건이야말로 한편의 완벽한 코미디가 아니겠는가?

여기서 끝이 나면 여의도 무대를 욕보이는 짓이다. 코미디는 계속된다. 원생동물이나 하등조류에서나 보이는 자가생식의 현장이 여의도이기 때문이다. 코미디의 유래에 대한 또 다른 추측은 주신 디오니소스를 위한 축연 중 술에 취해 남근(男根)을 상징하는 장대를 들고 마을을 돌아다닌 사람들의 노래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다. 술판의 남근이 문제였으니 이 또한 최고의 코미디라 격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장대가 어김없이 등장했으니 우리의 정치판은 최고의 코미디무대다. 이총리의 골프채에다 어제 박진 의원이 국회에 들고 나온 망치가 그것이다. 광복을 위해 죽음보다 더한 공포와 싸웠던 호국영령들의 위령제를 지내야할 그 날에 이총리는 골프채를 들고 '나이스 샷'을 외쳤다니 술 취해 장대들고 설친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릇된 성도덕과 성의식이 문제지 우리 삶의 애환을 같이 하는 술이 무슨 죄가 있고 술잔이 무슨 까닭으로 망치질을 당해야할까. 한편의 허무개그를 보는 심사는 괴롭기 그지없다.

이미 윤리는 버렸고 이성은 거세당한 자들이 벌이는 술 취한 무대의 코미디는 지겨울 수밖에 없다. 억지웃음을 강요하는 저급한 코미디를 보며 울화를 삭히기 보다는 차라리 실컷 울고 난 후의 후련함을 우리는 원한다. 그러나 우리의 이 소박한 바람은 번번이 배신당하고 만다.

술 취한 배우에 한 술 더 떠 궤변으로 술꾼들의 난장질을 고급예술인양 떠벌이는 얼치기 철학자, 선동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광원 의원이 자신의 홈피에 올렸다 황급히 내린 '꽃 담론'은 참으로 유치찬란한 왜곡미학 저급수사학의 절정이다.

소피스트가 나섰으니 선동가가 나서서 의심과 괴담을 퍼뜨릴 차례다. 용기백배한 나리들은 '어디 이래서 여기자에게 악수라도 할 수 있겠어!'라며 너스레를 떨고 '그러게 이거! 여자 무서워 무엇인들 제대로 할 수 있겠어'라며 역공을 펼친다.

이게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인가. 주연배우 최연희는 무대 뒤로 내뺏으니 제 책임은 없다는 그 교만이 도를 넘었다. 골프 친 것만으로도 밉상인데 주가조작 공정거래 위반사범과의 라운딩이라니 그 경거망동은 몸에 배어버린 듯하다.

진실을 귀띔하자면 우리 관객들 모두는 둘 다 보고 싶지 않다. 심지어 당신네들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마저도 공연장을 떠난 지 오래라는 사실을 왜 아직 모르는지 안타깝기 한이 없다. 날이 새고 다시 새날이 새는 동안 그저 싸움박질에 상대편 실족만을 고사 지내는 정치판에 신물이 난지 오래다.

골프란 운동은 구멍(hole)에 공을 넣는 운동이다. 또한 공을 일단 쳐놓고 그 공을 졸졸 따라 다니는 스포츠다. 혼자 따라 다니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며 캐디며 그날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무리지어 졸졸 따라다닌다. 제 타수보다 일찍 공을 넣으면 더욱 좋고 그렇지 못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 다음에 또 그 다음에 넣으면 된다.

가히 정치하는 사람들 특히나 오늘의 코미디 주인공들에게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운동이 어디 있으랴.

최연희 전 사무총장은 그 구멍을 잘못 골라 하루아침에 도피자처럼 숨어 지내야 하고 전여옥 의원은 그 홀인원의 꿈을 버리지 못해 히스테리다. 권력홀을 향한 야욕에 몸부림치는 정치인들은 따라다니는 사람이 많아야 살 수 있는 족속들이며 아직 공을 홀컵에 넣지 못했어도 다음 기회가 있는 남아 있는 까닭으로 버젓이 세상의 상식과 경쟁의 질서를 깨트리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어디 그 뿐인가. 골프백에 들어있는 그 수많은 클럽들은 긴요하고 요긴한 무기들이다. 골라 휘두르고 치기만 하면 되지 않던가.

내가 생각하기에 정작 골프채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우리네 서민들이다. 먹고 살기에도 바쁜 우리 서민들은 소위 필드니 그린이니 하는 그 전망 좋은 풀밭을 대개가 TV 같은 매체에서나 볼 수 있을 뿐이다. 겨우 한다는 수준이 야구연습장보다 조금 더 큰 그물막 아래에서 양궁의 과녁판이 그려진 현수막을 향해 지겹도록 스윙이나 하는 정도다.

비록 싸구려 골프채지만 그것을 자동차의 트렁크에 넣을 때는 제법 우쭐해하는 정도의 건방만으로 산다. 정치인들의 골프채가 필요한 것은 그 용도가 다른 것이다.

오늘 문제가 된 여의도와 삼청동 무대의 코미디에 등장하는 배우들을 비롯한 많은 코미디배우들에게 엄중 경고하느니 국민의 손에 언제 골프채가 쥐어질지 그 클럽의 헤드가 누구에게 내려쳐질지 조심하고 자중함이 천수를 누릴 첩경임을 명심할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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